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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 김미화·김여진씨 조사

"이명박 전 대통령 거리 활보 '어이 상실'"…민·형사 고소 방침

2017-09-1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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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이른바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피해자로 방송인 김미화씨가 19일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가 이날 오전 9시52분쯤 출석해 오후 2시20분쯤까지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자리에서 "이번 사건이 낱낱이 밝혀질 수 있도록 제가 9년 동안 겪었던 여러 가지 일을 이야기하려고 한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부끄러움 없이 대낮에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이 현실이 정말 어이 상실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청와대에서 이 전 대통령이 하달하면 국정원에서 그것을 실행했다"며 "그리고 방송국에서 충실하게 지시대로 이행하면 국정원에서 다시 이 전 대통령에게 일일 보고했다는 것이 이번 조사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것을 실행하게 시킨 대통령이 정말 요즘 젊은 사람 말대로 '실화냐?'"라며 농담을 던지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적으로 돌리고 이렇게 사찰하면 어느 국민이 대통령과 이 나라를 믿고 이야기하며 활동을 하겠나"라고 비판했다.
 
김씨는 지난 2010년 KBS가 블랙리스트를 언급한 자신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가 취하한 것에 대해 "그때 트라우마가 사실은 있다. 오늘 이런 자리에 다시 선다는 것이 몹시 괴롭고 힘든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지난 9년 동안 그런 일이 전방위적으로 계획에 따라 실행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민·형사 고소할 예정"이라며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해 그 밑의 어느 범위까지 갈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배우 김여진씨도 이날 오전 10시30분 출석해 조사를 받은 후 오후 2시30분쯤 귀가했다. 국정원은 김씨와 배우 문성근씨의 나체 사진을 합성해 배포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한 음란물 제조·유포의 피해자 진술을 위해 지난 18일 검찰에 출석한 문씨는 "이명박 정권의 수준이 일베와 같은 것이 아니었나 생각한다"며 "세계만방에 국격을 추락시킨 것에 대해 개탄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블랙리스트에 오른 다른 연예인도 불러 조사하기 위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의뢰 내용에서 피해를 본 것이 분명하면서 정도가 크고, 본인이 출석해서 진술하겠다는 의사를 가진 사람, 일정이 가능한 사람 위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방송 출연 중단 등과 관련해 방송국 관계자도 필요하면 소환할 예정이며, 공영방송 장악 문건에 대해서도 수사를 검토 중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은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연예계 인사의 퇴출을 지시하면서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조직한 후 청와대 지시에 따라 80여명의 연예인을 대상으로 선정하고,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방송 출연 중단, 소속사 세무조사 추진, 비판 여론 조성 등 활동을 벌였다. 이에 국정원은 원 전 원장과 김주성 전 기획조정실장을 국가정보원법(직권남용금지)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방송인 김미화 씨가 19일 오전 이명박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 관련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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