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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선장 잃은 LG號, 배경과 과제
2014-04-24 14:22:54 2014-04-24 14:27:04
◇23일 대구 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 LG 김기태 감독이 불참한 가운데 LG 선수들이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다. ⓒNews1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11년 만에 팀의 염원인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감독조차 눈앞의 성적 부진에 자유롭지 못했다. 급기야 고작 18경기만에 사퇴 소식이 들렸다.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김기태(45) 감독이 지난 23일 구단에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고 정든 팀을 떠났다. 지난 2011년 10월 LG 11대 감독에 선임된 후 2년 반 정도를 채웠을 뿐인 김 감독은 많은 LG 전임 감독이 그랬듯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떠나게 됐다.
 
아직 사표가 최종 수리된 것은 아니다. LG 구단은 김 감독을 잡으려 했고 잔류 노력은 아직도 계속 진행 중이다. 하지만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어딘가 이상했던 23일 대구구장
 
23일 대구구장에서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에 김 감독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기가 열리는 날 감독이 결장하는 모습은 꽤 이례적 경우다.
 
당연히 취재진은 구단 관계자에게 이를 질의했다. 이에 구단 측은 "감독님이 개인 사정으로 오늘 경기에 못 나왔다"고 밝혔다.
 
역시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한 팀의 감독이 개인 사정을 들며 결장하는 것은 왠만한 일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모습이다.
 
결국 '개인 사정'은 사의 표명이었다. 또한 경기가 한창 진행될 때 LG는 백순길 단장이 나서 김 감독의 사의 번복을 설득했던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끝내 LG는 23일 경기 이후 "김기태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려 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공식 보도자료를 통한 정식 발표다.
 
이어 "당분간 조계현 수석코치가 대행을 맡을 예정"이라며 "아직 김 감독 사표를 수리하지는 않았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김 감독과 논의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더불어 "지난해 좋은 성적을 냈고 올해 한때 팀 타격 1위에 오른 등 선수단이 정비돼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믿고 있는 가운데 김기태 감독의 사퇴 의사에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사의를 표한 김기태 LG 감독. (사진제공=LG트윈스)
 
◇이제야 17경기 했는데, 사퇴 왜 했나
 
김 감독의 자진 사퇴는 큰 후폭풍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LG 구단과 야구계 모두에게 적용된다. 그만큼 사퇴 뒷배경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다.
 
구단이 밝힌 표면적 이유는 '성적 부진'이다. LG는 22일 삼성과의 경기(2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 김기태 감독은 불참했다)까지 4승1무12패로 승률 2할5푼을 기록 중이었다. 아직 초반이긴 하나 6연패와 4연패를 겪으며 승률이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결국 같은 날 기준 승률 3할6푼8리인 한화(당시 7승12패)보다 승률이 무려 1할이 넘게 뒤졌다. 시즌 극초반이긴 하나, 금방 반등하기 어려운 저조한 성적임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쉽게 이해되지 않는 점도 많다. 지난해 김 감독은 11년만에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면서 야구단 숙원을 풀었다. 아무리 성적이 나빠도 팀을 이렇게 떠나야 할만큼 허약한 입지는 아니다.
 
더군다나 17경기 만에 내린 서두른 결정이다. 올해 패넌트레이스 128경기 중 13.3%를 지났을 뿐이다.
 
일각에선 취임한 첫 해부터 주축 투수들의 승부조작 사건, 임찬규의 방송 물벼락 사건, 리즈의 빈볼 사건 등 잇단 사건수습에 김 감독이 직접 나선 점을 지적한다.
 
'형님 리더십'이라는 수식을 붙이긴 했지만, 이는 김 감독 특유의 책임감과 사명감을 활용한 구단의 면피였고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진 가운데 다른 불만이 겹치면서 결국 사의 표명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다른 구단에 비해 부족한 외국인 선수 지원과 유독 '야구 사랑'이 강한 모기업의 지나친 간섭 등도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프로야구 미디어데이 당시 2014시즌의 포부를 밝힌 김기태 LG 감독. ⓒNews1
 
◇"김 감독의 사퇴 고려는 오래된 일"
 
LG 선수들에게 김 감독은 많은 신망을 받아왔다. 개인주의가 강했던 LG를 탄탄한 선수단으로 바꾼 인물로, 많은 선수가 김 감독과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어 했다. 선수 생활을 LG에서 하지 않았지만 이미 LG 현역 선수들에게 최고의 감독으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다른 구단 선수들 사이에서도 "김 감독과 함께 야구하고 싶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특유의 친화력과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잡았고, 매우 자연스럽게 LG에 팀워크가 형성되도록 했다.
 
