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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토크)②연결사회,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정부, IT대기업에는 유토피아, 개인에겐 디스토피아 될 수도 있어”
2014-08-08 17:11:34 2014-08-08 17:15:47
◇백남준이 1984년 공연한 '굿모닝 미스터 오웰'.(사진=백남준아트센터)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은 지난 1984년 TV와 인공위성을 이용한 전 지구적 쌍방향 생방송 네트워크 공연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선보였다.
 
이 공연은 지구 반대편 사람과 영상, 음악, 표정을 주고받는 미래상을 제시하며 거대한 네트워크로 지구가 하나가 될 것이라는 예언 같은 메시지를 던졌다. 30년이 지난 지금 지구는 백남준의 메시지대로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
 
지난해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3’ 역시 물리적 공간개념을 허무는 초연결사회가 임박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동통신, 반도체, 센서, 제조업체 등 영역 구분 없이 세계 각국의 기술기업들이 총출동해 연결사회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이후 초연결사회는 IT업계에 한정된 개념이 아니라 일종의 국가발전 과제로 차원을 높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출범한 미래창조과학부는 올해부터 2016년까지 '초연결 창조한국'을 비전으로 ICT 융합 활성화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국가적 과제로 격상시켰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인터넷망 외에 슈퍼컴퓨팅, 원격의료, e-사이언스 등의 연구를 목적으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서 기술연구망(KREONET)을 운영하고 있다.
 
이 망은 미국, 러시아, 중국, 캐나다, 네덜란드, 북유럽 등 지구 전체를 10Gbps급 광통신망으로 연동한다. 국가과학기술연구망이 구축 단계를 지나 점차 서비스 단계로 발전시킬 경우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생각보다 쉽게 현실로 도래할 수 있다.
 
구글, 퀄컴, 애플 등 IT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들도 스마트홈을 하나의 소프트웨어 시스템으로 구조화·통합시켜 상업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모바일 플랫폼으로 IT업계 패권을 거머쥔 구글과 애플이 가장 적극적이다.
 
제조업체 중에서는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등이 스마트 가전제품을 초석으로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주역으로 자리 잡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지만 지난해부터 TV, 냉장고, 조리기구 등 가전제품과 스마트폰의 연결성을 강조한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주도권 경쟁에 나섰다.
 
◇삼성전자, 애플이 지향하는 스마트홈 서비스 이미지.(사진=각사)
 
◇거스를 수 없는 혁명 이면의 이해관계, 치명적 위험
 
이처럼 초연결사회를 향한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처럼 우리를 옥죄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대기업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한 이후 세계 대다수의 이동통신사들은 IT업계의 주도권을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에게 고스란히 헌납해야만 했다.
 
구글과 애플이 모바일 이동통신시장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독식하는 구조로 생태계가 바뀌게 된 것. 삼성전자와 인텔 등 전자·반도체업체들이 주도하는 제3의 운영체제(OS) 연합인 타이젠연합에 세계 각국 통신사들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매달렸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초연결사회가 본격적으로 구축되는 시점에서 가장 막대한 이익을 가져가는 곳은 당연히 IT 대형 통신사들이다. 연결사회 구축을 위해서는 국토 곳곳에 광대역 무선 네트워크 인프라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구글과 애플이 지배하고 있는 스마트폰 중심 IT업계 판도가 새롭게 짜이는 셈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돈이 될 만한 사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또 최근 미국 정부가 구글, 페이스북 등에게 사용자 정보를 요구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국민 개인의 기록이 디지털화, 빅데이터화될 경우 연결사회가 '감시와 통제'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문제는 연결사회를 바라보기 이전에 지금 시점에서도 해킹 등의 보안 관련 문제가 넘쳐난다는 점이다.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보안 컨퍼런스 블랙햇과 데프콘에서는 한 해커가 당뇨병 환자에게 자동으로 약물을 투여해 주는 인슐린 펌프를 해킹, 약물을 과다 투여해 사망시킬 수 있는 과정을 시연해 충격을 안겼다.
 
자동차 역시 해커의 조작에 따라 속도나 방향이 조정되기도 한다. 한 업체는 스마트홈 시스템을 해킹해 사람을 집안에 가둔 뒤 집안 내부 온도를 50도 이상으로 상승시키는 섬뜩한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외국계 데이터베이스 업체의 한 고위 관계자는 "보안 문제는 애당초 초연결사회의 태생적 아킬레스건이고 이미 곳곳에서 징후를 나타내고 있다"며 "사물인터넷 시대가 본격화되면 지금처럼 사이버 정보 침해와는 차원이 다른 생존과 관련된 위험이 뒤따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연결사회의 기본적 도구는 네트워크 시스템보다 웨어러블 PC를 비롯해 의류, 신발 등 센서를 붙일 수 있는 모든 것"이라며 "일상, 신체 정보, 대화 등 모든 것을 기록하게 되는데 정작 이를 보호할 시스템은 뒷전"이라고 경고했다.
 
◇산업적 가치에만 매몰된 정부와 IT 대기업
 
앞서 시스코는 세계 사물인터넷 기기가 지난해 87억개에서 2020년 500억개로 약 6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같은 계산이 맞다면 해커의 먹잇감도 6배로 증가하는 셈이다. 사물인터넷이 기존 인터넷 환경보다 해킹에 취약한 이유는 무선인터넷의 구조적 약점 때문이다. 유선인터넷과 달리 무선인터넷은 어디서 데이터가 유출되고 해킹 공격이 시도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컴퓨터과학자 래리 피터슨은 "네트워크는 복잡해질수록 더욱 불안정해진다"면서 "현 시스템은 사이버 공격에 대한 방어책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폭발적인 접속량, 사이버 공격, 임시 기술패치 등을 네트워크가 처리하기에 버거운 순간이 올 지 모른다고 경고하면서 심지어 '디지털 붕괴'를 예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 같은 자성의 목소리보다 연결사회가 가져올 산업적 가치에만 집중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관련 콘셉 이미지(사진=위키피디아)
 
연결사회와 함께 모든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IoT 시대가 확산될 경우 PC나 서버만 해킹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물이 해킹 가능해진다.
 
국내의 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사물인터넷은 사물이 제한적인 수준의 센서와 통신칩을 탑재해 서버나 스마트폰 등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데 문제는 해킹이 가능한 반면 보안프로그램 탑재가 쉽지 않다는 것"이라며 "엘리베이터나 자동차, 기차 등 사람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고 경고했다
 
일부 보안 전문가들은 사물인터넷 파급력을 감안하면 구축 과정에서부터 보안 표준화 등 규제 방안을 사전에 마련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표준화 과정에서 절대적인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고, 개인정보와 관련해 정부 간섭 없이 독립적인 영역을 구축할 수 있는 법적 제도 정비도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기존 보안 솔루션이 전통적 인터넷 환경에만 최적화돼 있어 사물인터넷에 쓸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보안 산업 전반적인 패러다임 전환도 필요하다. 기술의 진보는 자유의 퇴보를 동반할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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