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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철도 민영화 현실이 되면

2023-09-18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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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휴가 기간 독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몇 군데 도시에 가고 싶었지만, 대부분 직장인이 겪는 길지 않은 휴가 때문에 베를린 한 도시를 선택했습니다. 국제공항이 있는 프랑크푸르트에 먼저 도착한 이후 ICE(InterCity Express)를 타고 베를린으로 이동했습니다. 
 
ICE는 독일의 고속열차입니다. 우리나라의 KTX 또는 SRT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베를린으로 갈 때는 우리로 따지면 일반실을, 프랑크푸르트로 돌아올 때는 특실을 이용했습니다. 특실과 일반실의 차이는 있지만, ICE를 이용할 때 들어간 금액은 여행 경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서울과 부산,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의 거리를 고려하더라도 다소 비싼 금액이었습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KTX는 비교적 저렴하다고 느꼈습니다. 
 
최근 들어 KTX의 민영화 얘기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지난 14일부터 닷새 동안 진행한 파업 때문입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실체조차 없고 검토한 적도 없는 민영화란 허상을 끄집어내서 명분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파업을 위한 파업'"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원희룡 장관이 철도 시설 유지 보수 업무와 관제권을 이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 민영화가 거론되는 실체입니다. 차량 정비, 유지 보수, 관제권 등을 민간 기업으로 이관하는 것 자체가 민영화의 발단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철도의 운행과 유지 보수는 국가가 맡아서 관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반대로 만일 철도 민영화가 이뤄지면 안전 관리에 허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한 관리를 위해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민영화로 벌어질 상황은 그리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비교적 저렴하다고 생각했던 이용 요금도 오를 것이 뻔합니다. 
 
지금도 KTX를 이용하지 못하는 지역 주민에게 기회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민영화를 시도했던 영국이나 일본의 사례에서도 나타납니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노선 신설이 중단됐습니다. 결국 영국은 민영화를 취소하고 다시 공영화했습니다. 
 
일부에서는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참으로 순진한 생각입니다. 물론 버스 요금이나 택시 요금이 얼마인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민영화가 되든 안 되는 큰 상관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민영화가 되면 대다수 국민이 피해를 봅니다. 파업으로 당장 불편할지 몰라도 민영화가 되면 불편함은 상당 기간 오래가고 되돌리기도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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