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변산’ 김고은 “그 곳에 가면 노을이 있고 사람도 있고”
‘도깨비’ 종영 후 압박과 부담감 떨치려 선택한 영화
현장에서 본 이준익의 ‘멋짐’…”그래서 ‘변산’ 나온 듯”
입력 : 2018-06-28 11:28:04 수정 : 2018-06-28 11:28:04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젠 그의 능청스러움이 사랑스러움으로 보인다. 영화 ‘변산’에서 김고은이 눈을 지긋이 감고 있지도 않은 기타를 치는 척하면서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배꼽을 잡게 한다. 이 장면에서 그의 얼굴 표정을 보면 묘한 실룩거림이 있다. 연출을 맡은 이준익 감독에 따르면 당시 장면은 김고은의 ‘변산’ 첫 촬영 첫 번째 신(scen)이었다. 김고은은 이 장면 촬영 당시를 묻는 질문에 배시시 웃으며 ‘그냥 되던데요’라고 수줍어했다.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파격의 데뷔작 ‘은교’의 은교도 ‘도깨비’ 속 지은탁의 청량함도 ‘차이나타운’ 속 보이시함과 시크함의 ‘일영’도 간혹 언뜻 보인다. 이런 팔색조이기에 이준익 감독은 그를 두고 ‘뻔뻔함 속에 엄격함이 가득한’ 배우라고 불렀나 보다.
 
배우 김고은.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27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고은은 여전히 유쾌했다. 사실 ‘여전히’란 단어가 좀 어감이 이질적이기는 하다. 데뷔작 ‘은교’ 당시의 김고은은 예민하고 소녀적인 느낌이 강했다. 영화 속 캐릭터의 영향도 있었지만 데뷔 직후 언론과의 만남이라 낯가림도 사실 조금 있었단다. 이제는 그럴 시기는 지나지 않았냐며 웃는다. 언제나 밝고 언제나 유쾌하며 언제나 즐거운 김고은이다.
 
“히히히. 이젠 좀 익숙해진 기자님들도 몇 분 계시고. 얼굴도 알고 그래서 예전처럼 낯설거나 가리고 그러질 않아요. 원래 성격이 그러지도 못하구요. 그래서인지 ‘변산’ 속 ‘선미’가 꼭 저처럼 느껴졌어요. 가리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대쉬도 하고, 때로는 쓴소리 싫은 소리도 도 맡아서 하고. 뭐 현실에선 그러지 못하는 데 영화니깐 대리만족도 되구요. 친한 정민 선배랑 같이하는 것도 좋았고. 이준익 감독님은 배우라면 누구나 하고 싶어하잖아요.”
 
가장 먼저 그의 입에서 나온 이름이 박정민이다. 김고은과는 학교 선후배 사이다. 그는 박정민에 대한 일종의 동경을 넘어 존경심 비슷한 것을 내비치기도 했다. 좀 과한 표현일 수도 있지만 그는 박정민의 열정에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학창시절 그의 열정이 지금의 박정민을 만든 것이라고 김고은은 분명히 말했다. 그런 지점은 언제까지라도 닮고 싶은 한 부분이라고.
 
배우 김고은.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연기를 직업으로 하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동료와 상대 배역으로 만나게 되는 확률은 정말 적어요. 정민 선배는 개인적으로 학교 선배이지만 존중하는 분이고 좋아하는 선배였어요. 원래는 스태프 쪽으로 저희 학교에 입학했지만 나중에 연기 쪽으로 전향하신 걸로 알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셨어요.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지금의 정민 선배에 대한 칭찬은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에요. 그런 정민 선배가 한 다고 하니 생각할 필요가 없었어요.”
 
사실 김고은에게 ‘변산’ 출연 결정은 일종의 힐링이었다. 좋아하는 선배와 함께 작업해보고 싶던 감독님의 작품에 출연하는 것도 이유였지만 실제는 조금 달랐다. 그는 전작인 드라마 ‘도깨비’를 촬영하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바닥을 경험했다. ‘도깨비’에서 공유 이동욱과 함께 호흡했지만 사실상 극 전체를 홀로 이끌어 가는 인물이었다. 압박감과 부담감이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차기작 고민이 많았어요. ‘도깨비’ 촬영 이후 그걸 느꼈죠. 다른 선배님들이나 동료 분들이 작품 촬영하면서 느끼는 압박감과 부담감이란 단어와 감정을 거의 고스란히 받았으니까요. 아 이런거구나. 정말 너무 컸어요. 좀 쉬고 싶었죠. 상대방과 주고 받으며 느낄 수 있는 그 재미를 맛보고 싶었어요. 그때 ‘변산’이 눈에 들어왔죠. 결코 이 작품이 쉽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선배와 주고 받는 재미 그리고 감독님과 주고 받는 재미가 너무 컸어요.”
 
