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파워인터뷰)박찬구 회장 "탈중국·사업다각화로 위기 돌파"
남미·아프리카 등 매출처 다변화 위해 영업력 총동원
2014-08-29 16:58:24 2014-08-29 17:02:43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사진=금호석화그룹)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합성고무 업황은 회복하는데 시간이 더 걸릴 전망입니다."
 
20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303호 법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항소심이 진행 중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법정을 나섰다. 치열한 법리 싸움을 마치고 나온 그에게 또 다시 같은 내용의 질문을 던지기는 기자나 박 회장 모두 부담일 터. 때문에 사업적 질의로 접근했다.
 
합성고무 업황의 회복 시기를 묻자 그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평정심을 잃지 않은 채 담담히 말을 이어나갔다. 그 역시 급박한 변동성을 기대하기 보다 장기간의 시간 싸움으로 보고 있었다. 대신 업황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대신 중국에 대한 편중성을 낮추는 것과 동시에 사업 다각화 등 나름의 대안 마련에 골몰했다.
 
박 회장은 실적 개선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두 가지를 지목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실화된 공급과잉과 타이어 업계의 재고 누적이 시황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는 진단이다.
 
심각한 수급 불균형은 합성고무 가격을 통해서도 감지된다. 합성고무의 주요 품목인 부타디엔고무(BR) 가격은 지난 2년 만에 38% 급락했다. 공급과잉에 따른 판가 하락으로 수익성 감소는 물론 고객사인 타이어 업체에 가격 협상 주도권을 빼앗기는 등 합성고무 업체들은 그야말로 혹독한 '보릿고개' 시기를 겪고 있다.
 
이 같은 대외적 경영환경의 악화로 금호석화 내부의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박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더 이상 중국만 쳐다볼 게 아니다"고 강조하며 시장 다변화에 나설 것을 적극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게 전개됨에 따라 마냥 중국만 쳐다보고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위기상황은 2분기 시작 무렵인 4월부터 전개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5월 합성고무 가격이 5년 만에 바닥을 치면서 금호석화 내부에서는 장기불황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금호석화는 당초 연간 영업전망 실적 공시를 통해 매출액 4조8000억원, 영업이익 3200억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목표 달성이 난망한 상황이다. 이는 올 상반기 실적만 봐도 확인된다. 금호석유화학의 상반기 누적 매출액은 2조4598억원, 영업이익은 7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매출액은 12%, 영업이익은 무려 54% 급감했다.
 
금호석화는 연간 실적 공시를 하던 연초만 하더라도 4분기에는 합성고무 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2분기 실적 집계가 이뤄지면서 내부 목표는 물론 업황에 대한 전망을 대폭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악의 상황이 지속될 걸로 예상되자 박 회장은 이달 초 임시 경영전략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박 회장은 합성고무는 물론 합성수지, 전자소재 등 열병합발전사업을 제외한 전 사업부에 중국 의존도를 낮추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각 사업부별 수장들에게 업무 현안을 보고 받고, 수익성 확보를 위한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으로 더 이상 중국의 수요 회복만 마냥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시장 다변화 전략을 강화하기로 했다"면서 "남미와 아프리카, 인도 등 매출처를 다변화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지면서 영업력 강화에 나선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박 회장은 지난 18일 각 사업부별 팀장을 대상으로 매주 월요일 실시하는 전체회의에서도 합성고무 업황의 장기 침체에 대비해 만전을 기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주문했다. 박 회장은 "장기적인 불황에 대비해야 할 때"라면서 "허리띠를 바짝 졸라메고, 투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분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금호석화는 불요불급(不要不急)한 투자는 취소하고, 강도 높은 비용절감을 실시하고 있다. 대신 합성수지와 전자소재, 열병합발전소 등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며 실적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사업의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회장은 이날 "합성고무 사업은 좋지 않지만, 합성수지와 열병합발전소 사업 등은 순항하고 있다"면서 "태양광발전 사업은 아직 규모가 작지만, 추가적으로 투자할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사업 다각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시켜 주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