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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짱)한동우와 윤종규, 창과 방패의 대결
한동우 "국내 1위 안주 않고 해외로"
윤종규 "아직 웃는 것은 이르다"
2015-06-02 06:00:00 2015-06-02 06:00:00
KB의 창은 신한의 방패를 뚫을 수 있을까. 어느 한 쪽을 창이나 방패로 나누는 것이 어폐가 있지만 최근 그들의 행보를 대변하는 말이다. 취임 반년이 지난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줄곧 '리딩뱅크 탈환'이라는 목표를 강조해왔다. 은행권 1위 신한을 겨냥한 직설 발언이다. 회계사, 최고재무책임자 출신으로 디테일한 숫자에 민감한 윤 회장의 의외의 모습이라는 말도 있지만 KB사태 이후 패색이 짙은 조직에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서라는 후문이다. 신한금융지주의 한동우 회장은 적장의 선전포고(?)에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해외로 눈을 돌리자"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국내 은행권 1위' '6년 연속 2조클럽' 타이틀에 취해 있다가는 한순간에 패자로 전락한다는 위기감때문이다. 금융업권의 판도를 뒤집으려는 이들의 경쟁에 동종 업계자들도 주목하고 있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리딩뱅크 '수성'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사진)은 정통 '신한맨'으로 불린다.
 
신한은행 창립멤버로 1982년 신한은행설립사무국으로 들어와 2007년 신한생명보험 대표이사 부회장, 그리고 2011년 신한지주 회장에 오르기까지 30여년 동안 신한금융에 몸담았다.
 
한 회장이 햇수로 5년째 이끌고 있는 신한지주의 실적은 성공가도다. 취임 첫해 순이익 3조원을 실현했고 지난해까지 한 회장이 이끄는 신한지주는 '2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면서 은행권 1위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신한지주는 2008년 이래 6년 연속 국내 금융권 순이익 1위라는 기록을 이어나갈 정도로 실적이 좋다.
 
업계에서는 특히 한동우 회장의 리스크 관리 역량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평소 한 회장은 "철저한 리스크 통제가 금융사 수익의 핵심이자 건정성의 척도"라고 강조한다.
 
한 회장은 2011년 취임 때부터 '따뜻한 금융'이라는 캐치프라이즈를 강조하면서 그룹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일조했다. 기술금융이 대표적이다. 2008년 금융위기 여파 이후 산소호흡기를 기고 있는 금융권에 '따뜻한 금융'은 낯설었다.
 
하지만 최근 기술은 있으나 신용등급이 낮아 고생하는 벤처기업들에 금융지원을 해줘 산업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취지의 기술금융에서 신한지주는 지난해 은행 혁신성 평가에서 8개 시중은행 중 최고점을 받았다.
 
한동우 회장은 올해 신년 메시지에서 "지난해 추진했던 전략 방향은 1~2년 안에 완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올해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 신한지주는 지난해 설정한 6대 전략 과제를 업그레이드해 시행하고 있다.
 
한 회장은 국내에 안주하지 말고 해외에 눈을 돌리자고 역설하고 있다. 그는 올해 그룹 순익의 10%를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창출한다는 비전 아래 계속해서 기존의 5대 핵심 시장(미국, 일본, 중국, 베트남, 인도)에서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신성장 기회 발굴과 차별화를 통해 글로벌 사업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키겠다고 강조한다.
 
주력계열사인 신한은행의 리딩뱅크 수성 여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그 일환으로 한 회장은 올 초 조용병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을 신한은행장으로 선택했다. 라인색이 옅은 조 행장의 선임은 신한사태로 인한 상처를 봉합하자는 차원에서 한 회장이 꺼내 든 카드라고 볼 수 있다.
 
