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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 부장
2014-09-02 08:44:04 2014-09-02 08:48:42
[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지난달 23일 국내 대형 건설사 단체인 한국건설경영협회 회원사 대표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과거의 불공정 행위를 반성한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깊이 숙였다.
 
건설기업의 입찰담합 불공정 행위가 드러나면서 국민 불신을 초래하고 대다수 건설인의 자부심에 상처를 준것에 뉘우친다는 게 요지다.
 
건설사의 '입찰담합'은 오늘 일의 문제가 아니다. 대형 건설사들은 4대강, 경인운하, 호남고속철도 등 굶직한 국책사업 마다 담합에 가담했다.
 
물론 정부가 건설사의 담합을 묵인·조장하면서 방조한 것이 더 큰 문제다. 정부가 의지 없이 뒷짐을 지고 있을 때 건설사는불공정 행위를 통해 이득을 남기려 했다. 이는 곳 국민의 혈세를 두고 벌인 것으로 깊이 반성해서만 될일이 아니다.
 
대형 건설사들은 스스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투명한 시장 경쟁체제를 구축하고, 건설 경쟁력을 한층 높이는데 앞장서야 한다.
 
그렇다면 건설사의 해묵은 관행인 입찰담합은 왜 끊이지 않을까. 담합으로 사업을 수주해 적발이 돼도 과징금보다 이윤이 더 많을 뿐 아니라 소모적인 경쟁을 줄여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안정적으로(?) 공사를 나눠 업계를 보호 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공정거래위원회의 건설사 담합 적발 건수는 총 67건이다.
 
금액으로 환산할 때 관련 매출액은 16조5000억원이었으나, 이에 대한 과징금은 29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8%에 불과했다. 검찰 고발 역시 단 5건에 불과했다.
 
이 역시도 건설사가 과징금 가처분소송을 내고 받아들여질 경우 과징금 비율은 더 낮아진다.
 
<뉴스토마토>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최승섭 부동산·국책사업팀 부장(사진)을 만나 고질적인 병폐인 건설사의 입찰담합의 원인과 대안 등을 들어봤다.
 
- 건설사의 관급공사 입찰담합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 고질적인 관행에서 비롯된 병폐라고 생각한다. 이런 관행이 지속되는 이유가 뭔가.
 
▲ 우리나라의 경우 건설업을 보호산업으로 키웠다. 입찰담합이 많은 업종을 살펴보면 국외 회사가 참여하지 않는 업종에서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건설업의 경우 실적이나 규모 등을 까다롭게 평가하고, 다양한 기준이 마련돼 있어 국외 건설사들이 들어올 수 없는 구조다. 때문에 국내 건설사들이 보호장벽 속에서 성장하다 보니 서로 제살 깎아 먹기보다는 담합을 통해 파이를 나눠먹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담합을 통해 얻는 이윤이 과징금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짬짜미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과징금은 매출의 10%(공사에 대한 매출)를 부과하지만, 조사과정에 협력하거나, 재발방지 약속, 영업이익 적자, 기업회생절차, 과징금 납부 능력이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과징금이 많이 깎인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공정위가 적발한 건설담합 사건은 총 67건으로 이를 금액으로 환산할 때 관련 매출액은 16조5000억원이었으나, 과징금 부과는 1.8%인 2900억원에 불과했다. 이렇게 보니 담합을 누가 안하겠나. 사실 정부가 더 큰 문제다. 방조한 것이 크다.
 
◇2002-2012년 공정위 건설입찰 담합 적발 및 조치현황.(자료=경실련)
 
- 건설사 입찰담합을 뿌리 뽑기 위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해결책은.
 
▲담합을 막을 수 있는 완벽한 제도는 없다고 본다. 3~4년전 공정위에서 담합관리시스템을 만들어 3~4명이서 운영했는데, 건설사들이 뒤에서 담합하는 걸 어떻게 다 잡아낼 수 있겠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유야무야 된 것 같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아직 법이 나와있지 않고, 당장은 입찰제한제도가 있다. 만약 공공기관이 입찰제한을 걸면 건설사는 몇 개월간 관급공사 수주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매출에 막대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건설사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제재이기도 하다.
 
관급공사는 일년에 35조원 규모인데, 10위권 건설사의 경우 입찰제한에 걸리면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다. 최저가 입찰의 경우도 대형 건설사들은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다. 대형 건설사들이 하도급 업체에 '우리가 이번에 최저가로 입찰했으니 (이번에는)손해를 보고 다음에 물량을 주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하도급 업체들은 대형 건설사에 관리를 받기 때문에 상하관계가 뚜렷하다. 갑을 관계가 가장 심한 곳이 건설이다.
 
-그렇다면 하도급 업체들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건 어떤가.
 
▲그것보다 '직접시공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종합 건설사들은 장비하나 없이 공사를 수주해 하도급에 떠넘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꼴이다. 민간공사는 알아서 하되, 적어도 공공 공사의 경우 50%는 직원을 상시 고용하고 덤프든 레미콘이든 장비를 보유해 종합 건설사가 직접 시공하라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직접시공제가 자리 잡혀 있다. 솔직히 우리나라 대형 건설사들은 중간 브로커나 다름없다. 직접시공만 되도 많이 좋아질 것이라 본다.
 
