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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벤처생태계의 선순환 구조와 상장(上場)사다리 체계 구축
2016-04-27 06:00:00 2016-04-27 06:00:00
생태계란 용어는 1935년 영국의 탠슬리(Authur G.Tansley)에 의해 처음 사용된 것으로, 자연의 생물체들과 이를 둘러싼 환경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유지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생태계는 생산-소비-분해-재생산의 일련의 과정을 통해 지속되는데 이와 유사하게 창업-성장-회수-재투자 과정을 거치는 벤처업계에 해당 개념이 도입되면서 벤처생태계란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벤처생태계가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우리 산업구조는 중후장대형의 전통산업에서 벗어나 지금은 경박단소의 신성장산업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중소기업 9988"이라는 말처럼 우리나라 전체 기업 중 중소기업이 99%를 차지하고, 전체 근로자 가운데 중소기업 근로자가 88%에 달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시간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벤처생태계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자연 생태계중에 어느 한 가지 요소라도 빠지면 생태계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 것처럼, 벤처생태계 또한 각 성장단계별 지원시스템에 완비되어야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나라 벤처생태계 지원책은 주로 공급자 중심의 양적 투입 확대를 통한 '씨뿌리기' 위주의 정책으로 그 이후 단계의 지원기능이 미흡한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의 경우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비율이 8:2인 반면, 우리나라는 1:9에 불과해 M&A와 상장을 통한 투자자금 회수와 재투자 기능에 심각한 불균형이 존재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벤처 투자자금 회수가 전적으로 상장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거래소의 상장 활성화 정책은 그 의미가 크며, 특히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코넥스·코스닥시장이 벤처생태계 구축과 산업구조 재편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판단된다.
 
거래소는 코넥스·코스닥시장 활성화에 노력하는 한편, 스타트업기업 육성과 지원을 위해 기업의 성장단계에 맞는 회수와 자금조달시장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크라우드펀딩 완료기업 등의 추가 자금조달을 지원하고 상장 전이라도 발행주식이 유통될 수 있도록 KRX 스타트업시장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스타트업시장은 크라우드펀딩 완료기업 뿐만 아니라 창조경제혁신센터, 정부기관 등이 추천하는 기술집약형 스타트업기업에 특화할 예정이다. 그리고, 스타트업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장한 기업이 코넥스시장에 원활히 상장할 수 있도록 특례도 마련할 것이다. 코넥스 기업 중 본격적인 성장단계에 진입한 기업은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공모를 통해 대규모의 성장자금을 조달받아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해외시장 등에 진출하게 된다.
 
이른바 '크라우드펀딩→스타트업시장→코넥스시장→코스닥시장'으로 이어지는 상장(上場)사다리체계가 구축되는 것이다.
 
거래소는 상장과 더불어 회수수단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M&A 활성화를 위한 중개망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기존 M&A 중개망의 문제점으로 부각된 정보의 신뢰성 확보 및 비밀보장 문제 등을 보완하는 한편, 거래소만의 강점을 살려 상장기업 등과 M&A 네트워크 강화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거래소는 작년 12월 크라우드펀딩 지원, 스타트업시장 개설과  M&A중개망 운영 등의 업무를 담당하면서 스타트업기업을 원스톱으로 지원하기 위한 창업지원센터를 설립했다. 현재 창업지원센터는 각각의 업무에 대한 시스템 설계 및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올해 6월에는 M&A 중개망을 오픈하고 8월에는 스타트업시장을 오픈하는 등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상장사다리체계가 가동될 예정이다.
 
아무쪼록 거래소의 상장사다리체계 구축이 악마의 강을 건너려는 스타트업기업에게는 돛단배가 되어 주고, 죽음의 계곡을 통과하려는 성장 초기기업에게는 든든한 다리가 되어 주면서 벤처생태계 선순환 구조 정착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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