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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렌드)러시아, 경제제재 타개 위해 아시아 원유 수출 늘릴 듯
"경제제재·저유가 대응 차원…천연가스, 판로 확대 쉽지 않을 듯"
2015-07-27 06:00:00 2015-07-27 06:00:00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8일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의 러시아 우파 정상회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AP·뉴시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아시아 지역에 대한 원유 수출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경제 압박에 따른 경기 침체와 저유가 등에 대한 자구책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초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진 뒤 서방의 투자가 끊기면서 2008년 이후 체결한 석유·가스 관련 프로젝트를 중단한 상황이다.
 
일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 자원기구(JOGMEC)가 최근 작성한 '세계 석유·가스 개발 정세를 좌우하는 3국의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석유 수출에서 대 아시아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12년 20%에서 2014년 30%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량 증가는 무엇보다 지난 2012년 '동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ESPO)'을 개통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중동부 시베리아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한국·중국·일본·미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로 수출하기 위해 길이 4739km의 파이프라인을 완공했다. 송유관의 수송능력은 연간 5800만톤이며 향후 8000만톤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대 아시아 지역에 대한 수출도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일본은 코지미노항에서 상당량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도 러시아산 석유를 들여오고 있다. 특히 러시아산 원유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ESPO 송유관 건설에 필요한 자금 제공뿐만 아니라 상류부문 사업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최근 중국을 방문해 "중국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겠다"며 관련 사업에 적극 협력할 뜻을 내비쳤다.
 
보고서는 러시아가 유전개발에 나서기 위해서는 아시아지역의 투자와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로즈네프트가 시베리아 지역에 보유하고 있는 대형 유전 반코르(Vankor)의 경우 1000억달러(한화 117조400억원)가 필요하지만, 현재 유치한 투자금은 200억달러(23조4000억원)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반코르 유전은 향후 2025년까지 생산량이 2500만~5300만 톤으로 늘어날 수 있지만 로즈네프트가 경제 제재 조치로 투자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중국과 인도 등 비서방 지역에서 자금 유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상류부문에 대한 진출 기회를 아시아 회사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러시아 정부의 정책과 기업의 전략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천연가스 수출은 석유수출 만큼 진전을 보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러시아는 올 하반기 대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 감소로 수출액이 30%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영 가스업체인 가스프롬이 재정적 위기에 놓이는 후폭풍이 예상된다. 보고서는 "유럽에 대한 수출량 감소로 가스프롬이 재정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다"면서 "당초 계획한 대로 중국과 아시아로 천연가스 판로 확대를 실현할 수 있을지 지금으로선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중기 전망은 국제유가에 좌우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 정부는 유가를 배럴당 60~70달러 수준에서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요 국가들이 배럴당 50~60달러를 제시한 것보다 국제유가를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저유가 지속으로 인해 러시아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보고서는 "러시아 정부가 배럴당 60~70달러대 수준의 유가를 벤치마크로 삼아 정책 결정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있다"면서 "저유가 상황 지속으로 러시아 경제는 올해와 내년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최근 국제유가 급락에 따라 러시아 경제는 내년에 경기침체(Recession)에 진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경제 제재가 장기간 계속될 경우 석유 생산량이 5~25% 정도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하고 있다.
 
보고서는 "시장과 정치적 변화에 따라 러시아가 아시아 지역으로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면서 "다만 천연가스는 판로를 확대하는 데 석유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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