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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상륙 초읽기)②중소업체 줄도산 위기..폐업 속출
2014-07-31 15:48:08 2014-07-31 15:52:27
[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 가구공룡 이케아의 국내 진출로 직격탄을 맞게 된 중소 가구업체들이 생존을 위한 싸움에 나섰다. 광명에 이어 고양지역 소상공인들도 강한 반발에 나섰다. 특히 이케아가 광명점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국내 매장 추가 오픈 계획을 밝히면서 지역 가구업체들과의 마찰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 가구사들은 이미 오랜 불황으로 경영난에 허덕이며 가까스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실정에 이케아가 대형화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국내에 상륙할 경우 인근지역 줄도산을 피할 수 없다는 절박감에 처했다.
 
수도권 대규모 수요를 잠식할 수 있는 경기도에 이케아가 진출하면 전국적으로 영세업체들이 가장 많은 가구산업에 타격을 줄 것으로 가구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가구업계 90% 이상을 차지하는 영세 가구업체다.
 
보통 4명에서 10명 남짓한 직원 규모로 이뤄진 영세 가구업체들은 주로 광명과 고양 등 경기지역 가구거리에 몰려 있다. 이들은 이케아가 인근 상권에 들어설 경우 폐업이나 도산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어떤 자구책으로 '이케아 쓰나미'를 헤쳐 나갈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지만 이렇다할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가구업계 통계에 따르면 국내 가구산업은 수도권 비중이 60%를 넘고 기업의 90% 이상이 소기업·소상공인이다. 이에 따라 고양시와 고덕지구 등지에 이케아 매장이 연이어 들어설 경우 적잖은 수도권 업체들이 폐업이나 도산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광명 가구단지 영세업체 먹고살길 '깜깜'
 
대형 가구업체들은 이케아의 등장 소식에 이미 차별화를 준비한 데다 타깃층을 달리 할 수 있어 그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케아 광명점이 들어설 인근 중소 영세가구업체들은 이렇다 할 대비책조차 마련할 수 없는 상태다.
 
이에 광명 가구단지에는 임대료라도 챙겨 다른 지역으로 가구점을 옮기려고 폐업을 준비하는 업체들도 급증하고 있다. 대형업체에 비해 낮은 가격대로 판매하고 있는 영세업체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각 브랜드들이 저가정책을 펼치며 온라인 시장으로 하나둘씩 진입하면서 크게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광명 가구거리에 점포들이 파격세일을 하며 점포정리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까지 꽁꽁 얼어붙으면서 종업원수도 대폭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맨 지 이미 오래다. 이케이라는 초대형 글로벌 브랜드는 이들에게 쓰나미 같은 존재다.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저가구를 선호하는 싱글족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젊은 층은 세련된 디자인에 가격도 저렴한 이케아라는 브랜드에 열광한다. 이번에 들어서는 매장은 규모도 세계 최대인 데다, 원스톱 쇼핑을 하면서 쉬어갈 수 있는 레스토랑까지 갖춰져 이케아를 찾은 고객들을 인근 영세 가구사까지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영세업체들이 이케아를 견제하기 위해 더 싸게 물건을 내다팔면 한참 밑지는 장사를 해야 한다.
 
직접 소규모 가구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사장은 "이케아가 국내 매장을 오픈하면 주위 영세 가구업체들은 도미노 현상처럼 줄도산한다고 봐야 한다"며 "저렴한 가격부터 품질, 디자인, 브랜드 파워, 고객 서비스 등을 모두 갖춘 거대업체가 같은 지역에 들어섰는데, 영세업체들이 여기에 맞서려면 가격을 내리고 마케팅에 비용을 쏟아부어 한참 밑지는 장사를 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게 현실에서 가능하겠느냐"고 개탄했다.
 
<광명 가구거리>
 
이 같은 우려와 반발이 더해지면서 이케아코리아는 광명점 설립을 두고 주변 소상공인들과 상생협약을 맺었다. 업무협약은 광명 1호점에 광명시민을 우선적으로 300명 채용, 이케아 광명점 채용 계획 제공, 1호점 내 매장을 광명시 가구조합에 5년간 무상 임대해 준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하지만 생계가 걸려있는 영세업주 입장에서는 이 같은 협약이 전혀 달갑지 않다. 오랜 기간 같이 일하던 종업원들이 이케아에 이력서를 내지는 않을까 전전긍긍 해야 한다. 또 이케아가 5년간 무상으로 임대해 주겠다는 곳은 가구매장에 적합하지 않은 지하 주차장이다.
 
