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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창작뮤지컬 지원 사업이 나아갈 길
2016-02-15 06:00:00 2016-02-15 06:00:00
2016년도 벌써 두 달이 지나가려 한다. 악화된 경제 지표와 불안한 주변 상황들은 남은 2016년을 걱정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2016년 뮤지컬 시장만큼은 성장을 낙관하게 한다. 그 어느 해부터 화려한 라인업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검증된 흥행작들은 물론 새로운 기대작들이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그 내용을 세밀히 들여다보면 시장의 성장이 마냥 반가운 것은 아니지만, 2016년 뮤지컬 시장은 적어도 외형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다.
 
또 하나 반가운 신호는 창작뮤지컬의 선전이다. 그동안 한국 뮤지컬 시장을 주도한 것은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올해 역시 그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조심스러운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해 초연부터 흥행을 이끌어낸 대형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올해도 선전을 이어가고 있고, 100억원대 규모의 '마타하리'와 서태지가 자신의 노래로 만드는 주크박스 뮤지컬 '페스트'도 올 여름 선보일 예정이다.
 
대형 창작뮤지컬들이 어떠한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한국 뮤지컬 시장의 지형도는 달라질 것이다. '프랑켄슈타인' 이후 아직 성공을 담보한 대형 창작뮤지컬이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경쟁력 있는 중소극장 창작뮤지컬의 출연은 머지않아 대형 작품에서도 라이선스 뮤지컬에 버금갈 창작뮤지컬의 등장을 기대하게 한다.
 
'여신님이 보고계셔', '셜록홈즈', '난쟁이들' 등 최근 히트하는 중소형 창작뮤지컬들은 흥행성이나 작품성에서 라이선스 뮤지컬 못지않다. 실제 이러한 작품들은 해외 시장 수출로도 이어지고 있다. 중소형 규모의 창작뮤지컬이 빠르게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 중 국가적인 지원을 무시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작품들은 창작산실,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뮤지컬 하우스 블랙 앤 블루 등 적어도 하나 이상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은 작품이다.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처럼 민간 단체에서 주도하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대부분은 국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재 민간과 국가에서 지원하는 창작뮤지컬 지원 프로그램은 10여개를 넘어선다. 2014년 이번 정부가 뮤지컬을 5대 킬러 콘텐츠로 지정한 후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빠르게 늘어났다. 10여개의 프로그램 중 반 이상이 2014년 이후에 생겨난 것이다. 다만 지원 프로그램이 많아지다보니 지원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는 작품들의 질적 하락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수도 많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멘토제를 통해 신인 창작자
들의 작품 개발을 돕는 인큐베이팅 형태를 띠고 있어 변별력도 약하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큼 뮤지컬에 많은 지원을 하는 나라가 없다. 그 결과 한국은 단시일 만에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아시아 권에서는 가장 우수한 뮤지컬 창작 인력을 갖추고 있으며, 최근에는 일본이나 중국에 우리 창작뮤지컬의 라이선스가 수출되기도 한다. 소기의 성과를 얻었지만 이처럼 비슷한 지원 형태의 남발은 준비되지 않은 창작자들을 시장에 내어놓아 경쟁만 과열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최근에는 해외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작품을 개발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는데, 신인 창작자를 포함한 기획 단계의 작품을 해외 시장에 내놓겠다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아도 한참 일찍 찾는 일이다. 지원 프로그램이 창작뮤지컬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이것이 좀 더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위치의 창작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 프로그램이 다양해질 필요가 있으며, 지원 사업을 전체 시장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박병성 더뮤지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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