이러한 김기태 리더십은 솔선수범에 기반한다. 선수가 야구의 내·외 문제로 위기에 처했을 경우 자신이 먼저 나서서 선수를 보호했기에 가능했다.
 
이번 사의 표명도 이같은 그의 성향에 따라 이뤄졌다는 평이다. 성적 부진에 따른 책임을 모두 안고 가겠다는 그의 사퇴의 변과 일치한다.
 
하지만 많은 야구계 인사들은 김 감독이 오래 전부터 사퇴를 고려했다고 말한다.
 
LG의 선수 출신인 한 인사는 "LG는 김 감독 첫 해를 마치고 그룹의 감사가 나왔다. 이후 선수를 비롯한 온갖 지원이 크게 줄었다"면서 "김 감독의 운영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다른 야구계 인사는 "김 감독은 사의를 쭉 표했다. 부진하게 마친 2012시즌 후, 지난해 시즌 초반 팀 부진 이후, 지난해 플레이오프 1승3패 탈락 이후, 시즌 이후로 차명석 투수코치의 재계약 불발 때문에 다시 한 차례, 이미 이렇게 모두 네 번"이라며 "(구단에) 아쉬운 것이 많다고 들었다. 그러나 선수단 앞에선 웃었다. 결국 성적이 좋지 않으니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현 LG 수석코치(가운데)가 애리조나 전지훈련에서 신인 외야수 배병옥(왼쪽)을 불러 외국인 타자 조쉬 벨에게 인사를 시키고 있다. 배병옥은 나이가 많은 벨에게 허리를 숙여 ‘한국식 인사’를 했다. (사진제공=LG트윈스)
 
◇어깨가 무거운 조계현 감독대행
 
18경기를 진행한 24일 오전 현재 LG의 성적은 '4승1무13패(승률 2할3푼5리), 팀 평균자책점은 5.57'다. 어느새 승패 마진은 '-9'로, 승률도 평균자책점도 꼴찌다.  
 
그렇지만 현재의 LG는 언제든지 치고 올라갈 전력이다. LG의 외국인 선수 기량이 다른 구단에 비해 처지는 점은 있지만, 결속된 내부의 모습을 보이면서 기량도 크게 향상됐고 기량 이상의 팀워크가 생겼다. 
 
올시즌 LG는 김 감독 표현과 같이 '더 높은 곳'을 보려 했다. '가을 야구 진출'의 숙원을 이뤘고, 이제는 더욱 나아지려 했다. 김 감독은 그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LG는 감독 사퇴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게 됐다.
 
일단 조계현 수석코치가 감독대행 자격으로 어수선한 팀을 지휘한다. 조 감독대행은 총 4개팀(KIA, 삼성, 두산, LG)에서 코치를 역임했다. 2008년에는 베이징 하계올림픽 국가대표팀 투수코치로 한국의 금메달 획득에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경력으론 부족하지 않은 인물이다.
 
감독대행 자리는 단어 그대로 '대행'이다. 정식 감독은 아닌 것이다. 정말 감독이 될지 여부는 자기 자신을 포함해 그 누구도 모른다. 불안한 위치다.
 
불안한 자리이기에 그럴까. 그동안 대행이 정식 감독으로 전환된 비율은 낮다. 1982년 프로 태동 이후로 37회 중 14회(38%)에 불과하다.
 
최근 5년 동안 감독대행 자리에 오른 5명 중에 정식 감독이 된 경우는 이만수 현 SK 감독 한 명이 전부다. 심지어 김광수 감독대행은 두산을 떠났다.
 
조계현 감독대행은 위기에 빠진 팀을 추스르고 본궤도에 올릴 수 있을까. 많은 눈이 LG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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