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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모로우)4년제 나오고 다시 전문대로…취업난에 '유턴 입학생‘ 급증세
올해만 1300명 넘어…선호도 1위는 간호학과
2015-09-23 15:47:33 2015-09-23 15:47:33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전문대로 돌아가는 일명 ‘유턴 입학생’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청년 취업난이 빚어낸 현상으로 대학 졸업 후 전문대로 유턴한 학생은 올해만 해도 1300명이 넘는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조사한 전문대 유턴 입학생 현황에 따르면 2012년 1102명이었던 그 수는 2013년 1253명, 2014년 1283명, 2015년 1379명으로 3년 새에 25%나 증가했다.
 
이들 유턴 입학생이 선택한 전공은 비교적 취업률이 높다고 알려진 ‘간호학과’가 대다수였다. 이같이 유턴 입학생이 늘어나는 데에는 4년제 대학보다는 전문대를 졸업하는 것이 취업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아교육과나 물리치료과처럼 의료·복지 분야 학과도 인기가 높다. 그 밖에는 취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알려진 사회복지과 생명환경화공과 안경광학과 치위생과 협동조합경영과도 상위 4~5위를 매번 차지하고 있다.
 
2012년 5.3%포인트 차이를 보였던 전문대와 일반대의 취업률 격차는 매년 점점 벌어져 2013년 6.5%포인트, 2014년 8.4%포인트 차이까지 이르고 있는 상태다.
 
서울 노량진의 한 재수학원 관계자는 “명문대 재수생들의 경우에는 교대같이 취업이 잘되는 학과로 바꾸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사실상 이들에게는 취업이 안되는 학과라면 서울대라도 의미가 없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한 예로 4년제 대학의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A씨는 올해 전문대 유아교육학과에 신입생으로 들어갔다. 졸업 후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던 중,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꿈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의 입학동기생 10% 정도는 A씨처럼 4년제 대학을 졸업했거나 중도에 그만두고 입학한 경우라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단 50일을 남겨둔 상황에서 초조해 하는 것은 비단 고3 수험생뿐만이 아니다. 고학력에 남부러울 것 없는 명문대를 입학했던 학생들도 결국 취업의 문턱을 넘지 못해 다시 수능참고서를 꺼내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재수학원들 내에서는 비교적 나이가 많은 재수생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실제로 한 재수학원에서는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한 한 학생이 다시 수능공부를 하는 경우도 목격할 수 있었다.
 
나이 40을 넘긴 그는 한의대를 목표로 아침 7시에 시작해 밤 11시에 끝나는 고단한 일정을 다시 감내하고 있다. 같은 학원에 다니는 또 다른 학원생 역시 카이스트 대학원을 나와 한의대를 준비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인근 다른 재수학원에서도 명문대 졸업생들이 흔하게 눈에 띈다.
 
이 학원에서도 서울대를 졸업하고 온 학생들이 비교적 취업이 안정적인 교대를 목표로 다시 재수반열에 뛰어들었다. 취업이 수월한 학과로 다시 입학하고자 하는 것으로, 사실상 청년 취업난이 빚어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전문대로 유턴하는 경우는 경제적 부담을 그만큼 가중시킨다. 지난 4년간 4년제 대학 졸업생 5000명이 전문대로 입학하면서, 추가로 들어간 학비와 생활비 등은 총 1600억원 상당으로 추산된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취업난 속에 4년제 대학 졸업생의 전문대 유턴이 매년 증가하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는 청년취업문제와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기 위해 근본적인 청년취업난해소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수능시험을 1달여 앞둔오후 대전 서구에 위치한 한 재수학원에서 학생들이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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