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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전직 대통령에 들이댄 잣대 전관에도 적용해야
2016-05-27 06:00:00 2016-05-27 06:00:00
'정운호 구명 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인 검사장 출신 홍만표(57) 변호사가 검찰에 돌아온다. 하지만 이번 방문은 업무를 위해서가 아니라 피의자로서 조사를 받기 위해서다. 예정대로라면 오늘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의 소속 후배 검사들과 만나게 된다.
 
홍 변호사는 지난 2014년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원정 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을 당시 경찰과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해 무혐의 처분을 끌어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정식 선임계를 내지 않고 이른바 '몰래 변론'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아 탈세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경기 파주시에 있는 부동산 개발업체 A사의 실질적인 운영자로서 부동산을 투기하고, 이 회사를 자금의 세탁 용도로 활용했다는 의혹도 있다. 홍 변호사와 그의 부인, A사의 명의로 된 오피스텔이 무려 100채가 넘는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검찰은 홍 변호사의 사무실과 A사를 모두 압수수색했다.
 
최근 홍 변호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과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회자되고 있다. 홍 변호사는 2009년 대검 수사기획관으로서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수사했다. 노 전 대통령이 대검에 출석한 날 활짝 웃는 홍 변호사의 사진은 지금도 찾아볼 수 있다.
 
당시 수사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된 것은 '논두렁 시계'로 대표되는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로,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결정적 요인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이 시계가 1억원을 호가한다는 언론의 무차별적인 보도를 참고해 보면 홍 변호사의 오피스텔과 비교해서 심한 차이가 느껴지기도 한다.
 
홍 변호사는 해당 보도에 "내부에 형편없는 빨대가 있다"며 격노했지만, 이제는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의 소환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검찰에 대해서는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것이 바로 현재 검찰이 홍 변호사를 철저히 수사해야 하는 이유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게 망신을 주면서까지 들이댔던 혹독한 잣대를 전관에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 선배가 떨어트릴, 아니 이미 떨어트렸을지도 모르는 검찰의 명예를 후배들이 끌어올릴 수 있을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이번에는 홍 변호사를 감싸려는 전관은 아마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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