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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여력 없어 투자 못한다? 곳간은 불어나
2015-09-02 07:00:00 2015-09-02 07:00:00
재벌 그룹들은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과 재무 사정을 이유로 투자의 이행 미진을 설명하지만 곳간은 불어만 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 등 인프라 접근이 아닌 실질적인 투자처를 마련해 주는 것이 본질적 해결방안이라고 제시한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의 사내 유보금은 올 1분기 말 기준 710조3002억원으로, 1년 사이 38조2378억원 급증했다. 특히 삼성, 현대차 등 5대 그룹의 유보금은 503조9378억원으로, 같은 기간 38조6067억원 증가했다. 삼성 유보금은 17조9310억원 늘어난 232조6479억원으로, 30대 그룹 중 최대 규모다.
 
회장 부재를 이유로 투자에 난색을 표명해온 SK도 4조9184억원 늘어난 70조3082억원을 기록했고, 짠물 투자로 유명한 롯데도 1조2949억원 증가한 44조307억원으로 집계됐다. 김승연 회장의 사면이 좌절된 한화도 1조2638억원 증가한 12조2850억원에 달했다. 한화는 그간 김 회장의 공석을 이유로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 대외적 투자발표를 꺼려했다.
 
땅콩회항 파문에 휩싸인 한진이 8490억원, 이재현 회장의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는 CJ가 3695억원, 전임 회장의 비리로 벌집이 된 포스코가 3129억원 늘었다. 조석래 회장의 재판과 차남의 폭로로 창립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한 효성도 2752억원 늘었다.
 
반면, GS와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동부, KT 등 실적이 악화된 8개 그룹의 유보금은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3조원대 대규모 손실을 입은 현대중공업은 2조5183억원 급감했다. 재무구조 개선 약정 대상에 오른 동부 역시 감소액이 1조1697억원에 달했다. KT도 8662억원 줄었다. 이밖에 대림(4636억원), GS(3778억원), 동국제강(2523억원), 대우조선해양(1548억원), S-Oil( 1335억원)이 각각 유보금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금액도 줄어들고 있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전체 대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금액은 89억9000만달러(약 10조58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2.4% 감소했다. 앞서 2013년 247억5200만달러(약 29조1300억원)에서 2014년 224억2300만달러(26조3900억원)로 감소한 추세와 궤를 같이 한다. 수출입은행은 보고서에서 "대부분 지역에서 투자가 감소하는 추세"라며 "아시아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북미는 광업 중심으로 투자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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