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말뿐인 근로감독)①'열정페이' 감독 강화..'정책쇼' 지적
45명이 전국 책임..사업장 1%도 관리 못해
근로감독관, 임금체불 사건에만 매달려
2015-03-23 16:02:03 2015-03-23 16:02:03
◇패션업계에서 소위 '열정페이' 논란이 일어나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NEWS1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최근 열정페이 논란이 사회적으로 대두됐다. 기업들이 낮은 급여를 '열정'으로 포장한 것이 곪다 터진 셈이다. 논란이 심해지자 고용노동부에서는 관련 업종에 근로감독을 집중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도 형식적인 쇼라는 지적이다. 근로감독을 해야 하는 근로감독관들이 임금체불 사건에 모든 에너지가 소비되고 있어 정작 힘을 쏟아야 하는 현장 근로감독은 손 놓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뉴스토마토>는 이같은 고용부의 말뿐인 근로감독의 실상을 들여다보고 개선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
 
청년고용시장은 열정만 있으면 청년들에게 적은 급여만 줘도 된다는, 소위 '열정페이'(열정+Pay(급여)) 논란으로 시끄럽다. 기업과 사회는 더 낮은 급여와 더 많은 업무를 '열정'으로 포장해 청년들에게 강요하는 일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패션·제빵 업계 등에서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됐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광역 근로감독과를 신설해 사회문제로 제기된 인턴 견습생에 대한 도제식 고용관행을 보인 패션, 제과·제빵 업계와 인턴을 다수 고용하는 호텔·콘도 업체를 대상으로 기획 감독을 실시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마저도 보여주기식의 정책 쇼라는 지적이다.
 
23일 고용부에 따르면 광역근로감독과에 배치된 45명의 인원이 1분기 중에 패션, 제빵, 호텔 150개 사업장의 근로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패션, 제빵, 호텔 등 세 업종의 사업장은 2013년 기준 1만6684곳(호텔 630곳·제과점 1만5313곳·패션 741곳)이다. 고용부가 기획 감독을 실시하겠다는 150개의 사업장은 총 사업장 수의 약 0.9%에 해당한다. 1%도 되지 않는 사업장을 감독하면서 강화하겠다고 말하는 점이 '정책 쇼'라는 주장이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은 "실제로는 1%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근로감독을 하겠다는 쇼를 하기 전에 근본적인 문제인 근로감독관의 인력 충원 및 임금체불 건 등에 얽매인 처우개선을 먼저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인력없어 일회성 조사 그쳐.."감독 안하겠다는 거"
 
고용부가 신설한 광역근로감독과는 광역청 단위에서 만들어진 근로감독과다. 고용부는 각 지청에서 1~2명씩을 선발해 광역청 근로감독과에 투입시켰다. 고용부에 따르면 서울청이 10명, 중부청, 부산청, 대구청, 광주청, 대전청에 각각 7명씩 배치된다.
 
이는 총 45명의 인원이 전국에 있는 패션·제빵·호텔 업계의 사업장을 근로 감독한다는 것을 말한다. 근로 감독은 사업장을 일일이 방문해 근로자와 사업자들을 면담하고, 근로기준법을 포함해 노동법 전반에 대한 각종 관련 자료 및 위반 사항을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량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2인 1조로 운영된다.
 
이 보다 더 많은 인력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게 실무자들의 주장이다. 한 두 번의 겉핥기 식 조사가 아닌 여러 번의 조사가 있어야지만 기업이 경각심을 갖는다는 얘기다. 
 
고용부 지청의 근로감독관은 "45명이 기획 감독을 하겠다는데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근로감독관 수백 명의 인력이 현장에 나서 대규모로 사업장을 조사해야만 기업이 두려움을 갖는다. 사업장의 양과 조사의 질이 함께 받쳐줄 때 실효성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에서 제시한 150개 사업장은 총 사업장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100명 중 한 명 이하를 관리 감독하겠다는 의미다.
 
또 다른 고용부 지청의 한 관계자는 "1%도 안 되는 사업장을 감독하겠다고 정부가 나서는 것은 실무자가 봤을때 안 하겠다고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권창준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과장은 "이번 한 번에 모든 조사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시에 확대해서 더 넓은 범위에서 근로감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고용부)
 
◇근로감독관 대부분 "임금체불에만 매달려"
 
고용부가 근로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나서면서도 45명의 인력 밖에 배치하지 않은 것은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 그만큼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근로감독관이 임금체불 건에만 얽매여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2014년 12월말 기준 근로감독관의 현원은 1074명으로 실무인력은 954명이다. 고용부에 신고 되는 사건 수는 총 37만8880 건으로 근로감독관 1인당 연간 평균 사건 수는 397건이다. 1인당 연간 검찰 송치건수는 92건이다.
 
휴일을 제외하면 하루에 평균 한 두건 이상의 신규 사건을 한 근로감독관이 맡게 된다. 이러한 사건 중 대다수가 임금체불 건에 해당한다. 월급을 비롯해 퇴직금 등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신고 된 건수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체불 건수는 19만5783건으로 체불금액은 1조3194억원에 이르렀다. 고용부에 신고 되는 사건 중 50%가 넘는 사건이 임금체불 건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많은 경우 1인당 80개에서 100개의 사건을 동시에 맡고 있는 셈이다. 대다수의 근로감독관이 오롯이 임금체불 사건에만 매달리며 과다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 한 지청 근로감독관은 "우리끼리는 자조적으로 임금체불 감독관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이 임금체불 건에만 시달리고 있다"며 "지청에 따라 다르지만 많은 곳은 근로감독관 1인당 연간 450건에서 500건까지 처리한다. 임금체불에만 매달리고 있으니 현장을 방문해 근로 감독을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근로감독관의 인력충원을 요구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다. 
 
고용부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근로감독관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 빛을 볼 수 없는 구조에 놓여있다"며 "정부는 근로감독관의 인력을 충원해 근로감독관이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수미 의원도 "정부부처의 인력충원은 기획재정부의 허가만 있으면 쉽게 해결될 일"이라며 "정책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서민을 위한 정부라면 이 부분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속)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