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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우유값' 가격인하 외면 언제까지?
2016-08-23 06:00:00 2016-08-23 0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유업계가 우유값 인하 압박에도 요지부동이다. 
 
지난 6월 말 낙농진흥회는 원유가격연동제 도입 후 처음으로 원유 기본가격을 전년보다 18원 내린 리터당 922원으로 내린 바 있다. 이후 업계 안팎에선 우유값 인하를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그러나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유업체들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원유가격이 18원 내려갔을 뿐인데 우유 소비자가격을 50~100원씩 내리기는 힘들다"며 "여전히 물류비, 인건비 등 부대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우유 수요도 감소하고 있어 인하를 쉽게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 원유가격이 오를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우유값 인상에 나섰던 유업계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쉽게 납득이 가질 않는 대목이다. 유업계 입맛에 따라 '원유 가격'이 인상의 근거는 될 지언정 인하의 근거로는 삼지 않겠다는 이중적 잣대가 되고 있다. 
 
불황을 근거로 우유값 인하는 외면하면서도 최근 광고선전비를 대폭 늘렸다는 점은 유업계의 이중적 잣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매일유업(005990)은 올 상반기에 458억원의 광고선전비를 쏟아부었다. 이는 전년도 하반기 407억원 대비 12.5%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의 경우 연간 850억원 이상을 광고비로 지출했다. 매일유업이 800억원 이상을 광고비로 지출한 것은 2010년 이후 5년 만이다. 빙그레(005180)도 올 상반기 233억원의 광고비를 지출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177억원에 대비 32% 증가한 수치다.
 
유업계가 광고비는 펑펑 지출하면서도 가격 인하 여력은 없다고 투정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최근 몇 년 간 실적 악화에 시달리던 유업계가 올 상반기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는 점도 가격 인하를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든 요인이다. 최근 공시된 매일유업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83.3% 늘어난 245억원으로 집계됐다. 2000년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남양유업(003920) 역시 상반기에 145.4% 증가한 16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2년 상반기 이후 가장 좋은 실적이다. 
 
'불황' 속에서도 영업이익은 2배 이상 뛰었다면 가격 인하의 적기가 될 수 있다. '원유 가격'도 그동안 제품 가격 인상의 잣대로만 활용해왔다면 이제는 인하의 잣대로도 활용될 때다. 그동안 가격인상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었지만, 가격인하의 혜택 역시 소비자들의 몫이다. 그것이야말로 업계가 바라는 우유 소비촉진을 유도하는 지름길이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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