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예탁원, 사모펀드 사태에 책임있는 자세를
입력 : 2020-08-06 06:00:00 수정 : 2020-08-06 06:00:00
'기술적 한계'가 문제의 원인이 되는 순간 더 이상 잘잘못을 따지기 어려워진다. 시스템을 개선하면 되는 문제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 3일 '펀드넷(FundNet)'이라는 펀드 지원 시스템을 보완해 사모펀드에 대한 감시와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옵티머스 사태에 대한 한국예탁결제원의 책임론에 '전산망 보완'이라는 대책을 서둘러 발표한 것이다. 예탁원은 옵티머스 사모펀드가 수상한 자산을 담고 있단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것에 대해 비판을 받고 있다.
 
'시스템 탓'도 일정 부분 맞는 말이다. 펀드넷은 펀드의 설정환매, 운용지시, 예탁결제, 수익자 명부관리 등 모든 과정을 표준화된 데이터와 메시지를 이용해 집중처리하는 펀드업무 지원 시스템이다. 해당 펀드가 어떤 자산을 포함하고 있는지, 사들이기로 한 자산과 실제 투자 자산이 일치하는지 코드로 대조가가능하다. 
 
문제는 공모펀드용인 이 시스템을 사모펀드에 적용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공모펀드는 투자 자산의 약 97%가 주식과 채권으로 구성돼 투자자산의 자산명, 자산코드, 잔고 등을 전산화하기 용이하지만, 사모펀드는 51% 이상이 대체투자로 구성됐다. 각종 부동산, 비율이 다른 레버리지 등 파생상품, 옵티머스가 담은 것으로 알려진 '공공기관 매출채권' 등 그 종류가 수없이 많아 같은 완전한 전산화가 어렵다. 예탁원은 펀드 비시장성자산 코드를 표준화하고 관리하는 시스템개발을 내년 하반기부터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하반기부터나 착수가 가능한 전산망 강화 대책을 서둘러 내놓은 건 옵티머스 사태를 둘러싼 예탁원 책임론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투업계에선 여전히 옵티머스가 허위로 제출한 등록 자산 변경 서류를 예탁원이 검증 없이 그대로 처리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탁원이 자산 검증에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었으며, 실제 편입자산 명세만 확인했더라면 대규모 사고로까지 이어지진 않았을 거란 비판이다. 예탁원은 자산 명칭을 바꿔달라는 자산운용사의 요청을 들어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예탁원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며, 금융투자협회 역시 예탁원 책임론을 부인한 적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시스템 보완은 장기적으로 당연하게 해나가야 하는 과제다. 더불어 수탁사와 사무관리사의 역할론에 대한 논의는 더욱 중요하다. 예탁원은 사무관리만 해주고 자산내역을 대조할 의무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다면 그 역할은 누구에게 돌아가야 하는지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시스템 탓을 넘어, 각 기관이 할 수 있는 바를 명확히 정리하는 게 사모펀드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첫걸음이다. 
 
우연수 증권팀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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