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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제거시설 늘린다지만…예년보다 빠른 '녹조 띠'
지난달 말 낙동강서 '녹조띠'…환경부, 녹조 종합대책 발표
야적퇴비 관리 등 선추진…녹조제거선박·에코로봇 확대
녹조 근본 원인 '보 개방…"상황에 맞춰 운영" 방침만
2023-06-01 17:45:13 2023-06-01 18:46:50
 
 
[뉴스토마토 주혜린 기자] 환경당국이 '비점오염원' 관리와 '녹조제거시설' 확충에 중점을 둔 녹조 종합관리대책을 내밀었지만 여름철 '녹조 라떼' 현상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녹조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보 개방 여부와 관련해서는 "상황에 맞춰 운영하겠다"라는 방침만 밝혔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가뭄 등 물 부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방침입니다. '생물다양성 위기 속 수생태계를 보전하고자 보를 개방해 물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자 한다'는 환경단체의 의견과 상충하고 있습니다. 
 
1일 환경부가 발표한 '녹조 종합관리대책'을 보면 사전 예방, 사후 대응, 관리 체계 등 3개 분야로 나눈 '비상대책'과 '중장기 대책'을 추진합니다. 녹조란 강이나 호수에 남조류가 과다하게 성장해 물의 색깔이 짙은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남조류는 오염 물질의 유입으로 질소와 인이 풍부해진 환경에서 광합성을 통해 형성되며 수온이 20~30도로 상승하는 여름철에 가장 왕성하게 성장합니다.
 
현재 4대강 중 녹조 문제가 가장 심한 낙동강은 지난달 말 녹조 띠가 발생한 상황입니다. 지난 봄까지 가뭄이 극심했고 더위도 일찍 찾아온 요인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합천창녕보 상류에서 올해 처음으로 녹조 띠가 확인됐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한 달가량 빠릅니다.
 
환경부는 녹조 예방을 위해 낙동강 수계 강가에 야적된 퇴비를 소유자가 이달 내 수거하도록 조처하기로 했습니다. 강변에 퇴비가 쌓여있으면 비가 내릴 때 녹조의 원인인 인과 질소가 포함된 침출수가 강으로 흘러들게 됩니다.
 
녹조 문제가 심각한 지자체의 양분관리제도도 시범 실시합니다. 양분관리제는 일정 기간 내 투입되는 퇴비 등 양분의 양과 작물 산출량 차이인 '양분수지'를 관리하는 제도로 환경이 견딜 수 있는 범위 내로 양분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 오염원 처리시설 확대와 비점오염 저감시설, 간이공공처리시설 등도 설치합니다. 녹조를 제거하는 선박과 에코로봇 등의 장비도 늘리기로 했습니다.
 
먹는물 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정수장에 조류차단막 운영과 정수처리를 실시하고, 취수탑 개선과 먹는물 감시기준 강화도 추진할 방침입니다. 녹조 대응의 컨트롤 타워인 국가녹조대응센터도 신설할 계획입니다. 
 
가뭄과 일찍 찾아온 더위로 인해 낙동강에서 지난해보다 한달가량 더 이르게 녹조띠가 관측됐습니다. 사진은 녹조로 뒤덮인 낙동강 모습. (사진=뉴시스)
 
환경부는 낙동강 녹조 발생 원인에 대해 "낙동강은 경사가 완만하고 유속이 느리며, 주변에 산단지역, 축산시설 등으로부터 오염물질이 다량 유입되어 녹조 발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보 개방에 대해서는 "녹조가 발생하면 댐·하굿둑과 연계해 물을 일시에 방류하는 등 수위를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라고만 밝힌 상태입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보를 해체하거나 상시 개방해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결정은 과학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박정준 환경부 통합하천관리 태스크포스(T/F) 과장은 "(수문 개방 시) 고려해야 될 요소들이 엄청 많다. 그것을 특정하게, 기술적으로 기준을 만드는 것이 오히려 시기를 놓치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며 "전문가들이 1~2주마다 모여 여러 데이터들을 분석을 한 후 개방을 결정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환경단체는 낙동강 보 개방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낙동강네트워크는 "녹조가 한달 일찍 시작되는 것을 보았을 때 올해 녹조의 강도와 기간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로 인해 수돗물과 농작물 그리고 에어로졸로 인한 공기까지 위험한 상황이 올해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습니다.
 
낙동강네트워크는 “녹조가 심화되기 전 수문을 열어야 수질 개선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본격적인 녹조가 창궐하기 전인 지금이 수문을 열어야 하는 적기”라며 “환경부는 지금 즉시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지형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낙동강의 온실 가스 발생을 조사한 결과 강물의 체류 시간이 늘어난 낙동강 중하류에서 메탄이 높은 농도로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낙동강 중하류 메탄 가스 발생의 원인은 바로 보 때문에 생겨난 녹조라는 얘기입니다.
 
연구진은 "보 건설로 상류의 상주보와 하류의 창녕함안보 사이의 체류시간이 5배 증가했는데, 이렇게 물 흐름이 느려지고 대구 지역과 주변의 산업단지로부터 유입된 영양분이 계절적으로 증가해 녹조발생에 좋은 조건을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환경부는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녹조 종합관리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사진은 4대강 자연성 회복 정책 확대 추진 촉구하는 환경단체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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