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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반기문 대망론' 이제는 검증이다
2016-05-31 11:50:15 2016-05-31 12:19:59
[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5박6일 짧은 여정이었지만 그가 남기고 간 파장은 '역대급'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0년간 한국사회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심어주는 메신저였다. 초등학생용 위인전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현존 인물이기도 하다. 그만큼 한국인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 타이틀은 암울한 시대를 살고 있는 한국사회에 위안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그가 이번 방한을 기점으로는 완전히 다른 맥락으로 조명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흙과 먼지로만 떠돌던 ‘반기문 대망론’에 스스로 온기를 불어넣어 생명을 창조했기 때문이다. 반 총장은 방한 직후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 가서 고민, 결심하고 필요하면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고 말해 파장을 낳았다.
 
반 총장은 자신의 대권 도전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보며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분명 그의 발언은 이전과는 확연히 결이 달랐다. ‘기름 장어’라는 별명처럼 “유엔 사무총장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답을 회피하던 반 총장이 아니었다. 그는 분명 스스로 ‘결심’이란 단어를 썼다. '대선 출마 시사'로 해석하지 않은 언론은 단 한곳도 없었다.
 
이후 행보는 그런 해석을 강하게 뒷받침했다. 많은 원로 중 ‘충청권 맹주’로 통하는 김종필 전 총리를 전격 예방했다. 공식 일정에도 없었다. 그동안 한국을 방문하면 공식적인 유엔 행사 외 개인 일정을 잡지 않았던 반 총장이다. 김 전 총리는 ‘충청권 맹주’이고 반 총장은 ‘충청 대망론’의 주인공이다. 대선 때마다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던 충청도는 아직까지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했다. 반 총장의 김 전 총리 예방은 정치적 함의가 크다.
 
이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반기문이란 인물 자체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다. 그동안 유권자들은 '한국인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이미지에만 매몰되어 있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능력자, 권력에 빌붙는 자, 아니면 무능력자?’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반기문은 역대 유엔 사무총장들 가운데 가장 아둔하고 최악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며 “눌변이고 의전에 너무 집착하며 임기응변을 모르고 깊이가 얕다”고 평가했다. 악의적인 보도든 아니든 해외 언론의 이런 평가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측면을 보여줬다.
 
반 총장은 평생 외교공무원으로 살았다. 한국보다 해외 생활이 더 익숙할지 모른다. 그런 그가 한국의 대통령이 되려고 할 때 우리는 무엇을 먼저 검증해야 할 것인가. 외교에서의 업적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자격, 즉 정치 철학이다. 국민을 어디로 이끌고 국가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정치 철학을 꼼꼼히 묻고 따져야 한다. 이는 철저한 검증을 통해 밝혀져야 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이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기존 정치인에 대한 혐오가 그에 대한 지지로 나타나는 측면이 클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허수(虛數)인지, 진수(眞數)인지 철저하게 검증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인사청문회 한번 거치지 않은 그에게 한 나라의 운명을 그냥 맡기는 건 무책임을 넘어 도박에 가깝다.
 
최용민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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