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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지속가능한 농촌마을공동체 홍동의 추진력
2015-11-29 09:15:58 2015-11-29 09:15:58
신자유주의 지구화, 글로벌 농식품 체계의 그늘이 점차 드러나면서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농업, 지역공동체의 의미, 사회적 경제의 잠재력과 가능성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동아시아 인접 국가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에서도 모범적인 생활공동체 마을로 주목하는 곳이 있다. 충남 홍성군의 작은 농촌 마을 홍동면이다. 홍동면은 한국에서 가장 앞서 협동조합, 유기농업, 귀농·귀촌 운동을 주도한 곳이며 혁신적인 새로운 실험이 시도되고 있는 마을이다.
 
홍동은 왜 한국 농업, 농촌과는 다른 길을 선택했을까. 지속가능한 농업과 지역공동체를 일궈낸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홍동의 실험이 어쩌면 한국의 농업, 마을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동에서 지속가능한 마을, 인간과 생명이 공존하는 농업이라는 다양한 실천이 가능했던 데에는 홍동면 팔괘리에 있는 풀무학교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풀무학교(1958년)는 성서에 바탕을 둔 깊이 있는 인생관과 학문과 실제 능력에서 균형 잡힌 정직, 하나님과 이웃, 지역과 세계, 자연과 모든 생명과 ‘더불어 사는 평민’(교훈)을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풀무학교의 건학정신은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의 기반이 되었음이 틀림없다.
 
지금 홍동면에는 어린이집부터 초·중·고등학교, 농민기초대학과 평생교육기관인 밝맑도서관이 있다. 초·중학교는 공립이지만, 학부모가 같은 지역에 살고, 교육부 전원학교로 지정되어 방과 후 교실을 운영하기 때문에 지역의 모든 학교 간에 일관된 교육이 이루어진다. 홍동은 생애 첫 출발을 협동조직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했다.
 
지속가능한 홍동의 첫 번째 추진력이 교육인프라였다면 두 번째 추진력은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들의 역할을 꼽을 수 있다. 1970~1980년대에는 풀무학교를 졸업한 지역의 일꾼들이 풀무신협, 풀무생협 등을 만들었다. 1990~2000년대 초반까지는 풀무생협이 다양한 활동을 이끌면서 유기농의 메카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풀무학교에서 설립한 전공부가 풀무학교생협, 갓골생태농업연구소, 마실이학교 등 새로운 방식의 지역과의 연계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홍동지역 1세대들이 문당리 마을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공동체의 기본적 사상과 물리적 기반을 형성하였다면, 2세대들은 지역사회에서 협동조합, 유기농, 문화, 생산 등에서 공동체를 형성하거나 생산자 조직을 만들어 지역 공동체 기반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외부에서 정착하거나 2세대 자녀들을 중심으로 3세대들이 홍동의 유기농업과 마을 만들기를 새롭게 준비하고 있다. 특히 3세대 그룹들은 다른 지역 성공사례들에 대한 접목을 시도하여 지역공동체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거버넌스 시스템과 네트워크 간 연계는 신뢰를 높여서 또 다른 협력적 기반을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며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의 추진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홍동면에는 2011년 지역밀착형 중간지원조직인 지역센터 ‘마을활력소’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홍동면의 각 커뮤니티비즈니스 주체 간의 연계성을 높이고 있다. 2012년 11월에는 홍성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이하 홍성네트워크)가 발족하였다. 홍성네트워크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농어촌공동체회사, 자활공동체, 희망마을, 커뮤니티비즈니스, 협동조합, 지역공동체 운동기관 등 여러 기관, 기업,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홍동은 내생적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유기농업을 통해 자립경제 기반을 갖춰나가는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2000년도 ‘21세기 문당리 발전 백 년 계획’이라는 내생적 발전전략을 수립했다. 지역 특산물인 한우를 활용한 영농조합, 지역 이야기를 매개로 하는 출판사, 지역 농산물, 지역에 필요한 목공소를 공동 투자하여 설립하였으며, 중고서점, 우리 밀 빵 가게 등 지역 자원이 협동조직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홍동의 실험은 현재 진형형이다. 앞으로 홍동이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의 성공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전략, 시민사회의 이니셔티브, 네트워크 간 연계와 협력(거버넌스), 제도화라는 여러 유형의 속성 중 가능한 많은 것을 결합시킴으로써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이창언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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