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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손님', 약속에 대한 광기적 동화
2015-07-08 15:03:39 2015-07-08 15:03:39
독일의 작은 도시 하멜른은 쥐가 많아 골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초췌한 차림의 낯선 남자가 이곳을 방문한다. 그는 시장에게 금화 천냥을 받고 도시의 쥐들을 모두 없애주기로 한다. 그가 마법 피리를 불자 숨어있던 쥐들이 뒤따르기 시작했고, 그는 강가로 가서 쥐들을 물에 빠뜨려 버린다. 하지만 시장은 약속한 돈의 일부만 주고 이 남자를 내쫓는다. 얼마 후 그는 다시 도시에 나타나 피리를 불었고, 이번에는 도시의 아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남자는 130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도시를 떠나버렸다.
 
여기까지가 독일의 도시 하멜른에서 내려오는 전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동화인 '피리 부는 사나이'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 영화가 나왔다. 9일 개봉하는 '손님'이다. 악사 우룡(류승룡)이 아들과 함께 서울로 가던 길에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산골 마을에 우연히 들어서게 되고, 이곳에서 피리를 불어 쥐들을 쫓아내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한국전쟁 직후가 시대적 배경이다.
 
판타지 호러물을 표방한 '손님'의 이야기 전개 방식은 친절하지 않다. 산골 마을을 둘러싼 비밀에 대한 시시콜콜한 설명이 생략된 채 극의 초반이 진행된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뭔가 대단한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한 마을 사람들의 표정과 행동은 극의 긴장감을 높여준다.
 
하지만 친절하지 않은 방식으로 나열된 단서와 사건들이 하나의 결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는 못한다. 극 전개 과정에서의 세밀함이 부족하다. 류승룡, 이성민, 천우희, 이준 등 연기력이 이미 검증된 배우들이 출연함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이유다. 보여주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정작 보여줘야 할 것은 보여주지 못한 듯한 인상을 주는 작품이다.
 
모티프가 된 '피리 부는 사나이'의 주제는 약속의 중요성이다. '손님' 역시 약속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 했다. 그러나 완성된 영화는 '광기'에 대한 이야기에 더 가깝다. 류승룡은 아들에 대한 사랑에, 촌장과 마을 사람들은 생존에 미쳐 있다.
 
실력 있는 배우들의 인상적인 연기를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극의 짜임새가 부족했다. 15세 관람가 영화다. 하지만 쥐를 싫어하는 관객이나 여성 관객의 입장에서는 쥐떼의 잔인한 습격이 보기 불편할 수도 있다.
 
-한줄평: 잊지 못할 쥐떼의 습격
-토마토 평점: 6.8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
 
◇영화 '손님'의 포스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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