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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Go,Go)도시가 아니라 정원, 국가정원 1호 순천만정원
2015-06-04 06:00:00 2015-06-04 06:00:00
◇순천만의 풍경. (사진=이강)
 
순천 사람들은 모험을 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대한민국 생태도시 1번지를 외치며 순천만의 자연생태를 보전하기 시작한 지가 얼마나 되었을까. 2006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면서 본격화되었으니, 대략 10년쯤이 된 듯 싶다. 순천의 천자가 내 천(川)이 아니라, 하늘 천(天)자라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본디 '하늘 아래 순한 땅'인데, 이것이 하늘 아래 생명의 정원, 순천만정원으로 불리며 자연과 삶이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공존생태의 공간창출이라는 의미를 탄생케 한 것이다.
 
◇순천만정원. (사진=이강)
 
◇대한민국 생태도시, 순천만의 10년
 
그렇게 광활하게 펼쳐진 순천만이 아름다운 풍광 덕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밤낮없이 몰려들던 때가 1990년대 말부터이다. 사실 순천만 갯벌과 주변 습지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골재를 채취하기 위한 개발예정지였다. 하지만 순천시민들이 이를 막고 나서 2000년 초반까지 순천만 생태살리기에 앞장 선 것이 순천만의 자연이 지금까지 지켜져 오고 있는 이유가 된다. 그러나 2000년 초까지만 해도 순천만은 그저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아름다운 관광명소에 지나지 않았다. 용산전망대에서 올라 바라보는 S자 물길과 일몰의 풍경, 가을이면 붉게 순천만을 물들이는 칠면초 군락과 광대하게 펼쳐진 갈대의 황금물결은 자연이 그려내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으니까. 때문에 전국에서 사진 좀 찍는다고 하는 사진가들과 아마추어 사진동호회가 제일 먼저 순천만을 찾았고, 이후 지역의 대표적인 웨딩촬영 명소로 알려지며 예비신랑신부들, 또 버스를 가득 메운 관광버스가 사시사철 순천만을 찾아들었다.
 
그렇게 2000년도 초까지 몇 번의 봄과 여름, 가을겨울이 지나며 순천만은 더욱 유명해졌고, 사람들은 왁자지껄하게 순천만을 즐기며 행복해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순천만의 주인이 따로 있다는 것을 잘 알지는 못했다. 바람에 흔들이는 갈대들과 칠면초 군락지, 그리고 물길과 습지, 하늘과 바람이 부는 곳까지, 그 모든 공간은 뭇생명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이고 생명을 키우는 보금자리라는 것을, 또 한반도의 남녘을 찾아온 겨울 철새들이 잠시 쉬어가는 쉼터라는 것을. 그렇게 사람들이 밀려들자 순천만의 원주민인 뭇생명체들은 자신들의 삶터를 떠나기 시작했고, 몇 해를 지나자 순천만은 황량하고도 황망한 겨울을 맞이했다. 철새들은 순천만에 머무르지 않았으며, 하다못해 작은 뭇생명들과 뻘을 뛰놀던 짱뚱어도 사라지며 하나둘 개체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자연 본래의 생태적 의미를 상실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몇 해쯤이 지나서야 순천 사람들의 각성이 이어진 것은 놀라운 일이기도 했다. 특유의 순박한 심성으로 자연에 대한 태도와 반성이 이어졌다. 그리고 2007년부터 시와 시민 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순천만 살리기에 온 힘을 기울리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이 순천만의 생태를 어떻게 살리는 것이냐는 것이었다. 하나는 개발보다는 보전을 통한 생태관광지의 조성이었고, 또 하나는 배후 또는 연계 공간의 조성이었다. 이에 시는 2008년에 순천만 동천 양안의 농경지 100만㎡를 사들여 습지를 조성하고, 갯벌 인근 식당과 매점을 이전했다. 또 이듬해에는 순천만 습지 주변 전봇대 282개를 철거했다. 이외에도 철새지킴이 활동, 안정적인 서식지와 월동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일연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또한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순천만공원을 조성하여 순천만생태보전구역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이 머무를 대안공간을 조성하였다.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사진=이강)

◇우리나라 국가정원 1호, 순천만정원
 
이제 대한민국 생태도시, 순천만은 그렇게 옛 순한 땅으로 다시 돌아갔다. 순천만이 다시 살기 좋은 곳이란 것을 제일 눈치 챈 것은 사람도 세계적인 환경기구도 아닌 이 땅의 원주인이 작은 생명들과 철새들이었다. 다시 철새들이 먼저 날아들었고 해마다 그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1990년대 말까지 100마리가 채 안 됐던 순천만의 두루미류 월동 개체수는 지난 1월 1000마리를 넘어섰다. 이는 1996년 70여 마리가 처음 월동한 이래 15배나 증가한 수치다. 서해안을 따라 남하해 일본 규슈현 이즈미로 가던 두루미류의 개체들이 순천만에 그대로 머무르기 시작한 것이다. 순천 사람들의 꿈인 이른바 두루미류 새 1000마리를 품은 ‘천학 도시’의 꿈을 이루어 낸 것이다. 이에 순천시는 2023년까지 순천만 주변에서 내륙·연안습지 70만㎡를 복원하고 400㏊의 흑두루미 쉼터를 조성해 두루미류 월동 개체를 2000마리까지 늘리는 목표를 준비하고 있다.
 
그 때문일까, 얼마전 순천사람들이 그렇게 기대하던 좋은 소식 하나가 순천만에 날아들었다. 순천만정원이 오는 8월,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정원’이라는 이름을 부여받게 된 것이다. '도시가 아니라 정원'이란 슬로건을 내세운 것 역시 순천사람들의 무모한 용기일지도 모른다. 도시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정원'이라는 이름을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자연생태와 도시가 양립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던 수천사람들이 머리를 맞대어 찾은 답이 바로 ‘순천만정원’이다.
정원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는 또 다르다. 정원은 자연과는 오히려 대비되어지는 인공적 개념이 존재한다. 사람이 작정하여 손품을 들여야 하는 것이니, 이 또한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모순도 작용한다. 그래서 순천만정원은 최대한 순천만을 보호하고, 자연이 좋아할 만한 취지로 정성을 다해 손길로 꾸며졌다.
 
본래 정원이란 것이 사람의 입장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순천만정원은 자연의 입장을 고려해 꼼꼼한 손길로 만들어졌다. 나무 한 그루의 자리와 꽃들의 자리, 물길의 흐름과 바람의 통로, 자연의 품과 사람의 쉼을 모두 고려했다. 그러기 위해 잘못된 구조물과 자연지형을 해치는 것들을 헐어내고, 그 자리에 상처입은 자연에 대한 각성도 새겼다. 대한국민의 마음에 하나의 커다란 꽃뜰을 앉히는 공들임이기도 했다. 대한민국 생태도시 1번지에서 다시 ‘국가정원’ 1호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순천만. 우리나라의 환경생태의 상징으로 이제 ‘메이드 인 코리아, 순천만정원’이 지구별을 지키는 생명의 큰 뜰로 연연이 이어질 것을 기대해 본다.
 
이강 뉴스토마토 여행문화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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