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현장에서)현실감각 상실한 임종룡표 성과주의
2016-11-30 17:37:00 2016-12-07 08:14:05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성과 중심의 문화를 널리 퍼뜨리는 일은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필수불가결한 핵심과제다."
 
최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성과주의 도입에 대해 공식석상에서 밝힌 말이다. 임종룡 위원장은 "성과주의 도입을 이루지 못하면 금융산업의 미래가 없다"고까지 강조했다.
 
그동안 임종룡 위원장이 주장해온 성과주의 도입 노선과 다르지 않지만 현실감각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 성과연봉제 확대는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노조뿐만 아니라 사측에서도 머뭇거리고 있다.
 
노조와 대화 과정을 생략하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밀어붙인 금융공기업은 뒤탈이 났다. 대부분의 금융공기업 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해둔 상황이다.
 
금융공기업들은 사실상 성과연봉제 시행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 금융공기업 고위 관계자는 "노조 동의 없이 추진했으니 (성과연봉제 시행 무산이) 당연한 수순 아니겠나"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찍히느니 차라리 노조와 법정싸움 수순을 밟는 게 마음은 편하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모녀에게 특혜를 주려고 임 위원장을 앞세워 성과주의 도입을 강력히 밀어붙인 것이 아니냐는 성토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순실씨 일가는 은행에서 거액의 돈을 쉽게 빌렸고, 서민들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외화지급보증서'라는 것을 이용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절차의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대출 문턱이 높아져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는 서민들이 받는 상실감은 크다.
 
또한 최근 임 위원장은 정부기관 출신 인사들을 금융권 곳곳에 성과와 상관없이 관료 출신 낙하산을 내려보내면서 성과주의와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자본시장 관련 경력이 부족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선임되면서 낙하산 논란이 일었으며, 최근에는 우리은행 자회사에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가 내려와 금융당국의 민영화 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관피아 낙하산을 없애기 위해 내부 승진을 강조해온 금융당국의 권고는 말뿐이었던 셈이다.
  
'금융산업의 경쟁력 발전'의 시발점이 성과주의 도입에 있는 것이냐는 회의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성과주의를 강조하는 것이 타당한지 모르겠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금융당국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이미 금융사들은 성과연봉제 개선을 비롯한 임금체계 개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다만 조직원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밀고 당기는 지리한 협상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은행권은 현 정부 경제팀의 수장으로 거론되는 임 위원장이 구체적인 방법론이 빠진 박근혜표 성과주의 도입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어 다른 대안을 찾지도 못하고 있다. 임금인상률과 복지여건 개선을 논의하는 임금단체협상은 성과연봉제와 맞물려 교착 상태에 빠졌다.
 
오늘(30일)부터 열리는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에 금융당국이나 금융권 인사가 불려가지 않았다고 해서 면죄부를 받았다고 할 수 없다. '검은 돈'의 출처와 유통과정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은 한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같다. 성과주의를 비롯한 정부의 금융정책이 명분을 얻는 것도 아니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현 정부의 금융정책 방향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언제나 상황 판단이 빠르고 임기응변에 능한 임 위원장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더욱이 금융권을 잘 알고 있는 임 위원장이라면 잘못 빼든 칼을 거둬야할 때라는 것쯤은 말이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