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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표

대형마트 첫 유리천장 뚫은 임일순 대표, 홈플러스 변화 주도

친화력 앞세운 '주부CEO'…노사관계 회복 등 취임 4개월만 성과 곳곳

2018-0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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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홈플러스가 '여성CEO'의 등장 이후 본격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형마트에서는 처음 유리천장을 뚫으며 홈플러스의 수장이 된 임일순 대표가 여성 특유의 친화력과 소통을 앞세우며 유통업계 내 '여풍'을 주도하고 있다. 그간 여러 유통기업들이 여성임원을 확대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단일기업 CEO에 오른 사례는 드물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기도 하다.
 
임 대표가 수장에 오를 수 있었던 데에는 홈플러스의 '여성인재 중용' 기조와 맥을 같이한다. 현재 홈플러스는 대형마트의 핵심으로 꼽히는 상품부문장과 인사부문장이 모두 여성이며, 그 외 부문장급 임원 중 여성 비율이 약 38%에 달하고 있다. 특히 전무급 이상 고위 임원의 경우 무려 절반이 여성이다. 그러나 홈플러스 내부에서는 이같은 흐름과 별개로 임 대표가 보여준 CEO로서의 능력에 더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임 대표는 1986년 모토로라와 컴팩코리아 등 글로벌 IT기업에서 첫발을 내딛었다. 그러던 중 1998년부터 코스트코, 바이더웨이, 호주의 엑스고 그룹(Exego Group) 등 유통업계 내에서도 능력을 검증받기 시작했고 2015년 홈플러스에 영입됐다.
 
홈플러스 대표이사를 맡기 직전까지 CFO를 지낸 '재무통'이기도 하다. 김상현 홈플러스 부회장과 함께 회사의 흑자 전환을 끌어낸 주역으로 꼽힌다. 현재 김상현 부회장은 중장기전략과 대외사업을, 임 대표는 홈플러스의 안살림을 챙기고 있다.
 
그녀는 냉철하고 꼼꼼한 경영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겨 구성원간 화합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30여년 동안 '일'과 '살림'을 병행해 온 '주부 CEO'이라는 점도 이같은 경영스타일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됐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현장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여성으로서 섬세함도 있지만 철두철미한 업무 집중력과 카리스마를 소유한 여장부의 이미지가 강하다"면서 "직원과의 스킨십 기회도 자주 나누고 성과든 어려움이든 허심탄회하게 임직원과 공유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 공감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프로그램 확대도 주도하고 있다. 연차휴가 활성화를 위한 혜택과 연간 추천 여행지를 안내하는 가이드북을 발간하고 정시 퇴근 문화 정착 캠페인을 철저히 실행 중이다.
 
특히 최근 유통업계 노사갈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취임 직후부터 임단협 타결 등 노사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키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성과다.
 
지난달 11일, 임 대표는 노동조합과 '2018년 임금단체협상'에 최종 합의하고 노사간 화합을 위한 '노사공동 발전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에 앞장서자는 뜻을 노조와 공유한 것이 주효했다. 그 결과 근무시간 축소나 상여금과 수당 등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식의 임금체계 개편 꼼수를 배격하고, 순수한 임금 증액이라는 '통큰 결단'을 했다. 이에 임직원들의 실질적 임금이 최대 16.4% 인상이라는 성과물을 냈다.
 
홈플러스 노조가 다른 대형마트에 비해 강성인데다 수년간 노사 갈등으로 몸살을 앓아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임 대표의 소통경영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최근 홈플러스가 발표한 비정규직 근무자에 대한 정규직 확대 로드맵도 임 대표의 결단이었다.
 
임 대표는 지난 1일 홈플러스일반노동조합과 합의문을 발표하고, 만 12년 이상 장기근속 무기계약직 직원 중 희망자에 대해 회사 인사규정에 따라 올해 7월부터 정규직 전환을 실시하는데 뜻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임 대표는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앞장서기 위해 대형마트 업계 최초로 정규직 전환 내용에 전격 합의했다"며 "향후에도 노사간 화합이라는 공감대를 갖고 직원들의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적극 지원해 고객들께도 만족스런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동안 동종업계 내에서 기준에 부합하는 대상자들에 한해 무기계약직으로 대폭 전환한 사례는 있었지만, '진정한 정규직화'라는 한 단계 더 향상된 정책을 내세운 것은 업계 최초다.
 
이에 올 7월부터 정규직으로 발탁되는 장기근속 직원들은 기존 정규직 직급인 '선임' 직급과 직책을 부여 받고, 동일한 승진 프로세스가 적용된다. 급여 역시 정규직 직급인 선임 직급의 초임 연봉을 적용 받고, 모든 복리후생 역시 선임과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이번 정규직 전환은 마트 노동자에 초점이 맞춰져, 임 대표와 같은 주부들이 대다수가 될 전망이다. 실제 올해 정규직 전환 자격을 얻는 직원 중 여성 비중은 98.6%에 달하며, 평균연령은 53세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번 합의에 따라 올해 7월에는 기존 비정규직과 무기계약직 직원 중 약 20% 이상이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회계연도 기준으로 3월 결산법인에 해당되는 홈플러스는 다음달이 신년과 다름없다. 이에 취임 직후부터 분주한 행보를 보인 임 대표는 최근 2018년도 사업계획 구상에 몰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3월 중 미디어를 대상으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홈플러스의 재도약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할 계획이다.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가운데)과 엄승희 상품부문장(왼쪽), 최영미 인사부문장(오른쪽). 사진/홈플러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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