배우 김고은.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촬영 현장에서 김고은을 놀라게 했던 것이 있었단다. 재미가 넘쳤고 항상 웃음이 넘쳤던 현장이다. 여기서 김고은은 웃음의 포인트가 묘했다고 전했다. 즐거움의 웃음도 넘쳤지만 예민하고 화가 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웃음이 터져나왔다고. 그는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본적 없는 이 기괴한 광경에 묘한 쾌감을 느꼈단다. 그리고 이준익 감독을 ‘정말 멋지고 괜찮은 어른’이라고 보게 됐다는 것이다.
 
“단체가 함께 일을 하는 현장은 어떤 상황에서든 민감하고 짜증이 나게 마련이잖아요. 당연히 기분 좋은 소리보다 기분 나쁜 말이 날라 다녀요. 한 번은 되게 큰 실수가 있었어요. 어떤 분이 한 실수인데. 다들 ‘이거 큰일이다. 터지겠다’란 생각으로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었죠. 그때 한 쪽에서 누가 ‘와하하!!!’하고 웃으며 ‘내 실수야 내 실수!!!’하면서 웃으시는 거에요. 누군지 보니깐 감독님이에요.”
 
화가 나고 감정 폭발해도 무방한 상황이었단다. 하지만 그때의 이준익 감독의 대처가 김고은에겐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모습이었다고. 그렇게 현장에서 조금의 권위의식도 없이 막내 스태프까지 챙기는 모습에 너무 생경한 느낌을 받았다고. 어쩌면 그래서 ‘변산’ 같은 영화도 이준익 감독이기에 나올 수 있고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배우 김고은.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실수에 대한 얘기잖아요. 돌아보고 싶지 않은 흑역사가 될 수도 있고. 감독님에게 ‘화 안나세요?’ 여쭤보니 ‘누구나 실수를 한다. 나도 실수를 반복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그 실수를 누가 한 건지 들춰내면 그 사람은 그걸 덮기 위해 또 다른 실수를 할 가능성이 커진다. 더 큰 실수가 만들어 진다. 그 사람의 가능성까지 실수가 된다. 난 함께 하는 사람의 장점과 단점 모두와 일을 하는 것이다’라고 하셨어요. 너무 멋지지 않아요(웃음)”
 
그 멋짐은 연출을 맡은 이준익 감독에게서만 느낄 수 있던 것은 아니다. 극중 자신이 연기한 ‘선미’의 대사는 ‘변산’ 속 최고의 명대사로 개봉 전부터 입소문을 탔다. 그 역시 이 대사를 최고로 꼽았다. 마음 적으로도 와 닿았단다. 세상을 살면서 그런 자세로 산다면 성공이란 잣대 속에 자신을 우겨 넣는 일은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김고은 역시 그 대사를 첫 손에 꼽았다.
 
“영화에서 선미가 그러잖아요. ‘값나게 살지는 못해도 후지게 살지는 말어’라고. 정말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대사였어요. 앞으로도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절대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말 같아요. 무언가에 맹목성을 띠면 누구라도 어떤 일이라고 후져지는 건 시간 문제 아닐까요. 본질적으로 내가 후져지지 않는 것. 그게 잘 사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변산’ 속 그 대사가 저에겐 ‘변산’ 그 자체 같아요.”
 
배우 김고은.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최근 신인 여배우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제2의 김고은’이란 찬사가 쏟아졌다. 그는 ‘나도 자라야 할 새싹인데 자꾸 그런 말 좀 하지 마세요’라며 손사래다. 웃으며 붉어진 얼굴을 숙이는 그는 다시 한 번 그리고 마지막으로 ‘변산’에 대한 추억과 그 안에 담긴 얘기에 대한 감정을 전한다. ‘변산’이 그에게 오롯이 힐링을 전했고, 그 역시 전해온 ‘힐링’을 고스란히 받아 냈다. 이제 그걸 관객들에게 전달할 차례다.
 
“한국에서 가장 노을이 아름다운 곳이 변산이래요. 그 안에 있는 사람 대 사람의 얘기. 어릴 때 동창들을 만나면 그때로 돌아간 듯한 즐거움이 있잖아요. 뭐랄까 자유로움? 그런 자유로움이 있는 영화에요. 오세요. 변산으로(웃음)”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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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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