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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스토리)IT기술로 '음식 재활용'…기아구제에 환경보호까지
기업들 남는 음식 기부해 사회공헌…음식 재활용 돕는 기술 개발도 활발
2016-07-27 12:00:00 2016-07-27 12:00:00
뉴욕에 살다 3년 전 캘리포니아로 이사한 조이 웡은 슈퍼마켓에 가보고 깜짝 놀랐다. 샌프란시스코의 슈퍼마켓은 신선하고 질 좋은 채소와 과일로 가득했다. 주변의 중소 농장들로부터 공급받은 싱싱한 농산물이 넘쳐났다. 이전에 살았던 홍콩이나 뉴욕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기후가 따뜻한 캘리포니아주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미국 전역으로 팔려나간다. 하지만 소비되지 못하거나 규격에 맞지 않아 팔지 못하고 버려지는 농산물도 허다하다. 웡이 다니던 슈퍼마켓도 진열대를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해 매일 어마어마한 양의 채소와 과일을 버리고 있었다.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흠집이 났다는 이유로 수많은 농산물이 내버려지고 있다. 밭에서 수확되지 못하고 썩어가는 농산물의 규모도 엄청나다. 가축의 먹이로도 전환되지 못한 농산물은 쓰레기 매립지로 직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미국의 한 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해마다 5200만톤 이상의 음식이 소비되지 않고 매립된다. 수확도 안 된 채 밭에서 썩어가는 농산물도 1000만톤에 이른다. 수많은 채소와 과일이 밭에서, 창고에서, 포장과정에서, 유통과정에서, 슈퍼마켓에서, 음식점에서, 가정에서 버려진다. 생산된 모든 음식 중 절반은 그대로 쓰레기가 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된 비용은 미국에서만 매년 2180억달러에 이르고, 매립된 쓰레기는 연간 33억톤의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버려지는 음식을 15%만 줄이더라도 매년 2500만명의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식량 제공이 가능하다는 계산도 나왔다.
 
영국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소비자들이 비현실적이고 엄격한 외관상 기준을 적용해 완벽한 채소와 과일만을 구매한다고 보도했다. 재배농부와 유통업자, 판매상들은 납품기준을 강화하고 유통과정을 개선하는 등 애쓰고 있지만, 최상의 상품만을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 때문에 많은 양의 농산물이 폐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식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기업의 운영방식도 음식쓰레기를 늘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공급과잉을 낳는 비계획적인 생산방식과 비효율적인 식품 제조 및 공정과정 등이 원재료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음식점이나 식품서비스 업체의 조리과정에서 많은 양의 식재료가 쓰레기로 전락하기도 한다. 팔지 못한 음식이나 남은 재료 등을 그냥 버리는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음식쓰레기를 줄이지 못하면 기아구제나 기후변화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와 유엔(UN)2030년까지 음식쓰레기를 50% 이상 줄이기로 결정했다. 음식 재활용을 통해 환경을 보호하고 굶주린 이웃을 도우려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의 한 농산물 도매업체에서 채소를 선별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흠집이 난 채소나 유효기간이 가까워진 식품은 비영리기관을 거쳐 지역사회의 저소득층 주민에게 분배된다. 사진/뉴시스·신화
 
스타벅스 등 음식 기부로 '12조' 효과
 
충격적인 양의 음식이 버려진다는 사실을 깨달은 몇몇 기업들은 행동에 나섰다. 지난해 7월 콜게이트파몰리브, 허쉬 등 400여개 기업이 모여 제조와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음식 쓰레기를 10년 안에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일부 기업들은 푸드 뱅크나 비영리기관과 협력해 음식을 기부함으로써 사회책임을 실천하고 있다. 팔다 남은 음식을 그냥 버리지 않고 지역사회에 기부해 굶주린 이웃을 돕고 기업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를 얻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피딩 아메리카(Feeding America)' 등 비영리기관과 협력해 영업시간 동안 팔리지 않은 음식 100%를 푸드 뱅크에 기부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각 매장이 매일 영업시간 종료 후 남은 음식을 포장하면, 미국 최대 기아구제 단체인 피딩 아메리카의 냉장 트럭이 이를 푸드 뱅크와 복지 시설로 전달한다. 이 음식 기부 프로그램은 매일 많은 음식이 버려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한 매장 직원의 제안으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 기부의 실질적인 문제는 기부 식품이 전달될 때까지 신선도를 유지시키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음식 기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1년간 테스트를 통해 식품 안전성을 확인했고, 캘리포니아 주와 애리조나 주에서 시험 운영을 실시했다. 스타벅스는 올해 초부터 음식 기부를 시작했고 1년 안에 미국 전역 7600여개 지점으로 기부를 확대할 방침이다.
 
