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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손보 매각, 풀리지 않는 의혹들…관계도 정점에 대통령 일가
자본금 10억 자베즈 시총 2900억대 손보 '꿀꺽'…배경에 MG·대유
부산은행, 실사 끝 갑작스레 포기…롯데·SK도 '군침'만
2015-07-07 10:00:00 2015-07-10 10:46:05
그린손해보험(현 MG손해보험)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 2년이 지났지만, 인수과정에서 제기됐던 의혹은 하나도 풀리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그린손해보험을 둘러싼 새마을금고중앙회와 자베즈파트너스(이하 자베즈)의 밀월 관계 속에 박근혜 대통령 이름까지 거론된다.
 
자베즈가 구성한 자베즈 제2호 투자목적회사(이하 자베즈 사모펀드)는 2013년 2월 그린손해보험을 인수한다. 금융시장에서 이름조차 없던 자베즈가 그린손보의 새 주인이 되자 업계에서는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견실했던 중견기업 그린손보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적자에 허덕이다, 2012년 말 기준 원수보험료가 380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경영난이 심각했다. 특히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빚어진 글로벌 금융위기가 직격탄이 됐다.
 
그린손보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2012년 5월 예금보험공사로부터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다. 같은 해 7월 상장 폐지와 함께, 8월에는 매각 공고를 내게 된다. 새 주인 후보로 자베즈 사모펀드와 SM그룹이 떠올랐으나 최종 승자는 자베즈 사모펀드였다.
 
◇부산은행, 비밀리 실사 마치고 갑작스레 인수 포기
 
인수과정은 의혹투성이다. 앞서 2011년 중순 그린손보가 적자에 시달려 곧 매각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곳은 부산은행이었다. 부산은행과 그린손보는 부산에 기반을 둔 향토기업으로, 2008년 합심해 그린부산창투를 만들 만큼 경영진 간 교감이 많았다. 부산은행은 인수를 목적으로 3주간 은밀히 실사까지 벌였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전 그린손보 고위 관계자는 “부산은행 측과 이영두 그린손보 회장이 여러 번 만나 인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며 “비슷한 시기 롯데와 SK도 관심을 보였다”고 증언했다.
 
그런데 부산은행이 갑자기 인수 의사를 철회한다. 합당한 설명도 없었다. 정부가 종합손해보험업에 종사하는 기업을 삼성화재와 그린손보 등 10여개로 제한, 산업·금융자본의 무분별한 손보 시장 진출을 강력히 규제하던 상황에서 부산은행은 보험업에 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
 
부산은행의 인수 포기로 그린손보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렸고, 이즈음 자베즈의 설립자인 미국 국적의 박신철(39)씨가 이영두 그린손보 회장을 찾아와 관심을 보인다. 2009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자베즈는 그해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든 전력이 있지만 자금력에서 한계가 극명했다. 자베즈가 그린손보에 관심을 보였던 2011년 당시 자본금도 10억5000만원 수준으로 미약하기 짝이 없었다. 당기순이익만 3000억원씩 내던 부산은행과는 자금력 면에서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이후 그린손보는 2012년 8월23일 정식으로 매각 대상으로 공고된다. 매각을 주관한 예금보험공사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그린손보 인수 대상자를 찾는다. 3개월 뒤인 11월12일 자베즈는 ‘자베즈 제2호 투자목적회사'를 꾸리고 예금보험공사로부터 그린손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다. 당시 자베즈 사모펀드의 출자금액은 1800억원으로, 이중 새마을금고가 400억원, 박신철씨의 삼촌이 회장으로 있는 대유그룹이 400억원, 대한예수교장로회 연금재단이 400억원을 출자했다. 교원인베스트(300억원)와 하나은행(200억원)도 투자자로 뛰어들었다.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자베즈파트너스의 사무실. 사진/뉴스토마토
◇자베즈 배경 놓고 의견 분분…그린손보 실 주인은 MG
 
