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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훈

(인터뷰)에릭남 “가수로 데뷔, 목표는 두 가지였죠”

첫 영어 앨범 ‘Before We Begin’ 발매

2019-11-18 13:47

조회수 : 2,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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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지훈 기자] ‘1가구 1에릭남이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이제는 추억의 예능프로그램이 되어버린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에릭남이 출연할 당시의 일이었다. 걸그룹 마마무 솔라와 가상 결혼생활을 펼쳤고 시청자들은 뜨겁게 호응했다. 수많은 남자들은 그 모습을 보며 이건 현실과 먼 판타지라며 위기의식을 느꼈다. 그는 그렇게 대중의 품에 들어왔고 지금도 그는 따뜻한 남자의 표본이다.
 
에릭남은 2012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위대한 탄생을 통해 데뷔했다. 가수의 꿈을 품고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했으나 이 이미지가 옅은 것도 사실이었다. 스윗한 남자, 혹은 할리우드 배우들과 능수능란하게 대화하는 전문 리포터, 그리고 광고에 출연하게 되면 그 기업을 대표하는 얼굴. 그 안에 뮤지션 에릭남은 없었다. 때문에 한국 대중의 정서에 맞는 노래를 내보기도, 자신이 자랐던 미국을 닮은 팝스러운음악들도 발표하기도 했다. 수많은 고민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것이었다.
 
에릭남. 사진/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
  
제가 리스너들에게 내 음악에 맞춰주세요하는 것도, 아니면 내가 이렇게 여러분의 취향에 맞췄어요하는 것도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제가 자신 있고,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해야 사람들도 이게 에릭남이구나하고 생각할거라는 결론이 났어요. ‘위대한 탄생을 할 당시에는 발음, 감정 등등 여러 가지 지적을 받았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제가 기계적으로 노래를 하고 있었어요. 마치 수학 문제를 풀듯.”
 
물론 가수 외에 다른 활동들도 충분히 감사한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주장하는 건 가수 에릭남이고, 그걸 어필할 수 있게 계속 내 노래를 내고 하는 게 맞다고 봤어요.”
 
에릭남의 결론은 지난 14일 발매한 첫 영어 앨범 ‘Before We Begin(비포어 위 비긴)’에 고스란히 담겼다. 지난해 4월 발표한 미니앨범 ‘Honestly(어니스틀리)’의 타이틀곡 솔직히의 영어 버전 ‘No Shame(노 셰임)’과 올해 5월 공개한 디지털 싱글 ‘Runaway(런어웨이)’의 영어 리믹스 버전 등 총 8곡이 수록됐다. 모든 트랙들 속 에릭남은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게 노래한다.
 
에릭남. 사진/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
  
몇 년 전부터 해외 뮤지션들과 콜라보를 많이 했고, 미니앨범에 영어로 된 노래를 수록하기도 했어요. 언젠가는 영어 앨범을 낼 수 있다는 힌트였는데 이렇게 앨범을 낼 수 있게 돼서 기뻐요. 곡 작업 할 때 영어로 했었고, 제일 잘할 수 있고, 편한 스타일이 영어 노래니까 해보고 싶었어요. 세계적으로 케이팝의 인기도 뜨겁고 하니까, 지금 내는 게 시기적으로도 맞았어요.”
 
앨범 수록 곡들은 2년 정도의 시간을 거쳐서 작업했고, 그 작업물 가운데 노래를 선별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전체적으로 사랑노래라고 할 수 있지만 개인적인 감정이나 제가 느꼈던 수많은 순간들에 대해 녹이려고 했어요. 들어보시면 꽉 차있는 소리들이 많아요. 전체적으로는, 어떻게 보면 8, 90년대 팝음악을 레퍼런스로 한 게 많아요.”
 
타이틀곡 ‘Congratulations(콩그레츄레이션스)’는 낡고 지난한 연애를 끝내면서 느끼는 해방감을 경쾌하게 풀어낸 '이별축하송'이다. “축하해 드디어 네가 떠나네. 오늘 밤 파티를 열어 너와 나의 끝에 건배하자라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 이별이 마냥 무거울 필요는 없다는 쿨함과 여유가 느껴진다. 이별의 슬픔에 빠져 목 놓아 우는, 국내 리스너들에게 사랑 받는 문법들의 노래들과 차별화를 둔 셈이다. 
 
에릭남. 사진/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
  
타이틀곡은 1년 반 전에 썼어요. 사랑을 하다 보면안 좋은 연애라는 것도 있잖아요. 친구들은 너 제발 그 사람이랑 헤어져하기도 하고. 이별에 대해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표현을 찾다 보니 이런 테마로 만들게 됐어요. 경쾌한 트랩비트에 반전되는 내용의 가사를 쓰는 것에 관심이 좀 있었어요. 슬프고 심각한 이별이 아닌, 안 좋은 관계를 끝내고 후련해지는 느낌이의 노래에요. 오랫동안 아껴두다가 이걸 한국어로 낼 수 있을까고민했는데 가사 붙이기가 어렵더라고요.”
 
에릭남은 지난해 북미 15개 도시 투어, 올해 3월 호주 투어를 성공적으로 끝낸 데 이어 6월에는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10개국 투어를 성료하며 전 세계 곳곳 K팝 팬들과 친숙해졌다. 이렇듯 긴 여정을 통해 에릭남은 그저 뮤지션 에릭남이 아닌, 동양인 뮤지션으로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게 됐다.
 
미국에서는 아직 동양인이 TV에 나오고, 영화, 음악이라는 분야에서 활약하는 것이 드물어요. 투어를 돌 당시에 공연이 끝나면 동양인으로서 이렇게 콘서트를 해줘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어요. 동양인들의 롤 모델이 되어준다고요. 그 때마다 정말 감사함을 느꼈어요. 인종차별이라는 게 있고, 여기저기서 이와 관련된 사건들이 일어날수밖에 없는 슬픈 현실이에요. K팝 시장이 커졌고, 이제는 저처럼 동양인이 무대에 올라서 노래를 하는 것에 대해 좋아해주고, 시각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아요.”
 
에릭남. 사진/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
 
2020년에도 에릭남은 뮤지션 에릭남으로서 한발 더 나아간다. 이미 해외 투어를 계획 중에 있고 새로운 앨범에 대한 구상도 진행 중이다. 이제 ‘1가구 1에릭남이라는 말은 그저 그가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보여줬던 따뜻한 남자의 전형에 머물지 않는다. 뮤지션 에릭남 역시 나름의 의미를 지닌 따뜻한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1가구 1에릭남’, 물론 부담스러울 때도 있고 걱정될 때도 있어요. 사람들이 제게 기대하는 모습이 있으니 최선을 다해서 지켜나가야죠. 제가 한국에서 가수로 데뷔하면서 가진 목표는 두 개였어요. 하나는 가수가 되어서 큰 무대에 서는 것. 다른 하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세계적인 뮤지션이 되는 것. 이번 앨범은 그 목표를 위해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많은 분들이 들어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에릭남. 사진/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
유지훈 기자 free_fro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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