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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은 해외명품 진열장…롯데 소공점 핸드백 매출만 3400억
롯데 면세점별 재무현황 단독입수…소공점 '압도적'
지난해 대기업 면세점 전체 매출의 69%가 해외명품
2015-11-25 07:00:00 2015-11-25 10:08:33
호텔롯데는 국내 면세점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절대강자다. 지난해 면세점 사업에서만 4조원이 넘는 매출과 4000억원대의 수익을 올렸다. 시장점유율은 50.8%로, 알짜배기인 서울 시내 면세점 시장으로 국한할 경우 점유율은 60.5%로 올라간다. 특히 서울 명동에 위치한 롯데 소공점은 단일 면세점 기준 부동의 1위로,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우리나라 대표 면세점이다.
 
현대백화점 루이비통 매장. 사진/현대백화점
 
◇롯데 면세점 재무현황 입수…소공점 영업이익률 16.2%
 
취재팀은 최근 호텔롯데 내부자료인 <면세점별 재무현황>을 단독으로 입수했다. 호텔롯데는 비상장사로, 한국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다. 호텔롯데는 또 다시 일본 롯데홀딩스가 지배하는 구조로, 이는 국적 논란과 함께 경영권 분쟁의 씨앗이 됐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시내와 출국장 등 국내 면세점 9곳에서 매출 4조1445억원, 영업이익 4314억원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소공·월드타워·제주·부산·리테일 등 시내 면세점 5곳에서 거둔 수익은 총 3933억원으로, 평균 영업이익률은 13.0%로 나타났다. 반면 인천·제주·김포·글로벌 등 출국장 4곳을 합친 영업이익은 381억원에 그쳤다. 평균 영업이익률도 3.4%로, 시내 면세점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호텔롯데의 대표 면세점인 소공점은 지난해 매출액 1조9260억원, 영업이익 3120억원을 기록하며 여타 사업장들을 압도했다. 소공점 한 곳에서 올린 매출과 영업이익이 여타 사업장 8곳을 합친 총량보다 많을 정도로 절대적이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16.2%로, 출국장 면세점 평균(3.4%)과 비교하면 4.76배 이상 높다.
 
소공점은 지난 2010년 매출액 8332억원을 시작으로, 2011년 1조229억원, 2012년 1조2716억원, 2013년 1조4782억원, 2014년 1조9763억원으로 매년 20%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호텔신라 서울점(본점) 역시 2010년 5338억원, 2011년 6548억원, 2012년 7998억원, 2013년 8688억원, 2014년 1조1521억원으로 매출이 꾸준히 늘었다.
 
◇롯데 소공점, 핸드백만 3400억 매출
 
취재팀은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도움을 받아 지난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최근 5년간 국내 18개 주요 면세점의 품목별 비중을 살펴봤다. 관세청 자료를 기반으로 했으며, <뉴스토마토> 단독이다.
 
면세점의 주력상품인 ▲핸드백 ▲시계 ▲주류 ▲담배 등 4개 품목의 지난해 매출을 보면 호텔롯데 소공점이 5431억2600만원으로, 소공점 전체 매출액(1조9260억원)의 28.2%에 달했다. 이어 호텔롯데 인천공항점(4507억600만원), 호텔신라 서울점(2809억2700만원), 호텔신라 인천공항점(1458억8100만원, 주류·담배 제외), 호텔롯데 월드타워점(1353억3700만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호텔롯데의 경우 핸드백 한 품목에서만 발생한 매출이 5901억6400만원으로, 소공점에서만 3396억7700만원어치가 팔렸다. 시계의 경우 3778억7900만원의 매출이 발생했으며, 소공점 한 곳에서만 1959억4500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주류의 경우 1665억3300만의 매출 가운데 소공점은 27억3200만원으로, 인천공항점(1331억5500만원)에 크게 뒤졌다. 담배 역시 1915억5500만원의 매출 가운데 소공점은 47억7200만원, 인천공항점은 1635억8000만원으로 격차가 35배에 달했다. 주류와 담배의 경우 해외로 출국하는 여행객들이 인천공항점을 선호한 까닭으로 풀이된다.
 
