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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는 팀' SK, 어쩌다 이지경이 됐나
2014-07-22 17:24:38 2014-07-22 17:29:08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지난 2009년 10월24일 서울 잠실야구장. 이전 두 시즌을 우승한 SK는 이날 진행된 한국시리즈 7차전 경기에서 9회말 터진 나지완의 역전 끝내기 솔로 홈런으로 인해 패하고 말았다. 5-6 석패다. 이로서 SK는 여러모로힘겨웠던 그해 시즌을 준우승으로 아쉽게 마무리했다.
 
그렇지만 SK를 비난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김성근 감독 이하 모든 선수단이 똘똘 뭉쳐 다소 부족한 전력에서 끝까지 끈끈한 경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결과에 대해 박수와 따뜻한 격려가 이어진 이유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현재 SK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180도 달라졌다. 단순히 8위로 떨어진 성적이 비판의 모든 원인은 아니다. 최근의 SK는 지난 2007~2009년 당시 '잘 되는 팀'과는 전혀 다른 '안 되는 팀'이 됐다. '안 되는 팀'의 상황은 스스로 초래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평이다.
 
◇SK와이번스에서 16일 퇴출된 루크 스캇(Luke Scott)은 2005년 미국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입단한 이래 9년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하던 타자다. 사진은 지난해 템파베이 레이스 소속 당시의 모습. (사진제공=SK와이번스)
 
◇막대한 피해..책임은 누가 지나
 
SK는 전반기 마지막 경기가 있었던 지난 16일 외국인 타자 루크 스캇을 퇴단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스캇은 전날인 15일 경기시작을 앞두고 이만수 감독에게 강한 어조로 항의를 하는 장면이 많은 사람들에게 포착돼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이 감독에게 '겁쟁이(Coward)', '거짓말쟁이(Liar)' 등 격한 단어까지 써가며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했다. 있어서는 안될 충격적인 항명 사건이었다.
 
SK는 "스캇이 팀에 저해되는 행동을 했다고 판단해 징계 차원에서 이와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퇴출 이유를 설명했다.
 
SK는 시즌 초 메이저리그 출신인 스캇을 영입하면서 총액 30만 달러(한화 약 3억 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200만 달러(한화 약 21억 원) 넘게 건네줬을 것이라는 소문이 야구계에 파다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스캇은 퇴출 전까지 33경기에만 출전해 타율 2할6푼7리(6홈런 17타점)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고액 연봉의 선수를 팀에 데려와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엄청난 돈을 허공에 날린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좋지않은 성적 때문에 추락하던 구단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다. 모기업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줄 정도다.
 
하지만 지금도 SK에는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올시즌 SK는 지난시즌 SK 소속이던 크리스 세든(현 요미우리 자이언츠)과 같은 빼어난 외국인 선수가 없다. (사진제공=SK와이번스)
 
◇선수단 소통 부재..대안 마련 미흡
 
스캇의 공개 항명과 이후 진행된 퇴단 조치는 SK에 쌓여온 내부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우선 선수단의 내부 소통과 교류가 결코 원활하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
 
스캇은 팀의 중심타자였고 게다가 다른 선수에 비해서 더욱 관심을 가지고지켜봐야 하는 외국인 선수였다. 그런 그가 야구로 인한 고민을 혼자 앓았고, 결국 감독에게 직접 찾아가 폭언을 하며 자기 의사를 밝혔다. 평소 소통이 잘 이루어졌다면 이처럼 문제가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로 이번 사태는 이만수 감독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선수들과 소통하지도 못했고 선수를 장악하지도 못했으며 오히려 선수가 '자신의 퇴출을 각오하고 불만을 터뜨리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스캇을 퇴출한 이후에도 문제는 남아있다.
 
스캇은 저조한 성적과 잦은 잔부상으로 교체 논의가 있었던 선수다. 비록 함께 안고 가기로 했더라도 만약을 위한 예비 전력의 구축은 했어야 한다. 프런트를 통한 다른 외국인 선수의 물색은 물론 팀내에서도 대체 전력을 갖췄어야 했다. 이만수 감독 전의 SK는 그런 조치가 잘 이뤄지던 조직이다. 프런트가 나서기 이전에 감독 스스로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SK는 아무런 대안도 없이 곧바로 스캇을 퇴출했다. 대비하지 않았던 SK는 위기가 오자 대응을 하지 못했다. "외국인 타자 없이 시즌을 진행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SK와이번스의 2014년도 전반기 경기결과. (정리=이준혁 기자)
 
◇현재의 성적은 당연한 결과 
 
구성원간 소통이 막히고 비상 상황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조직에 좋은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6년 연속(2007~2012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SK의 몰락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SK의 21일 현재 순위는 8위다. 7위인 LG와는 어느새 3경기 차까지 벌어졌고 최하위 한화와는 불과 2.5게임 차로 좁혀졌다. 수렁에서 허우적대는 사이 중상위 진입의 사다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지금 추세면 승률 4할이 붕괴될 날도 머지 않았다.
 
