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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그레고리 포터 “코로나 시대, 사랑으로 일어서야 합니다”

‘그래미 2관왕’ 재즈 보컬리스트 귀환…지난달 28일 정규 6집 ‘All Rise’

2020-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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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과 홀로 자신을 살펴 온 어머니, 미식축구 선수에서 재즈 보컬리스트로의 전향…. 이 세계적 재즈 보컬리스트의 삶은 흡사 영화 ‘포레스트 검프’ 같다. 무엇을 고를지 알 수 없는 초콜릿 상자 같은 삶. 온 세상을 누빈 검프처럼 포터는 음악으로 달음박질했다. 21살 “노래해, 아가, 노래해!(Sing, baby, sing!)”라며 숨을 몰아쉬던 어머니 유언을 가슴에 품고.
 
늘 덥수룩한 수염에 군밤장수 모자를 상징처럼 두른 그레고리 포터(48)가 돌아왔다. 80년사 재즈 명가 ‘블루노트’ 딱지가 붙은 앨범(2014년 ‘Liquid Spirit’, 2017년 ‘Liquid Spirit’)으로 그래미상을 두 번이나 들어 올린 인물. 지난달 28일 여섯 번째 스튜디오 앨범 ‘All Rise’를 전 세계 동시 발표했다. 재즈 기반에 가스펠, 블루스, 소울까지 아우르고 오케스트라, 밴드 사운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LA와 파리, 런던을 오가며 이뤄낸 장대한 악곡의 물결이 그의 인상만큼 푸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그레고리 포터.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3일 서면으로 만난 포터는 “지난 몇 년 간 오케스트라 단원들과의 협업은 내 음악에 중요한 화두였다”며 “밴드 사운드에 오케스트라를 접목시켜 웅장하면서도 친밀하게 느껴지는 사운드, 이 둘 간의 절묘한 균형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앨범명 ‘All Rise’는 듣는 이들의 마음을 고양시켜주길 바란다는 의미로 지은 것. 자신이 경험하는 일상의 감정을 음악으로 구현해보고자 했다. 굳건히 서고자 하는 소망, 서로 간 존중, 억누를 수 없는 사랑과 믿음…. 낙관주의를 한껏 두른 앨범은 인류 역사의 고난과 함께 해온 재즈의 의미도 돌아보게 한다. 흡사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나 듀크 엘링턴의 ‘It don’t mean a thing if it ain’t got that swing’의 현대판 느낌. 
 
“코로나로 연대, 교류가 시들해지는 오늘날 우리 세계를 비추는 것 같다”는 본보 기자 질문에 그는 “음악이 이 어려운 시기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치료제 역할을 하길 소망한다”고 답했다. “이 모든 것이 지나간 뒤 우리는 다시금 부활해(앨범 마지막 곡 ‘revival’) 함께 일어서야(앨범 3번곡 ‘All rise’) 하니까요.”
 
그레고리 포터.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신보는 허비 행콕이 찍어내던 70년대 미래주의적 신디사이저가 별무리들처럼 반짝거린다. 머디 워터스의 영향으로 보이는 시카고풍 블루스와 빌 위더스가 아른 거리는 포키한 소울 흔적도 곳곳에 묻어 있다. “재즈란 장르의 경계를 벗어나더라도 재즈를 보다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힙합 아티스트, 클래식 음악가, 정통 서던 블루스 아티스트들과도 작업해보고 싶습니다.”
 
가족과 고향(‘Concorde’)에 관한 숭고함, 인종차별(‘Long List of Troubles’)에 관한 비판적 인식. 오늘날 인류가 직면하는 사회문화적 가치 충돌을 그리면서도 포터가 결국 하나로 엮는 키워드는 ‘사랑’이다. “사랑이 선사하는 감정들은 우리로 하여금 구름 위를 걷게 한다”는 그는 “질투를 비롯한 인종주의부터 세상의 무수한 다툼과 문제는 ‘혼란스러운 사랑’에서 기인한 감정들이다. 사랑의 모든 측면을 깊이 생각하고 여기에 적절한 멜로디와 시구를 붙여 노래했다”고 설명했다.
 
포터는 줄곧 자신의 음악 세계관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냇 킹 콜을 꼽아왔다. 2017년엔 아예 냇 킹 콜을 전면에 내세운 헌정 앨범 ‘Nat King Cole & Me’도 냈을 정도. “콜의 스타일, 세련미, 이미지까지 제가 음악에 빠져드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의 음악은 제게 하나의 인격체이자 가족 구성원에 가깝습니다. 평생에 걸친 깊은 영적 교감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레고리 포터.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또 다른 인물로 그는 늘 어머니를 꼽는다. 미식축구 선수이던 그가 음악을 꿈꿀 수 있게 해준 인물. ‘Water’, ‘Liquid Spirits’, ‘Take Me to the Alley’, ‘Mothers Song’, ‘When Love was king’, ‘More than a Woman’…. 생전 어머니가 늘 하던 기도들은 시와 노래가 됐다. 이후 삶은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를 초콜릿 상자 같은 것이었다. 미국 전역을 누비며 꿈을 실행한 포레스트 검프처럼. 
 
“어머니의 존재는 지금 제 음악 커리어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번 타이틀 ‘Revival’ 역시 어머니께서 물려주신 가치관에 관한 메시지입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그 근원은 너보다 더 큰 것들로부터 알 수 있단다. 문화, 종교, 가족..., 그것은 너의 척추이자 너를 일으키는 것들이란다.’”
 
일찍이 그래미 2관왕에 오른 그는 “재즈를 보다 접근하기 쉽게 만들고, 재즈 싱어송라이터란 개념을 대중화시켰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새로운 사람들을 재즈 세계로 인도하고 싶습니다. 어릴 적 거장들의 재즈음악이 제 마음을 어루만진 것처럼.”
 
그레고리 포터.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2016년 포터는 단독 내한 공연으로 한국 팬들과 연을 맺었다. “서울 팬들이 가사를 따라보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그는 “한국엔 재능 있는 뮤지션들이 많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자이언티, 크러쉬 같은 힙합, R&B신의 아티스트들과 언젠가 협업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건넸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그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로 새롭게 다가오고 있을까. “보다 선명한 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던 그가 말을 이었다.
 
“우리 모두는 힘과 용기, 행복한 감정을 북돋아주는 것들, 우리를 진정으로 고양시켜줄 무언가를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저는 음악감상실에서 그 처방전을 발견합니다. 도나 해서웨이, 윌 스미스 같은 음악을 찾아들으면서요. 이웃과 가족 간 유대, 조금씩 헐거워지는 이 나라 유대에 이르기까지 제가 믿고 있는 가치들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섭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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