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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수돗물 유충 사태, 결국 또 '인재'
2022-08-19 06:00:00 2022-08-19 15:04:49
"수돗물 유충 발견과 같은 수돗물 사고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고 국민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을 공급하겠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마다 하고 있는 실태점검 실효성을 강화해 다시는 이런 유충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해 나가겠다."
 
같은 내용을 이야기하는 두 발언 사이에는 2년의 시차가 있다.
 
2년 전 인천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 수돗물 유충 사태는 경기도까지 확산했다. 당시 접수된 민원만 1300건이었다. 전수조사 결과 인천에서 232건, 인천이 아닌 지역에서 49건의 유충 발견이 확인됐다. 
 
인천 수돗물 유충 사태 원인은 관리 부실로 판명났다. 활성탄지 세척 주기가 20일 정도인데 깔따구가 알에서 유충으로 성장하는 기간이 20~30일 정도라서 유충 발생이 가능한 환경이었다. 정수장의 방충망 시설 미비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2년 만에 창원과 수원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 원인은 또 관리 부실이었다. 창원의 경우 여과지와 활성탄의 방충망 규격이 촘촘하지 않고 일부 파손돼 있었다. 오존발생기 3대 중 2대가 고장 나 유충을 불활성화하는 전처리 약품이 제대로 주입되지 않았다. 수원도 방충설비가 미비했고 출입구와 환풍기 등 건물 밀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창원과 수원 수돗물 유충 발견을 계기로 환경부는 전국 485곳의 정수장을 대상으로 위생관리실태를 특별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27곳 정수장에서 깔따구 유충이 추가 확인됐다.
 
인천 수돗물 유충 사태 발생 두 달 후인 2020년 9월 3일, 환경부는 '수돗물 위생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수돗물 유충 사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종합대책에는 정수장 시설 개선과 운영 관리 강화, 정수장 운영인력 전문성 강화, 대국민 소통강화 등 4대 전략과 16개 중점 추진과제로 구성됐다.
 
당시 환경부는 정수장 내 방충시설 미흡과 유지관리 매뉴얼 부실을 문제점으로 지목했지만, 2년이 지난 후에도 제대로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또 2년 전 환경부는 인천 수돗물 사태 당시 4일간 초기 골든타임을 허비해 유충 발생이 지속됐다고 자체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창원시는 유충을 발견하고 32시간이 지난 뒤에 낙동강유역청에 관련 내용을 보고해 늑장 보고·공개라는 비판이 있었다.
 
수돗물이 국민 생활과 매우 밀접한 만큼, 정부는 수돗물에 대한 신뢰 제고를 위해 애쓰고 있다. 수돗물을 "마셔도 된다"고까지 홍보한다. 하지만 불가항력의 재난도 아닌, 관리 가능했던 원인으로 수돗물 유충 문제가 반복된다면 누가 마음 놓고 수돗물을 '마실 수' 있을까.
 
경제부 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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