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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프랜차이즈 본사가 몰락하는 5단계
이창용 프랜차이즈 ERP연구소 소장
2015-08-27 15:14:06 2015-08-27 15:14:06
프랜차이즈 업종 규모에 따라 입점 가능 매장이 50개 또는 100개가 되는 시점에서 본사들은 성공에 도취된다. 이때부터 프랜차이즈 본사는 점점 퇴보의 길로 접어든다. 하지만 이 시기에 성공하는 리더들은 오히려 ‘내가 혹시 운이 좋아서 잘된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기업의 성공을 스스로 과소평가한다면 계속 추진력을 얻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손해 날 일은 없다. 허나 정말 운이 좋아 지금껏 성장세를 유지해온 기업이라면 거만한 태도는 바로 몰락으로의 첫 입문을 의미한다.
 
잘나가는 프랜차이즈는 더 많은 매출과 매장을 내고 싶어 한다. 게다가 몰락의 첫 단계를 지난 이 기업은 이미 성공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때문에 몰락의 2단계에 접어든 기업은 원칙 없는 가맹점 확장을 추진한다. 과거 한 번도 몰두하지 않았던 분야, 경쟁상대보다 비교우위가 없는 분야에 투자를 한다. 물론 기업에 도전과 모험 정신은 중요하지만 자사의 핵심역량을 무시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투자 후 3단계에 접어든 기업은 내부에서 위험 신호가 오지만 외부에서 볼 때 여전히 건재해 보인다. 다소 실적이 부진하다 해도 ‘일시적인 것’이라고 평가하기 쉽다. 이 무렵 리더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고객의 불만 사항 등 부정적인 데이터를 봐도 그 경고를 과소평가한다. 대신 긍정적인 데이터나 결과에만 관심을 보이고 집중한다. 이쯤 되면 높은 성과를 내며 활동했던 기업 내 드림팀은 해체되거나 사라지기도 한다.
 
이제 기업이 흔들리는 모습이 드러나는 4단계에 접어든다. 이 때 리더의 반응 여부는 매우 중요한 이슈다. 리더는 검증되지 않은 전략, 급진적인 개혁, 혁신적인 제품, 기업문화의 변화 등 허둥지둥 만병통치약을 찾게 된다. 이런 시도는 처음에는 그럴듯해 보이나 효과는 오래가지 못한다. 물에 빠졌을 때 가만히 있으면 뜨게 마련이지만 허우적거리다 보면 점점 깊이 빠지는 것 처럼 프랜차이즈기업 역시 차분하게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리스크 관리도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해야 하며 냉정하게 무엇을 하면 안 될지를 따질 때다.
 
5단계에 들어선 프랜차이즈 본사는 급여가 밀리는 등 재무상황이 악화되면서 회생 의지를 잃는다. 어떤 CEO들은 기업을 매각해 버리며, 어떤 기업은 업계에서 그저 그런 회사로 전락한다. 극단적인 경우 기업의 수명이 다한다.
 
짐 콜린스는 4단계에 접어든 기업이라도 회생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조언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 최대의 백화점 프랜차이즈기업 노드스트롬이다. 뛰어난 고객 서비스를 앞세워 20세기 가장 위대한 소매회사로 명성을 누렸지만 1990년대 꾸준히 하향세를 그리다 2000년 큰 폭의 매출 감소를 겪는다.
 
하지만 노드스트롬은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성공의 고객서비스, 판매직원의 전문화에 다시 초점을 두고 모든 사업부의 전사적 자원관리(ERP)시스템을 개선하면서 힘차게 회복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오히려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을 늘리며 2006년 다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노드스트롬뿐 아니다. 월마트, 맥도널드, 스타벅스, 디즈니랜드, 나이키 등의 공통점은 최소 한 번은 몰락 위기를 경험한 기업들이라는 것이다. 진정한 1등 기업은 어려움이 없는 기업이 아니라 위기에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기업이다. 더 나아가 위기를 겪고 더 강해지는 기업이다.
 
이창용 프랜차이즈 ERP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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