현재 승률 4할1푼(34승49패)인 SK가 올해 상대전적에서 앞서는 팀은 LG(7승5패)와 한화(6승5패) 뿐이다. 압도적 우세라고 보기 어려운 근소한 우세 상황이다.
 
반면 열세인 팀은 6개팀에 달한다. NC(3승5패), 두산(3승5패), KIA(5승7패)는 물론 승수의 곱절 이상 패수가 있는 삼성(4승8패), 넥센(2승6패), 롯데(4승8패)가 SK를 짓누르고 있다.
 
스윕승(3연전 전승)은 시즌 초의 한 번을 빼면 전무하고, 스윕패(3연전 전패)는 네 번이나 된다. 연승은 한 차례의 4연승이 최고인데, 7연패는 어느새 두 번이나 당했다.
 
부문별 성적표를 살피면 SK의 몰락은 더욱 확연하다. 투수 부문에서는 평균자책점 7위(5.67), 피홈런 2위(102개), 블론세이브 3위(10개), 퀄리티스타트 8위(23)가 눈에 띈다.
 
공격 부문에서는 홈런 7위(68), OPS 7위(0.778), 출루율 9위(0.357)에 실책 횟수는 압도적인 선두인 75개에 육박한다. 대타 타율 2위(0.261)과 멀티히트 횟수 1위(83)가 그나마 위안거리다.
 
장기적으로 쓸만한 대체자원이 필요하지만 사전에 대체자원의 기량을 끌어올리지 못한 SK이다 보니 위기상황을 맞으면 흔들렸다. 부상자 발생에 휘청거렸고 외국인 선수의 이탈에 고전했다.
 
선수층이 얇아지면서 시즌이 지날수록 선수들에게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벤치의 작전 미스와 선수 기용 실패도 빼놓을 수 없다.
 
마무리 박희수의 공백은 SK에 리그 최다인 '역전패 25회'란 불명예 기록을 안겼다. 수시로 마운드에 오른 끝에 어느새 최다 출장 투수라는 기록을 세운 진해수를 비롯 박정배-전유수 등이 뒷문을 막지만 시간이 흘러갈 수록 체력이 떨어진 모습이 역력하다.
 
◇이만수 SK와이번스 감독. ⓒNews1
 
◇이만수 감독의 마지막 해, 유종의 미 거두어야
 
SK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는 원인이 복잡한만큼 처방도 어렵다. 하지만 전반기를 망쳤다고 후반기를 포기할 수도 없는만큼 SK는 여러가지 자체 처방으로 반등을 준비한다.
 
그동안 마무리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던 박희수의 빈자리에는 로스 울프를 넣는다. 울프는 불펜 투수로 뛴 경험이 많다.
 
또한 울프가 빠진 선발진에는 최근 영입한 교체 외국인 투수인 트래비스 밴와트가 가세한다.
 
SK에는 아직 기대할만한 선수도 있다.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낸 포수 이재원이 대표적이다.
 
이재원은 4할에 육박하는 높은 타율과 좋은 타격감으로 주전을 꿰찼다. FA(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한 조인성을 트레이드로 내보내는 데에는 이재원에 대한 믿음도 컸다.
 
더군다나 SK는 후반기 남은 45경기 동안 자신의 값어치를 높여야 하는 '예비 FA'도 가장 많은 팀이다. 
 
올해 SK는 최정, 김강민, 김상현, 나주환, 박재상, 박진만, 이재영, 조동화가 FA를 앞두고 있다. 만약 아시안게임에 대표 선수로 출전할 경우 규정에 의한 FA 일수 확보로 해외 진출 자격을 얻을 김광현도 있다.
 
현재는 김강민만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하고 있지만 다른 예비 FA도 언제든지 부활을 기대해 볼만 하다.
 
이만수 감독은 올해가 계약 마지막 해다. 올스타 휴식기를 마치고 22일 시작될 후반기는 이 감독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이다. 과연 이 감독 재계약은 이뤄질지, 그리고 SK는 기적처럼 부활할 것인지, 많은 야구팬들은 SK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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