유명 체인 음식점 및 식품 제조업체들도 음식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치폴레, 치즈케이크팩토리, 타코벨, KFC, 올리브가든 등은 팔지 못하고 남은 음식을 지역사회에 나눠주고 있다. 켈로그는 지난해 각 30g3600만끼 분량의 식품을 전 세계 18개국 푸드뱅크에 기부했다. 크리스 후드 켈로그 유럽 지사장은 팔다 남은 음식을 기부하는 것이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 '표준'이 되어야 한다며 기업들이 음식 기부 문화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음식 재활용 돕는 네트워크 기술 발전
 
기술 기업들도 음식물 폐기를 막기 위해 모바일 서비스 등의 개발에 나섰다. 스포일러 얼러트(Spoiler Alert)는 무료 온라인 장터 플랫폼을 구축해 음식을 팔거나 기부하려는 기업이 정보를 게시하면, 필요한 단체나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알림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업과 단체들은 주고받은 음식에 관한 영수증을 제공 받고 누적 기록도 조회할 수 있다. 리키 아센펠터 스포일러 얼러트 공동창립자 및 최고경영자는 "음식 쓰레기는 사람들이 음식을 낭비하려고 의도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사업체간 정보나 연결이 부족하고 남는 음식에 대한 실시간 해결책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매년 150억달러 규모 농산물이 슈퍼마켓에서 폐기된다는 사실에 놀란 웡은 지난 1월 서플러스(Cerplus)라는 회사를 차렸다. 흠집이 있거나 신선도가 약간 떨어지는 과일과 채소를 위한 온라인 직거래 장터를 마련한 것이다. 주스, , 통조림 등을 만드는 업체들이 버려지는 채소와 과일을 싼 값에 살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등, 전국적으로 폐기 처분되는 농산물의 재활용 통로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서플러스에 가입한 구매자는 매일 이메일이나 문자를 통해 거래 가능한 잉여 농산물에 대한 정보를 받는다. 대개 일반적인 도매가보다 30% 더 낮은 가격에 살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서플러스는 지난 5개월간 거래를 중개하고 농산물을 배달해 주며 1만1000파운드(약 5000㎏) 이상의 농산물이 쓰레기로 전락하는 것을 막았다.
 
이 외에도 모바일 앱이나 인터넷을 통한 네트워크 구축으로 음식 재활용이 확산되고 있다. 수퍼세컨즈(Souper Seconds)는 흠집이 난 유기농 농산물이나 농장의 잉여 농산물을 재판매한다. 푸드카우보이(Food Cowboy)와 코피아(Copia)는 음식 기부를 관리하고 기부된 음식을 필요한 곳에 전달해 준다.
 
과잉공급과 조리과정을 먼저 개선해야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음식의 재활용보다 농산물의 대량 생산과 공급 과잉을 해결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농산물 재배 및 공급을 통제하고 소비자의 구매 성향을 바꾸는 것이 탄소 배출 절감과 자원 절약에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효율적인 음식 공급과 생산을 목표로 하는 기술 기업 린패스(LeanPath)는 대학, 병원, 기업의 주방에서 음식이 준비·조리되는 과정을 추적해 실제로 식재료를 얼마나 사용하고 낭비하는지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제작했다. 앤드류 샤크만 린패스 회장에 따르면 음식점들은 식재료가 갑자기 떨어지는 일을 염려해서 혹은 전시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식재료를 과잉 구매하고 저장하는 경향이 있다. 식재료 구매와 주방의 조리 과정을 개선하면 음식쓰레기를 줄일 뿐만 아니라 식자재 비용을 절감해 수익도 늘릴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버려지는 재료나 남은 음식의 재무적 혹은 환경적 비용을 알게 된다면 낭비되는 재료나 버려지는 음식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가정 하에 린패스는 저울, 카메라, 디지털 터미널 등을 주방 곳곳에 설치해 버려지는 재료의 양과 내용이 기록되도록 했다. 수집된 자료는 금전적인 손실과 환경파괴 영향 등 생생하고 살아있는 정보로 환산되어 주방 관리자들의 인식과 행동을 변화시켰다.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대학은 지난 2년간 린패스 시스템을 사용해 음식 낭비를 줄이는 효과를 봤다. 대학병원의 주방 관리자는 린패스 분석 결과를 통해 주방의 문제점을 확인해 이를 개선시켰다. 그 결과, 2년 동안 음식쓰레기가 34.5% 감소했고 6만달러의 비용이 절약됐다. 특히 단백질 식재료의 낭비가 심하다는 것을 알게 된 조리사는 육류의 구매와 조리 과정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게 됐다. 육류는 다른 식재료보다 처리 과정에서 탄소배출 양이 많다는 사실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신지선 국제경제분석가·미국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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