한 회장과 신한사태는 빼놓을 수 없는 관계다. 신한사태가 잊고 싶은 과거지만 한 회장에게는 그룹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기회기도 했다. 다만 신한사태 그림자가 완전히 걷혔다고 보기는 힘들다. 올해 신한사태와 관련한 대법원 선고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또한 최근 신한은행이 주채권 은행을 맡았던 경남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도 한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시민단체가 신한은행의 경남기업에 대한 워크아웃 문제와 관련해 한 회장과 서진원 전 행장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 여러번의 금융위기에도 쓰러지지 않고 승승장구한 '관리의 신한'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연임에 이어 올해부터 한 회장이 조용병 행장 선임을 포함한 자회사 새판짜기에 나선 것은 앞으로의 경영 방향에 대해 책임이 그만큼 무거워졌다는 것"이라며 "올해에도 잇따른 외부 문제를 어떻게 잘 해결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쥐만 잘잡으면 된다' 흑묘백묘로 명성 탈환 
 
요즘 윤종규 KB금융(105560)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사진)의 얼굴이 폈다. 1분기 실적(당기순이익)이 6050억원으로 신한지주(5921억원)를 제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이후 합격 성적표를 받아든 윤 회장은 "아직 웃는 것은 이르다"고 말한다.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자는 뜻이다.
 
실제로 주력계열사인 국민은행은 과거 국민카드 분사 때 과·오납 법인세 4000억원에 대한 환급 판결로 올 초 1803억원의 법인세를 돌려받았다. 이 특별이익을 제외하면 실제 순익은 신한에 뒤지는 셈이다.
 
지난해 윤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리딩뱅크 탈환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첫 번째 작업으로 경쟁사 수장인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삼성맨인 유석렬 전 삼성카드 사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KB금융이 리딩뱅크 탈환에 얼마나 사활을 걸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덩샤오핑 전 중국 국가주석의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윤 회장은 취임 간담회에서 어떤 색깔로 KB를 입힐 것인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것이 수단일 뿐이지 색깔엔 관심이 없다"며 실용성을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은행은 2007년만 해도 은행권 사상 최대인 2조80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던 국내 1위 은행이었다. 그러나 각종 금융사고와 잦은 경영진 교체로 경쟁사에 리딩뱅크 타이틀을 빼았겼다. 지난해 KB금융의 순익은 1조4000억원 수준으로 1위 신한금융(2조811억원)에 한참 뒤쳐졌다.
 
윤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지지부진한 LIG손해보험 인수 작업도 마무리했다. 윤 회장이 새로 취임한 이후 LIG손보 인수에 대한 내부 의견이 갈렸다고 한다. 전임 회장이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무리하게 추진한 보험사 인수를 새 회장이 이어받아야 하는 것이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윤 회장은 LIG손보 인수를 자신감 회복의 계기로 보고 밀어붙였다. KB금융은 조만간 미국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로부터 미국법인 지주사 전환승인을 받아 6월 중에는 ‘KB손해보험’을 출범시킨다는 목표다.
 
윤 회장이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들은 아직 산적해 있다. KB사태의 책임을 지고 올 초 자진 사퇴한 정병기 국민은행 상임감사의 후임이 반년가까이 정해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외압설 등 여러 소문이 들리고 있다. 지주사 사장과 국민은행장 역시 공석으로 있다.
 
국민은행장을 겸임하고 있는 윤 회장은 조직이 안정될 때까지 지주사 사장은 물론 은행장도 선임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경영승계프로그램 역시 아직 미완성으로 남아있어 윤 회장은 새로운 이사회 멤버들과 함께 CEO 연임 우선권 등을 논의해야 한다.
 
전임 CEO들이 해내지 못했던 KB의 체질개선에서는 최근 성과를 보였다. 윤 회장은 취임 이후 국민은행의 최대 고민이었던 유휴인력 관리를 위해 노사협의에 돌입했으며, 지난달 임금피크제 개선과 희망퇴직 정례화를 이끌어냈다.
 
윤 회장은 희망퇴직에 따른 2분기 실적감소 우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생산성이 높아지면 중장기적으로는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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