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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과 발레로 빚어낸 '프렌치 시크'
대관령국제음악축제, 30일 아시아 초연작 <비가 올 확률> 등 선봬
2015-07-31 09:44:01 2015-07-31 09:44:01
[평창=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대관령국제음악제가 어느덧 막바지로 향해 가는 가운데 30일 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저명연주가시리즈의 9번째 무대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올해 축제 주제는 '프랑스 스타일(French Chic)'이다. 출중한 연주실력을 지닌 연주자들을 대거 초청해 열리는 저명연주가시리즈 역시 이 주제에 맞춰 세련된 아름다움을 표방하는 콘서트로 진행됐다. 비단 프랑스 작곡가의 곡에 한정하지 않고 고전부터 현대음악까지 다양하게 훑으며 프랑스 스타일의 내적인 측면에 초점을 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날 저명연주가 시리즈 공연 1부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곡 엘레지 E플랫 단조에 맞춰 리암 스칼릿이 안무한 발레작품 <비가 올 확률>의 아시아 초연으로 시작됐다.
 
죽음의 노래라는 뜻의 '엘레지'가 제목으로 붙은 라흐마니노프의 이 피아노곡은 도입부부터 서정적인 분위기로 압도하며 우수에 젖게 하는 곡이다. 피아니스트 김다솔의 섬세한 연주가 라이브로 펼쳐지는 가운데 아메리칸발레씨어터 수석무용수 서희와 솔로무용수 알렉산드르 암무디가 첫 무대에 올랐다.
 
30일 저명연주가시리즈에서 라흐마니노프의 엘레지에 맞춰 리암 스칼릿이 안무한 <비가 올 확률>을 공연 중인 피아니스트 김다솔(왼쪽)과 무용수 서희, 알렉산드르 암무디(사진제공=대관령국제음악제)
 
검정 셔츠 차림의 서희와 검정 바지 차림의 알렉산드르 암무디는 아련하고 섹시하면서도 애상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춤으로 유감 없이 기량을 펼쳤다. 발레의 기교적인 측면보다는 새로운 움직임의 창작에 초점을 맞춘 안무에 따라 우아하면서도 애상적인 2인무를 선보였다. 아직 한여름이지만 군데군데 코스모스가 피기 시작하는 평창의 분위기와도 어우러지는 느낌이었다.
 
이어 포레의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 메시앙의 <검은 티티새>가 차례로 연주됐다.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나온 플루티스트 타라 헬렌 오코너는 링컨센터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 소속 연주가로 세계 유명 실내악 축제에 참가하는 저명한 연주자다. 두 곡의 피아노 협연은 모두 김다솔이 맡았다.
 
오코너는 포레의 곡에서 묘한 단조의 분위기와 밝고 명랑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오가며 자유로운 형식을 추구하는 환상곡 특유의 묘미를 살려냈다. 또 <검은 티티새>의 경우 어딘가 비밀스러운 듯하면서도 동물 특유의 예민한 감각으로 쉴새 없이 지저귀는 티티새의 모습을 탁월하게 묘사했다. 특히 트릴, 트레몰로 등을 구사하다가 마지막에 새가 저멀리 날아가는 듯한 느낌까지 훌륭히 묘사해내며 곡에 진한 여운을 남겼다.
 
다음으로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와 하피스트 라비니아 마이어가 무대에 올라 생상스의 바이올린과 하프를 위한 환상곡을 연주했다. 특히 라비니아 마이어는 정열적인 태도로 임하며 하프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음역의 폭과 세기가 하피스트의 손 끝에서 정확하게 통제되는 모습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권혁주가 선사하는 바이올린의 매끄러운 선율 속에서 마이어의 유연한 글리산도와 정열적이고도 선명한 하모닉스 주법이 돋보였다. 부드러움에 내재된 강인한 힘을 보여주는 프랑스 살롱 음악에 관객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30일 저명연주가시리즈에서 차이코프스키의 피렌체의 추억 중 아다지오 칸타빌레에 맞춰 제임스 쿠델카 안무의 <잔인한 세상>을 공연한 서희와 알렉산드르 암무디(사진제공=대관령국제음악제)
 
1부의 마지막 프로그램은 차이코프스키의 피렌체의 추억 중 아다지오 칸타빌레에 맞춰 제임스 쿠델카가 안무한 <잔인한 세상>이었다. 서희와 알렉산드르 암무디가 현대적인 느낌의 무채색 복장으로 다시 한 번 무대에 올랐다. 이 작품은 캐나다 안무가 쿠델카가 차이코프스키의 곡 피렌체의 추억 중 아다지오 칸타빌레를 바탕으로 안무했다. '잔인한 세상'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어딘가 지쳐있으면서도 애잔한 느낌을 자아내는 발레와 음악이 진한 페이소스 자아냈다. 특히 바이올리니스트 폴 황, 권혁주, 비올리니스트 헝-웨이 황, 석지영, 첼리스트 정명화, 박상민의 연주는 짧은 곡임에도 불구하고 곡에 대한 명확한 해석으로 관객의 귀를 사로잡았다.
 
중간휴식 후 시작된 2부는 모차르트 현악 5중주 C장조 K.515로 꾸며졌다. 연주자로는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필립스와 폴 황, 비올리스트 막심 리자노프와 이선주, 첼리스트 고봉인이 무대에 올랐다. 모차르트의 현악 5중주곡에서 가장 뛰어난 곡 중 하나로 꼽히는 이 곡은 낭만주의적 화성을 바탕으로 각각의 악기들이 화려한 기교를 선보인다. 쟁쟁한 연주자들이 빚어내는 5중주는 늦은 밤까지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올해로 12회를 맞은 대관령국제음악제는 정명화, 정경화 예술감독이 주관하는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축제다. 저명연주가시리즈의 경우 이제 4회를 남겨두고 있다. 이 밖에도 연주자 시리즈, 마스터 클래스, 영상 음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객을 만난 후 내달 4일 폐막한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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