-우리나라도 직접시공제의 일례가 있나.
 
▲참여정부 당시 전문 건설업체들과 직접시공제로 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2~3건 있는 것으로 안다. 전문 건설사들의 경우 신공법 등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적절히 50%씩 잘하는 분야를 나눠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으로 명시돼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50억 미만 공사만 직접시공이 가능하도록 범위를 규제해놨다. 반대로 직접시공을 50억원 이상으로 변경해야 한다. 그리고 직접시공제를 대기업이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건설업 평균 나이대가 50대인데, 만약 대기업이 직접시공에 나선다면 젊은층의 유입은 물론 직업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유도할 수 있다고 본다.
 
-건설업의 특성상, 건설 노동자를 모두 고용할 수 없는 것으로 아는데.
 
▲조그만한 건설사는 눈이나 비가 온다던지 공사가 없을 경우 노는 달이 있을 수 있지만, 대형 건설사들은 꾸준히 일이 있고, 설령 없더라도 건설 노동자들의 수준 향상을 위해 재교육을 할 수도 있다. 지금처럼 한다면 건설 노동자들은 모두 비정규직이고, 전문 건설업체에 갔을 경우 사장에 영업부장에 경리 한 명 있는 곳이 넘쳐난다. 거기는 도급을 따서 또 하청을 준다. 저희는 직접시공제 도입을 통해 이런 곳들이 없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건설사들도 담합과 관련, 억울한 측면이 많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가 조장한 것도 있다. 사업 예산을 쪼개면 건설사들은 서로 피를 흘리지 않기 위해 나눌 수 밖에 없다. 컨소시엄을 할 경우 비슷한 이윤을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투찰율이 똑같을 수 밖에 없어 담합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호남고속철의 경우, 가격경쟁방식인데, 참여 건설사가 담합이 가능했다. 건설사의 담합이 지능화·조직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예전과 달리 감시가 심해지면서 건설사들의 담합도 지능화와 조직화되고 있다. 입찰가가 80% 선이라면 예전엔 들러리는 90% 정도로 비싸게 불러 일부로 떨어졌다. 하지만, 요즘엔 가격격차가 눈에 띄지 않아 적발하기 쉽지 않다. 턴키방식의 경우 가격과 설계를 함께 심사하는데, 원래 턴키는 1차로 설계를 심사하고 걸러서 가격이 싼 업체에게 수주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가중치 방식'으로 설계와 가격을 합산해 심사한다. 그렇다 보니 업체들이 모여 손해보지 않는 가격 기준(담합)을 정하고 설계로 경쟁한다는 것이다. 설계의 경우 평가기준이 주관적인 성격이 강해 로비가 들어가게 된다. 물론 예전에 비해 많이 줄긴 했다. 일례로 턴키심의위원회가 50여명이 있는데, 이 중에서 무작위로 뽑아서 심사를 하는데, 이중에서 로비에 대해서 폭로한 사람은 딱 한 명 밖에 없었다. 연세대 교수 한분 뿐이었다. 폭로할 경우 그 동안 받아왔던 수많은 용역들을 더이상 수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설공사·자재 입찰담합 추정이득과 과징금.(자료=경실련)
 
-국책사업의 경우 입찰하면 돈방석에 앉을 수 있다라는 평가도 있다. 사실 대형 건설사는 낙찰만 받고, 공사는 하도급이 중소 건설사들이 시행하는데, 근본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전문 건설사에게만 입찰제한을 줄 수는 없나.
 
▲예전에 LH아파트로 기억하는데, 1~2차례 전문 업체들과 직접 계약방식으로 진행한 적이 있으나, 영세하다 보니 중간에 여러 이유로 도산하는 경우가 많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또 공무원이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한다. 공정이 수십 수백 개로 나눠있기 때문에 어렵다. 도급 건설사에 맡겨 관리하는 게 전문적이고 효율적인데, 무조건 하청을 주는 게 문제인 거다.
 
-건설사들은 과징금보다 입찰제한을 더 두려워한다고 말했는데, 과거 사례가 있었는가.
 
▲수자원공사에서 6개 업체에 6~8개월정도 입찰제한을 넣은 적이 있는데, 건설사들이 가처분소송을 내면 거의 다 받아들여져 입찰이 오랫동안 제한되진 않는다. 과거 국감에서 입찰제한에 대한 실효성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이 자료만 봐도 알 수 있다.
 
과징금 감경률이 51.4%로 절반에 달하는 상황이다. 명확한 감면 기준의 적용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며, 중복 감면으로 감경률이 80~90%까지 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따라서 최대 감경률 폭을 낮게 설정해 과징금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 재범에 대한 행위 기준은 최소 5년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건설업계는 과징금에 입찰제한까지 징계가 과도하다는 입장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일시적 현상인지 두고 봐야 하지만, 과징금 부과율이 1% 대에서 3~4% 대로 올라갔다는 점은 과거보다 많이 개선됐다고 본다. 건설 구조조정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중개상 같은 건설사도 있다. 담합은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행위로 정부가 분명히 의지를 보여 건설사들이 담합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건설사가 담합을 할 수 있도록 조장 방조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 건설사는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데, 정부가 과징금 부과에 고발도 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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