광명지역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고객들이 많이 오가는 본매장 내 공간을 요구했지만 이케아 측이 완강하게 반대하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이케아의 제안을 수용해야만 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구매장의 기본은 1층에 쇼윈도가 있는 곳으로 그만큼 접근성과 진열이 중요하다"라며 "조명과 내부 인테리어가 중요한 가구매장에 지하는 절대로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주차장 입구는 쇼핑을 시작하고 끝내는 곳으로 소비자는 주목도가 낮은 장소에서 구매를 결정하지 않는다"며 "주차장 입구는 카센터나 세차장이 아니면 그 어떤 매장도 기피하는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광명 가구거리에 점포정리를 준비하는 가구사가 곳곳에 눈에 띄고 있다>
 
◇고양 가구단지도 생존 위기
 
이케아 2호점이 들어서는 고양 가구단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케아는 고양시에 2호점을 내기 위해 부지를 매입했다. 이에 따라 인근 영세업체들은 막다른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며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고양시는 국내 가구제조업체 100여곳, 가구유통업체 250여곳이 가구단지를 형성해 한국 가구산업의 심장부로 꼽힌다. 1970년대 초 고양시 식사동·덕이동에 국내 첫 가구공단이 조성됐지만 일산 신도시 건설로 제조공장은 상당수 파주·포천 등지로 옮겨가고 이 지역은 유통단지로 거듭났다.
 
<고양시에는 제조업체 100여곳, 가구유통업체 250여곳이 가구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경기도에는 전국 가구업 종사자의 47%가 밀집돼 있다. 생산액이 연 10조3337억원의 국내 가구업체는 총 2만6129곳(제조업 1만722곳, 도소매업 1만5407곳)으로, 이중 94%인 2만4538곳이 직원 10명 미만 영세업체이고 업체당 평균 종사자수는 4명에 불과하다.
 
최근 고양시 가구협동조합은 이케아에 토지를 매각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앞에서 대규모 항의 집회를 갖기도 했다.
 
이들은 "고양은 가구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가 위치한 가구산업의 심장부와 같은 곳인데, 값싼 중국산 가구에 밀려 수출 길이 막히고 내수시장도 최악인 상황에서 초대형 규모로 이케아가 진입하면 가구산업은 벼랑 끝에 서게 된다"고 항의했다.
 
강점희 고양시 가구협동조합 이사장은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인 이케아가 고양시에 와서 영업을 한다는 것은 고양시 가구인들을 다 죽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글로벌 공룡 가구기업이 수도권에 들어오면 한국 가구산업은 몇 년 안에 붕괴될 수밖에 없어 죽어가는 소상공인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가구점 사장은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저가로 판매하는 온라인 시장을 비롯해 중국산 가구가 물밀듯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라 가구단지 상인들은 어쩔 수 없이 파격세일을 해가며 가까스로 장사를 하고 있다"며 "이 불황을 이기지 못해 폐업한 가게가 한둘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이케아라는 거대 기업이 진입을 하게 되면 영세업체 대부분이 줄도산 하게 될 것"이라며 "소상인들이 힘을 모아 이케아가 고양에 진입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아야 우리가 살 수 있다"고 토로했다.
 
◇관세 문제도 심각..역차별에 '한숨'
 
가구업체들은 원자재 수입에 적용시키는 관세에 대해서도 큰 불만을 품고 있다.
 
현 관세법상 이케아의 경우 가구 완제품 또는 반제품을 들여오기 때문에 관세를 물지 않는다. 그러나 국내 가구 제조업체가 원자재를 수입할 경우 8%의 관세를 물도록 돼 있다.
 
이에 가구업체들은 국내 가구 제조업체에도 원자재 무관세 방안을 적용해 줄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세금이라도 줄어야 원가절감을 통한 가격인하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이케아는 조립식 가구를 박리다매 식으로 싸게 파는데, 관세법상 조립식 가구는 반제품으로 분류돼 관세가 붙지 않는다"며 "해외에서 원자재를 들여와 완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중소 업체들은 8%의 관세를 안고 가격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 가구사 관계자는 "이케아가 영업을 개시하면 최근 트렌드를 감안할 때 첫 해에만 가구시장 전체의 10% 가량을 점유하고, 이후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가정용가구를 직접 제조하는 기업의 경우 8% 관세를 안고 경쟁해야 하는 구조라 소비자가격은 10% 가까이 올려 받을 수밖에 없어 가격 경쟁력에서 한참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양해채 한국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전국 1000여개에 이르는 중견 제조·판매업체 회원사들이 정부 차원에서 가구업계 대책안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법 체계상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영세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디자인 개발과 유통 선진화 방안 등을 지원하는 가칭 가구전문센터 설립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영세한 사업구조 때문에 대기업과 같이 대규모 해외조달 등을 엄두도 낼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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