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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성공하는 협동조합 더 많이 생겨야
2015-05-28 06:00:00 2015-05-28 06:00:00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
“이렇게 어려울 줄 알았다면 협동조합을 하지 않았을 걸...” 신생 협동조합의 이사장이나 책임자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이야기이다. 그 때마다 “혼자 살기도 어려운 세상에 함께 더불어 살려는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건 당연히 더 어렵다”며 말을 받아 준다.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이후 꾸준하게 새로운 협동조합들이 만들어져 7000개를 넘어 섰다. 협동조합에 대한 여러 조사결과에 따르면 신고한 조합 중 약 70%가 등기를 한다. 이 중에 70%가 실제 사업을 하고 있다. 설립 신고 후 사업을 운영하는 협동조합이 절반 정도다. 아직 설립 후 3년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경영에 도달한 성공한 협동조합의 비율을 추정하기는 어렵다. 올해 기획재정부의 전수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비관적인 우려처럼 10%의 협동조합만 살아 남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성공 비율을 추정하기는 어렵지만 현장의 협동조합들을 돌아보면 협동조합이 많은 분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소상공인들이나 비영리활동가 가운데 상당히 우수한 인재들이 속속 협동조합을 만들며 새로운 기회를 열어가고 있다. 그 희망이 잘 꽃필 수 있으려면 협동조합을 성공시켜야 한다.
 
어떻게 하면 협동조합을 잘 운영할 수 있는가? 협동조합들을 잘 관찰하다보면 될 것 같은 협동조합들은 이런 점들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인간적 유대가 있다. 조합원들이 협동조합을 만들기 전부터 수년간 관계를 맺어왔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한바다협동조합은 노량진수산시장에서 10년 동안 모임을 가진 2세 경영자들의 탄탄한 유대가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협동조합은 사람이 중심인 조직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유대가 튼튼해야 한다. 성급하게 협동조합을 설립할 것이 아니라 조합원이 될 만한 사람들과 함께 한솥밥을 먹으면서 유대를 쌓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사업모델이 있다. 협동조합은 사업체, 즉 기업이다. 조합원이 개인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을 협동조합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이 해야 하는 사업이 명확해야 한다. 세탁소협동조합들의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는 모피나 가죽옷을 세탁하는 특수세탁기계를 구입하고 이를 공동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 협동조합이 하는 사업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20초안에 사람들을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기술이 있다. 사업모델이 곧 성공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성공한 모든 기업은 나름의 기술이 있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설립주도자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공유하게 되기 때문에 설립주도자들은 특히 사업과 관련된 기술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미 사업을 하던 소상공인들이 만든 협동조합이 비영리활동을 하는 협동조합보다 성공가능성이 조금 높은 편이다.
 
넷째, 인내하는 지도력이 있다. 협동조합은 사람들이 모여 하는 일이다. 1인 1표의 민주적 운영이란 모두에게 같은 발언권이 있다는 거라서 처음에는 당연히 다양한 갈등과 격론이 벌어지게 되어 있다. 사람 맘이 내 맘 같지 않아도 이를 참고 조정하는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
새롭게 협동조합을 만들려는 분들은 네 가지 요건을 잘 따져보고, 잘 준비해서 성공하는 협동조합을 만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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