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금융위, 인터넷은행 낳기만 하면 끝인가
입력 : 2019-04-12 08:00:00 수정 : 2019-04-12 09:47:23
이종용 금융팀장
얼마 전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한지 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케이뱅크를 주도적으로 출범시킨 KT나 금융당국의 축하 행사는 없었다. 오히려 생존을 걱정하고 있는 침울한 분위기였다. 
 
케이뱅크는 자본금 확충이 늦어지면서 대표적 대출 상품인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과 '직장인K 신용대출'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가입자수는 100만명을 앞두고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2호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카카오뱅크는 꾸준한 증자로 자본금 1조3000억원을 확보해 형편이 나은 편이지만 규제 완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인재 영입에 애로를 겪고 있다.
 
현재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모두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최근 KT와 카카오는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되기 위한 신청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라 정보통신기술(ICT) 주력 기업은 인터넷은행 지분을 최대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은산분리 규제에 묶여 컨소시엄 협의에 따라 증자를 추진해온 KT와 카카오로선 보다 주도적인 의사결정은 물론 원활한 증자에 나서기 위해 인터넷은행 대주주로 올라서기 위해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
 
문제는 KT와 카카오 모두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한 전례가 있다는 점이다. KT는 지난 2016년 지하철 광고 입찰 담합으로 7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으며, 카카오뱅크의 카카오 역시 대주주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 중이다.
 
인터넷은행법 특례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의 대주주가 되고자 하는 자는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에 해당하는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다만 금융당국이 해당 위반 등의 정도가 경미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제3 인터넷은행에 대한 예비인가에 뛰어든 토스뱅크 역시 대주주 적격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토스를 서비스하고 있는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뱅크 지분의 60.8%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토스가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로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으로 분류되면 이 같은 지분 구성이 어려워진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에선 ICT 업종에 한해 금융사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해놓았는데 토스의 법적 지위를 금융주력자로 볼지, 비금융주력자로 볼지가 관건이다. 이 역시 금융위원회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지난해 9월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제한) 완화를 허용하는 특례법이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하고, 올해 1월부터 발효되면서 서광이 비치는 듯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규제혁신 1호'로 인터넷은행을 지목하면서 힘을 실었다.
 
산업자본이 은행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정작 최대주주가 된 산업자본은 없다. 케이뱅크의 'KT', 카카오뱅크의 '카카오'는 아직 두 은행의 최대주주가 아니다. 겨우 은산분리라는 족쇄를 풀었더니 대주주 적격성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등 금융경제법 위반 정도가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되는지 여부는 금융위원회가 판단할 일이다. 문제는 금융위의 판단이 중요한데 속 시원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며 업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금융위는 KT와 카카오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 중인 사항에 대해선 판단을 내릴 수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금융위가 금융시장의 메기를 출현시키겠다며 인터넷은행을 등장시킨지 2년이 넘었다. 인터넷은행들이 이렇게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것을 몰랐다고 보지는 않는다.
 
인터넷은행의 주인이 될 대주주에 대한 적경성 심사는 꼼꼼해야 한다. 그렇다고 보이지 않게 인터넷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그림자 규제에 함구하고 있어서도 안된다. 논란을 빠르게 진화하기 위해서라도 금융위의 결정이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낳기만 하면 자기 밥벌이는 알아서 할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된다.
 
이종용 금융팀장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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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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