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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침몰참사)말 잘들은 착한 아이들.."객실 대기" 누가, 왜 지시했나
조타실에서 항해사가 방송으로 지시..이후 승무원들이 반복
선원들 퇴선 후 위급상황 알아차린 승무원들 "탈출 하세요" 방송
2014-04-29 19:05:14 2014-04-29 21:24:56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세월호에 탑승했던 실종자가 마지막으로 보낸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서 세월호 침몰시까지 선내에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이 반복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참사의 가장 큰 원인은 승객들이 갑판에 미리 나가는 등 침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점이고, 승객들을 그렇게 만든 것은 "객실이 더 안전하니 객실에서 움직이지 말고 대기하라"는 방송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누가 대기지시를 내렸는지, 당시 방송시설은 어떻게 설비되어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이성윤 목포지청장)에 따르면, 세월호 탑승자의 마지막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있었던 시점은 사고당일인 지난 16일 10시17분이었다.
 
이 시점은 이준석 선장(67) 등 선박직원 15명이 탈출한 오전 9시38~40분에서 30~40분 뒤다.
 
이 선장 등이 먼저 탈출을 했더라도 탈출 직전 누구든 한 명이라도 탈출하라는 안내방송만 했더라면 더 많은 생존자가 나왔을 거란 분석이다.
 
합수부와 지난해 세월호를 점검했던 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세월호에는 수백개의 안내방송 스피커가 있다.
 
세월호는 크게 조타실과 3층에 있는 식당에 방송설비가 한 대씩 있어 이 두 곳에서 선내방송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조타실에는 방송설비와 함께 마이크가 2개 있었지만 메인설비는 식당에 있었다. 이 설비는 식당 안내데스크 좌현쪽에 설치되어 있었다.
 
스피커는 조타실 윗층에 하나, 2인실에서 8인실 선실에 각 1개씩 설치됐다. 2등 객실에는 스피커가 3개 있었고 다인실에는 6개 이상 설치되어 있었다.
 
스피커는 객실 화장실과 샤워실까지 각 1개씩 있었으며 복도에는 5m간격으로 1개씩이 설치됐다. 차량 갑판대에는 대용량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었다.
 
지난해 세월호의 시설 점검에 참여했던 업체 관계자는 “선내 수백개의 스피커가 있기 때문에 객실에서 문을 꼭 닫고 있어도 방송을 못 들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객실 내에서 기다리라는 지시는 최초 이 선장과 항해사, 조타수들이 있었던 조타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사고 당시 5층 조타실에 있었던 선박직 승무원들의 진술을 종합해보면 최초 방송은 2등 항해사가 했다. 그러나 아래에 있던 안내 승무직원이 방송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했고, 2등 항해사가 승무직원에게 식당 방송설비로 방송할 것을 지시했다.
 
두 사람은 떨어져 있었지만 무전기로 교신했다. 이에 따라 승무직원이 식당에서 각 선실에서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조타실의 방송설비는 이상이 없었던 상태로, 항해사가 방송설비 조작이 서툴렀기 때문에 식당층에 있던 승무직원이 대신 방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최초 방송시점이 언제인지, 누구의 지시였는지에 대해서는 이 선장과 2등 항해사간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2등 항해사는 선장에게 “빨리 조치방송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어 선장의 지시를 받아 대기하라는 방송을 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이 선장은 퇴선준비를 하라는 방송을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당시 조타실에 함께 있었던 선원들의 진술도 조금씩 다르다는 게 합수부 관계자들의 말이다. 앞으로의 수사에서 반드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배가 기울면서 침몰 위기가 닥쳤고 조타실 내 이 선장을 비롯한 항해사들은 일단 승객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선내에 대기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섣불리 퇴선지시를 했다간 통제능력을 잃어 배가 더 빨리 침몰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고해역은 유속이 매우 빠른 곳으로 구조대가 오지 않은 상황에서 바다로 뛰어들 경우 떠내려갈 우려도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 선장을 비롯한 선박직원 15명은 승객들을 그대로 대기시켜 놓은 상태에서 자신들만 탈출했다. 이들이 탈출한 뒤에도 상당시간 동안 선내 대기 안내방송이 계속된 것은 선박직원들이 승무직원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탈출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 선장 등은 승무직원들과 교신할 수 있는 휴대용 무전기를 가지고 있었으며, 심지어 5층 조타실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4층 객실을 지나가야 하는 구조지만 "퇴선하라"는 한마디 말도 없었다.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선장 등이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퇴선 지시를 내리지 않은 것인지, 경황이 없어서 조치를 잊은 것인지 역시 합수부 조사에서 밝혀져야 할 사항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완전 침수 전 故 박지영씨 등 승무직원에 의해 제대로 된 탈출안내 방송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 선장 등의 선박직원의 무책임을 박씨 등 승무직원들이 바로잡은 것이다. 승무직원은 선박직원과는 달리 선원법상 재선 의무나 승객에 대한 법적인 구조의무는 없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때가 너무 늦었다.
 
당시 선원과 승무원은 총 24명으로 박씨 외에 배에 타고 있던 선박직 아닌 승무직원은 7명으로 보인다. 선박직원 15명은 전원 생존했으며, 필리핀 가수부부 2명과 승무직원 중 조리실 근무자 등 3명이 구조됐다. 나머지 4명 중 박씨만 시신이 발견됐을 뿐 3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세월호 침몰당시 선내 동영상(출처=JTBC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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