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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창업' 1석2조…수공예 배워볼까
SNS붐 타고 인기몰이, 취미가 직업으로 이어져
창업한다면 욕심 버려야…자격증 사기 피해도
2015-05-05 16:28:36 2015-05-05 16:28:36
우리나라 직장인 중 행복한 사람은 적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013년 발표한 직장인 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55점이었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업무시간 2163시간으로 OECD 국가 중 2번째로 오래 일한다. 그 만큼 휴식 등 개인시간은 적다.
 
긴 근무시간에 대한 보상은 부족한다. ‘사람인’ 조사에서 휴일 근무자 53%는 특근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의 장점이었던 안정성은 약해지고 있다.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들도 정기적으로 정리해고를 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들이 해고를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해고 요건을 완화해주려고 하고 있다.
 
꿈도 희망도 잃어가는 직장인에게 탈출구는 없을까? 유통 구조가 변하고 소비자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취미로 배운 수공예가 대안이 되고 있다.
 
'플로랑' 공방에서 한 직장인이 프리저브드플라워 원데이 클래스 수업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취미로 배운 수공예로 창업·겸업
 
김선미씨(33세)는 작년까지 대기업을 다니는 직장인이었다. 예쁜 물건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손재주가 많았던 김 씨는 취미로 시들지 않는 생화 ‘프리저브드 플라워’ 수업을 받았다.
 
김 씨는 틈틈히 만든 작품들을 블로그, SNS 등에 올렸다. 작품을 보러 오는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작품 구매를 문의하거나 제작 방법을 가르쳐달라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취미가 사람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김 씨는 회사에 사표를 냈다. 그리고 ‘프리저브드 플라워’ 작품을 전문으로 만드는 ‘플로랑’ 브랜드를 만들었다. 퇴직금으로 뚝섬유원지 부근에 공방도 차렸다.
 
김 씨는 “취미로 사람들을 가르치는 일이 재미있었다. 또 회사에 맞춰서 하는 일보다 창작하는 일이 적성에 맞았다”며 “더 잘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일인 것 같아 창업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배운 취미로 창업을 하고 직장은 그대로 다니는 경우도 있다.
 
노지혜씨(35세)는 건설 관련 회사에서 실무를 맡고 있다. 노 씨는 틈틈히 소이캔들, 디퓨저 제작 방법을 공부했다. 자신이 원하는 향기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전문가 수준이다.
 
노 씨는 틈틈히 제품을 만든다. 카카오스토리에서 ‘로지캔들’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노 씨는 “반복되는 생활이 지겨워서 새로운 걸 배우고 싶었다. 소이캔들 브랜드 제품을 사용했었는데, 내가 원하는 향으로 만들 수 있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수공예 작가, SNS 인기스타
 
과거에는 취미를 직업으로 발전시키기 어려웠다. 홍보, 판매망 등 제약이 많았다. 인터넷이 대중화된 후에도 이런 어려움은 해소되지 않았다. 온라인에서도 홍보의 중요성은 여전히 높았다. 유명 브랜드와 자본을 가진 대형 유통업체에 의존해야 했다. 브랜드가 약하고 자금이 없는 개인이 취미만으로 사업을 하기는 어려웠다.
 
변화를 가져온 것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전이다. 많은 수공예 작가들이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등에서 활동하면서 팔로우들을 확보하고 있다.
 
제품 디자인, 품질이 좋으면 SNS에서 제품에 대한 정보가 퍼져나간다.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SNS에서 연결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존 광고보다 효율이 더 높다.
 
예를 들어 직접 만든 웨딩 관련 제품을 SNS에 올리면, 결혼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제품 정보가 퍼져나간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화되고 소비 의식이 변한 것도 취미로 창업을 하는데 유리한 환경이다.
 
과거에는 단지 가격이 싼 유명 브랜드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반면 지금은 똑 같은 모양의 대량 생산 제품보다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제품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들은 물건을 구입할 때 가격보다 디자인 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취미로 책상·유리 제품도 '뚝딱'
 
다양한 취향을 반영하듯 취미로 배울 수 있는 수공예 종류도 많다. 앞에 소개한 프리저브드플라워, 소이캔들, 디퓨저는 일부에 불과하다.
 
가죽공예, 목공예, 유리공예, 인형제작 등을 가르쳐주는 수업들을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과거에는 전문직으로 여겨졌을 일들을 취미로 배울 수 있다.
 
재능이 있고 적성이 맞으면 취미로 시작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펼쳐진 것이다.
취미로 배우는 수공예 수업이 인기를 끌면서 과열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창업이나 취업에 큰 도움이 된다며 비싼 수업을 받도록 권유하는 것이다. 해당 수업을 이수하면 자격증, 이수증을 주는 경우도 있다.
 
창의성이 중요한 수공예 작품에서 이런 증명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바리스타 자격증 논란과 유사하다. 까페 창업 붐이 불면서 돈을 받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발급하는 교육 기관이 늘어났지만, 정작 까페 취업과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을 받았다.
 
창업을 생각하고 수공예 수업을 배우려는 사람이라면 욕심을 버릴 필요가 있다. 돈을 벌겠다는 욕심이 앞서면 자격증 장사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처음에는 자신의 적성에 맞는 업종과 필요한 것을 가르칠 수 있는 선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자격증 등을 주는 비싼 정규반 수업을 듣는 것보다, 가볍게 배울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를 먼저 들어보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  
 
김현우 기자 Dreamofan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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