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새누리당의 테러방지법 입법 강행을 막기 위한 야당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28일 오후 11시를 지나며 124시간을 넘어섰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이날 오후 12시 22분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에 이어 23번째 주자로 단상에 올라 저녁 10시55분까지 10시간33분간 토론했다. 이어 같은 당 홍종학 의원이 뒤를 이었다.
1984년 등단한 시인이기도 한 이학영 의원은 독일 시인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 낭송으로 발언을 시작했고, 연설 중 김남주 시인의 ‘진혼가’, 김지하 시인의 ‘타는 목마름으로’ 등도 낭송해 눈길을 끌었다.
이 의원은 정부·여당이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테러방지법을 강행하고 있다며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이유로 10월 유신을 선포했다. 정말 지금이 국가비상사태라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가비상사태임을 선포하고 왜 국가비상사태인지 선후를 명확히 밝혀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한 정의화 국회의장을 향해 “국회의장이 국가비상사태라고 규정한다고 해서 국가비상사태가 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과 같은 1952년생인 이 의원은 박정희 유신독재 시절을 거치며 통제받지 않는 무제한의 국가권력이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비틀었는지를 담담하게 회고하기도 했다.
연설에 따르면, 이 의원은 어린 시절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한 고향마을 유일의 5·16 장학생이었다. 그는 대학 입학 후에도 공무원이 되기 위에 학생운동과 거리를 뒀지만, 성적이 좋아 학생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렇지만 이 의원은 학생회장으로 교내 운동권 학생들과 안면이 있었다는 이유로 1974년 공권력에 연행돼 집단 구타를 당하고 물고문을 받았으며 구속도 됐다. 이 의원은 “이후 학교에 복귀하지도 못하고 노동판을 전전했다”며 “그것도 일하는 곳마다 형사들이 찾아와 6개월마다 옮겨야 했다”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 의원은 “국가의 이름으로 이렇게 야만을 자행해도 되나.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게 하자고 야당 의원들이 이렇게 서 있는 것”이라며 “권력이 집중되면 남용하게 된다는 것은 역사가 주는 강력한 교훈이다”라며 테러방지법이 국가정보원에 지나친 힘을 몰아줄 우려가 있음을 경고했다.
그는 “잘못된 법을 처음부터 반대하지 못하면 바로잡지 못할 것이고 국민 모두가 피해자가 될 것”이라며 “쟁점법안은 지속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상식이다. 지금이라도 상임위로 돌려보내야 한다. 필요하면 공청회를 열고 시민들의 의견을 듣자”고 호소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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