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중국부호들)⑮천리화, 예술을 사랑한 부동산계 대모
부동산 개발업체 푸화궈지그룹 회장, 중국의 대표적 '부자 할머니'
중국 자단목 공예 '홍보대사'..자단박물관 운영에 주력
배우 출신 11살 연하 남편과 24년째 애정 과시
2014-04-21 10:00:00 2014-04-21 10:00:00
◇천리화 푸화궈지그룹 회장(사진=푸화궈지그룹 홈페이지)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부자와 예술. 어찌보면 어울리는 것 같기도, 또 어찌보면 안 어울리는 것 같은 두 단어 입니다. 부자들의 '고상한' 취미일 수도 있겠지만 대개는 재테크 수단 중 하나로 알려져있지요.
 
드라마 <밀회>에서 서한아트센터 이사장 한성숙(심혜진 분)의 미술품 매입을 주관하는 오혜원(김희애 분)이 "젊은 작가의 작품이라 투자 가치도 충분합니다"라고 언급하는 장면도 이 같은 통념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진심으로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인데요, 천리화(陣麗華, 사진) 푸화궈지(富華國除)그룹 회장도 그 중 한 명입니다.
 
천리화 회장은 지난 1999년 베이징에 '중국자단박물관'을 열었습니다. 자단목(紫丹木)을 이용한 공예품을 모아놓은 곳으로 민간이 운영하는 박물관으로는 중국 최대 규모입니다.
 
직접 수집한 명·청 시대의 가구 300여점과 그의 공방에서 제작된 2000여점의 공예품 값어치만해도 2억위안(약 333억원)에 달한다고 하니 그 규모를 충분히 짐작할 만 합니다.
 
천리화 회장이 자단목 공예에 심취할 수 있었던 것은 든든한 자산이 뒷받침됐기 때문인데요, 실제 그는 중국 여성 기업인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항상 꼽히는 부동산 업계의 대모입니다.
 
지난 2012년에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포함됐으며 포브스의 영향력 있는 글로벌 여성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천리화는 1941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났습니다. 가난한 가정 환경 탓에 고등학교까지만 겨우 다니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는 특유의 성실성과 사업 수완으로 가구 수리점을 가구 공장으로 키워냅니다. 기회를 찾아 떠났던 홍콩에서는 무역에서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종에 뛰어들었고, 고급 빌라들을 저가에 매입해 고가에 되파는 방식으로 사업 기반을 다졌습니다.
 
그의 사업은 고향인 베이징에서 꽃을 피우게 되는데요, 중국 최초의 VIP 전용 클럽을 베이징에서 가장 비싸다는 창안가에 세웁니다. 베이징 사교 모임의 중심지로 손꼽히는  '창안 클럽' 입니다. 이후 그는 리위안 아파트, 리산 빌딩 등으로 부동산 개발의 성공 신화를 이어갑니다.
 
이렇게 부동산으로 승승장구하며 수십억위안의 재산을 형성한 천리화 회장은 본격적으로 자단목 공예 알리기에 나섭니다. 자택도 박물관 내에 마련해 눈 떠서부터 잠들기까지 박물관을 돌보는 일에 매진합니다.
 
이에 대해 천리화는 "돈이 돈을 낳는 부동산 시장과 달리 박물관은 돈을 벌기는 커녕 끊임없이 돈을 들이부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결코 이윤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경제학적으로 판단하면 문화 사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 성공과 거리가 멀겠지만 박물관 자체가 갖고 있는 가치가 무한하다는 설명입니다.
 
자단목 공예에 대한 천리화의 애정은 태평양 건너 미국 땅에서 인정을 받았는데요, 미국의 유명 사립예술학교인 SCAD는 천리화에 명예 인문학 박사 학위를 수여했고, 이 학교가 위치한 사바나시에서는 매년 5월25일을 '천리화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천회장이 사랑한 또 하나의 예술은 바로 11살 연하의 남편 츠중루이(遲重瑞) 입니다.
 
츠중루이는 1980년대 인기리에 방영됐던 TV 드라마 <서유기>에서 승려 역할을 맡았던 배우입니다.
 
1990년 천리화와 츠중루이의 결혼 발표는 그야말로 '핫 이슈'였습니다. 39살의 젊은 남자 배우와 열살 이상 많은 여성 기업인의 만남을 두고 일각에서는 "엄마와 아들같다"며 비아냥대기도 했습니다.
 
모든 진실은 시간 속에 있다고 했던가요. 두 사람은 24년째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따금씩 공개되는 이들의 다정한 사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지요.
 
◇천리화·츠중루이 부부(사진=바이두백과)
 
츠중루이는 결혼 20주년 당시 한 인터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천리화와의 결혼 생활을 매우 궁금해한다. 나이도 많고 능력도 뛰어난 천리화가 부담스럽지 않냐는 것인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애정을 표했습니다.
 
또 "벌써 2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는 것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시간이 훌쩍 지나간 것도 있겠지만 하루하루를 바쁘게 산 탓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탓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츠중루이의 근황을 잠시 살펴보자면, 결혼 직후 연예계를 떠나 아내 천리화의 사업을 적극 돕고있습니다. 배우보다는 기업인이 더 어울리는 모습으로 탈바꿈을 한 츠중루이는 현재 자단박물관의 부관장으로 중국의 전통 문화 예술을 알리기에도 열심입니다.
 
포브스에 따르면 중국 100대 부자 중 25%는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렸다고 합니다. 천리화 회장도 예외가 아니었지만 그의 인생이 독특해 보이는 이유는 최고의 가치를 돈이 아닌 예술이라는 취미 활동에 두었기 때문은 아닐까요.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배우자를 만나 멋진 노년을 보내고 있는 천리화 회장이야 말로 진정으로 시대를 앞서간 신여성입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