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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열

막무가내 조합에 건설사는 '끙끙'

2019-12-06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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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조합의 자의적 조치에 건설업계 한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조합이 수천억원대의 입찰 보증금을 몰수하거나 시공사 교체를 감행하는 등 건설사를 상대로 적극 행동에 나서면서 건설업계는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금전적 피해까지 호소하는 상황입니다. 정부 규제로 정비사업 일감은 줄어드는 가운데 조합과의 갈등도 심해지면서 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업계가 이처럼 하소연하는 건 조합의 자의적 운영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사업에서는 법원이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인정하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는데도 조합은 지난달 대의원회를 열어 현산의 시공사 지위를 취소했습니다. 조합은 이달 중 총회에서 취소 안건을 표결에 부치고 새 시공사 물색에 나설 예정입니다.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하면서 조합에 내는 입찰 보증금도 액수가 예전보다 올라 업계 부담이 커졌습니다. 2~3년전만 해도 최대 100억원 수준이던 입찰 보증금은 최근 1000억원대를 웃돕니다. 건설사 한 분기의 영업이익에 근접하는 수준입니다.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로선 떼일 지 모른다는 불안을 안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같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갈현1구역에 입찰하면서 보증금 1000억원을 제출했는데, 조합과 갈등을 빚으며 입찰 보증금 몰수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이 금액은 현대건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인 6895억원의 14.5%에 달합니다. 현대건설은 조합 조치에 조합원 전체 의견이 반영된 것인지 의문이고 제대로 된 소명 기회도 없었다며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한 상태입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높은 입찰 보증금은 원래 대형 시공사가 들어오길 바라는 조합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견사의 입찰을 견제하려는 목적”이라면서 “최근에는 다수 조합이 높은 액수를 담보로 잡아 건설사를 통제하려 하고 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밖에도 업계는 입찰 전 건설사가 참여하는 현장설명회에서 고액의 현금을 납부해야 자리에 참여할 수 있다거나 정비사업의 인허가가 늦어진다는 이유로 시공사 교체를 추진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건설사들은 사후 대책을 내놓으며 대응하고 있지만 개별 기업이 조합의 무리한 운영에 사전에 딴지를 걸고 빠져나오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 규제로 정비사업 일감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웬만하면 조합의 요구 사항을 묵묵히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국내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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