호텔신라도 사정은 같았다. 핸드백 단일 품목에서 3115억7500만원의 매출을 올린 가운데 서울점에서만 1355억2900만원을 기록했다. 시계 또한 2470억5800만원의 매출 가운데 서울점 매출은 1399억3700만원으로 나타났다. 고가의 해외 명품이 주를 이루는 핸드백과 시계 매출이 서울 시내점에 집중된 결과다.
 
◇핸드백·시계 등 고가품목, 해외 명품 '싹쓸이'
 
이를 또 다시 브랜드별로 뜯어보면 해외 명품의 득세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호텔롯데의 간판인 소공점의 지난해 핸드백 판매 1위는 루이비통(LVUITTON)으로 무려 722억8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어 MCM(토산·663억4300만원), 샤넬(CHANEL·559억7400만원), 프라다(PRADA·488억9900만원), 에르메스(HERMES·200억원4400만원), 베네타(B.VENETA·191억6500만원), 디올(C.DIOR·186억4200만원), 구찌(GUCCI·170억9300만원), 코치(COACH·109억1500만원), 펜디(FENDI·103억22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상위 10위 브랜드 가운데 국산은 MCM이 유일했다.
 
호텔롯데 소공점의 시계 판매 1위는 스위스 명품 롤렉스(ROLEX)로, 517억91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까르띠에(CARTIER·426억8200만원), 오메가(OMEGA·338억5900만원), 론진(LONGINES·147억8400만원), 예거르쿨트르(JAEGERLECOULTRE·116억9700만원), 샤프하우젠(IWC·101억4400만원), 티쏘(TISSOT·100억900만원), 피게(A.PIGUET·75억2700만원), 태그호이어(HEUER·69억3000만원), 튜더(TUDOR·65억2300만원) 순으로 상위 10위권을 형성한 가운데 국산은 전무했다.
 
호텔신라 서울점 역시 루이비통(LVUITTON·269억45만원)이 지난해 핸드백 판매 1위를 기록한 가운데 MCM(토산·259억7000만원), 프라다(PRADA·191억5400만원), 샤넬(CHANEL·174억5900만원), 에르메스(HERMES·139억원83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호텔롯데 소공점과 비교해 프라다와 샤넬의 순서만 바뀌었을 뿐, 매출 상위 5위권에 이름을 올린 브랜드는 동일했다.
 
호텔신라 서울점에서의 시계 판매 1위는 호텔롯데 소공점과 마찬가지로 롤렉스(ROLEX·354억3500만원)가 차지했다. 이어 오메가(OMEGA·303억6800만원), 까르띠에(CARTIER·236억9000만원), 론진(LONGINES·149억원), 예거르쿨트르(JAEGERLECOULTRE·84억5400만원) 순으로 조사됐다. 호텔롯데 소공점과 비교해 까르띠에와 오메가의 순서만 변동이 있었을 뿐, 국산 브랜드는 단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호텔롯데 소공점과 호텔신라 서울점을 비롯해 전국의 모든 면세점은 핸드백과 시계에서 보듯 고가의 해외 명품 브랜드로 진열장을 채웠다. 국산은 경쟁력 있는 화장품을 제외하고는 기껏해야 홍삼 등 건강식품과 담배, 일부 전자제품이 전부였다. 특히 서울 시내 면세점의 경우 해외 명품에 대한 의존도가 한층 높았다. 홍종학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롯데·신라·SK·신세계) 면세점 전체 매출의 무려 69%가 해외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면세점 국산품 비중이 지난 2010년 16.83%에서 올해 6월 기준 37.02%까지 높아졌다는 점이 위안이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중국과 일본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고, 이들이 국산 화장품과 핸드백, 전기밥솥 등을 선호하면서 일어난 수동적 변화다. 홍 의원은 “면세점 사업을 통해 재벌 대기업과 해외 명품 브랜드만 배를 불리고 있다”면서 “면세점 사업은 본래의 취지대로 지방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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