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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사·무고지 실버보험은 '빛 좋은 개살구'
2014-01-27 11:06:49 2014-01-27 11:11:00
[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 지방에 사는 오 모씨(67세·남)는 홈쇼핑 광고를 보고 인터넷으로 A보험사의 무심사 실버보험에 가입했다. 남자 50세 이상 월 보험료는 2만9200원이지만 동일한 조건의 일반정기보험 보험료는 8500원인 것을 확인하고 화들짝 놀랐다. 50세 이상 여자의 경우도 1만2500원으로 일반정기보험이 4200원인데 비해 2.98배나 비쌌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50세에서 81세라면 무진단, 무심사로 바로 가입시켜 드립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이런 무심사 보험 가입건수는 지난해 6월 말 41만3000여건으로 7년전보다 5.4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는 부모님 부양을 책임지고 있는 세대들에게 '지금부터 효도하세요'라는 감성적인 마케팅 구호로 높은 이익을 올리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져 보험상품 가입 자체가 쉽지 않다.
 
고객들은 자연스레 무심사·무고지 보험상품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이틈을 타 보험사들은 현실적으로 보장범위가 좁거나 보장보험금이 적은 것을 '저렴한 보험료'라고 포장해 판매하고 있다.
 
더욱이 보험사도 가입 전 심사를 하지 않으면 자연스레 역선택의 위험을 부담하기 때문에 모든 위험을 사전에 감안해 보험료를 책정한다.
 
이 때문에 가입금액을 소액으로 해 가입을 유도하고 매달 지불하는 보험료는 비싸게 설계될 수 밖에 없다.
 
 
재무컨설팅 관계자는 "무심사 보험은 이미 병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맞춘 상품이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의 경우 이러한 보험에 가입하면 일반보험 보다 보험료가 2~3배 비싸져 손해폭이 커진다"고 말했다.
 
또 불입한 보험료보다 실제 보상받는 보험금이 오히려 적은 경우도 허다하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보장범위가 크거나 고액의 보험금이 나오는 것처럼 최고 금액을 광고하지만 해당 금액을 받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예를 들어 치매보장이라고 해놓고 약관은 기질성 치매만 보장되고 사고로 인한 치매를 제외시키는 등 광고와 약관 보장내용은 괴리가 있다"고 털어놨다.
 
따라서 건강한 우량계약자인 경우 굳이 무심사 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 건강검진을 받고 일반상품에 가입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료 대신 적금이나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고 의료비가 필요할 때 바로 쓰거나 병원비가 부족하다면 담보대출을 받아 충당한 후 원리금을 상환하는 게 오히려 낫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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