자본금이 10억원대에 불과한 자베즈가 2008년 기준 시총 2900억원대의 그린손보를 인수하자 업계는 충격과 함께 배경을 놓고 갖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우선 사모펀드에 조성된 1800억원부터 이해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물론 현행 자본시장법에서는 사모펀드를 구성한 자베즈의 자본금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금융 전문가들은 "자본금이 10억원에 불과하고 눈에 띄는 인수 실적조차 없던 자베즈가 1800억원 가까이를 유치할 수 있었던 데는 다른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새마을금고와 대유라는 '큰 손'이 그린손보 인수전의 배경이 됐다는 주장이다. 실제 새마을금고는 MG손보의 사실상 주인이다. MG손보의 이름 자체가 새마을금고(MG)에서 따왔다. 또 MG손보의 지분을 100% 보유한 자베즈 사모펀드 내 최대 출자자다. 초기 400억원을 낸 새마을금고는 대유 지분까지 인수해 800억원대의 출자금을 모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MG손보의 지배구조는 새마을금고가 사모펀드에 상당한 자금을 출자했고 사모펀드가 그 돈으로 MG손보를 지배하는 방식"이라며 "사실상 새마을금고가 간접 출자라는 방식을 통해 MG손보를 인수·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린손보 소액주주 측도 "새마을금고를 단순 투자수익을 노린 재무적 투자자라고 보기에는 최초 출자금 자체가 많고 대유의 투자금을 인수한 이유가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다"며 "새마을금고법 등이 개정되면 새마을금고가 MG손보를 직접 취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MG, 투자수익률 보장했다"…당국, 손놓고 구경만
 
새마을금고가 단순 투자자가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은 또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새마을금고는 다른 투자자들에게 '연 6.5% 수익률을 보장할 테니 믿고 투자하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수익률 보장 약속은 자본시장법 위반사항이다. 새마을금고가 애초 펀드 구성에 깊게 관여하지 않았고 단순히 투자수익만 챙기는 게 목적이었다면 연 6.5%라는 구체적인 비율까지 내세우면서 투자자들을 끌어모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금융당국 조사를 받는 곳은 새마을금고가 아닌 자베즈다. 이에 대해 자베즈 측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입을 굳게 다문 채 일체의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베즈에 대한 징계는 펀드를 구성한 당사자에 대한 제재"라며 "자베즈에 대한 제재 수준이 확정되고 새마을금고의 위법 행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새마을금고를 관할하는 행정자치부 차원에서 새마을금고를 감사·징계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당국 설명은 그린손보 소액주주 측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자베즈 사모펀드가 투자자들에게 수익률을 보장하기로 약속했다는 소문은 이미 인수 이전부터 시장에 돌았는데 당시 금융당국과 행자부, 어디에서도 감사 등 일체의 제재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린손보 소액주주들은 수년 내에 드러날 문제점들이 당시 인수과정에서는 전혀 지적되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소액주주 측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나 그린손보 인수방법으로 쓰인 자산부채이전방식(P&A: Purchase & Assumption)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린손보 매각 과정 자체가 불투명하다"며 "매각을 주관한 예보, 이를 감독한 금융당국, 인수 주체인 자베즈 펀드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자베즈파트너스의 MG손해보험 인수관계도. 사진/뉴스토마토
 
◇박근혜 대통령까지…얽히고설킨 이해관계
 
일각에서는 그린손보 인수가 금감원 출신의 금피아와 정권 실세가 개입한 기획 인수라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자베즈 사모펀드의 그린손보 인수는 2013년 2월 최종 확정됐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18대 대통령에 당선된 지 불과 2개월여 직후다.
 
대유와 새마을금고에 대한 박 대통령의 관계를 되짚어 올라가면 의혹은 한층 커진다. 자베즈 설립자인 박신철씨의 삼촌으로 대유그룹을 이끌고 있는 박영우 회장은 박 대통령의 조카사위다. 당시 그린손보 매각을 주관한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박 대통령의 동생인 지만씨와 고교 동창이다. 또 당시 매각과정을 감독한 성인석 금감원 손해보험서비스 국장은 현 김성삼 새마을금고 신용공제사업 대표이사와 금감원에서 함께 일했다. 성인석 전 국장은 MG손보 초대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퇴직공직자취업제한 규정에 따라 부사장 취임 1년 만에 해임됐다.
 
그린손보 소액주주 측은 이런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그린손보 매각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마을금고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으로 있던 1963년 출범하며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부친의 뜻을 이어 제2의 새마을운동 필요성까지 제기한 바 있다. 때문에 새마을금고가 큰 손으로 인수전에 뛰어들고 투자 수익률까지 보장하며 강하게 밀어붙였다는 주장이다.
 
그린손보 경영진이었던 한 관계자는 "그린손보가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실 경영에 빠진 것에 대해 경영진의 책임이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지나온 인수과정을 보면 기획 인수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에 대해서는 반드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권력 배경 없이 이 같은 그림이 그려지고 실행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자베즈 측은 "그린손보를 적법한 절차 및 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예보부터 인수했다"며 "현 정권하고는 아무런 관계도 없고, 특혜를 받은 적 또한 없다"고 해명했다.
 
최병호·이순민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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