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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한·러 경협'으로 북핵해결·경제성장 '두 마리 토끼 잡기'

문재인 정부 '신북방정책' EU모델 착안…가스·철도·항만 등 9개 분야 러와 경협 의지

2017-09-0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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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7일(현지시각) 러시아에서 발표한 ‘신북방정책’의 핵심은 국가간 ‘경제’ 협력으로 복잡한 ‘국제외교’ 문제를 풀고 상호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것에 있다.
 
지금의 유럽연합(EU)이 2차 세계대전의 상처와 동서 냉전체제 위기를 이겨내며 끝내 통합까지 할 수 있었던 시작에 정치적 협상이 아닌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와 같은 경제협력체제가 있었던 점에 착안한 아이디어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블라디보스토크 현대호텔에서 열린 동포 오찬간담회에서 “그동안 극동개발은 남·북·러 삼각협력을 중심으로 추진돼 왔지만 이제는 순서를 바꿔야 한다”며 “한·러 협력이 먼저이고, 그 자체가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극동지역을 중심으로 한국과 러시아, 양국의 협력을 확대·강화하는 일은 양국의 번영은 물론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상황 때문에 사실 남·북·러 협력이라는 것이 거의 진전이 안 되고 있었다”며 “지금은 우선 북한은 일단 논외로 해놓고, 한국과 러시아 간 지역경제 협력을 강화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 문제에 경제 문제를 발목잡히지 않고, 역으로 경제를 이용해 정치를 풀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신북방정책이라는 이름 자체가 의미심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원조 북방정책은 1980년대 후반 당시 노태우정부가 추진한 수립한 대공산권 외교정책으로, 북한을 외교적으로 압박해 국제사회에 나오도록 한 성과를 거뒀었다. 이번 신북방정책 역시 ‘경제협력’을 지렛대로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울러 러시아와의 경협강화는 단순히 북한문제 해결을 넘어 한·러 양국 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높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한국과 러시아 양국 교역규모는 1992년 1.9억 달러에서 2014년 258억 달러로 135배 성장했지만, 2015년 160억 달러 수준으로 급락했고 지난해 역시 134억 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비슷한 시기 교역을 시작한 중국과의 교역규모가 1992년 64억 달러에서 지난해 2114억 달러까지 성장한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아직 발전의 여지가 남은 셈이다.
 
그러한 이유들로 양국 대통령은 이번 협력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동방경제포럼(EEF) 기조연설에서 “신북방정책은 극동지역 개발을 목표로 하는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과 맞닿아 있다. 두 정책이 만나는 지점이 바로 극동”이라며 ‘9개의 다리’ 전략을 제시했다. ‘9개의 다리’는 가스, 철도, 항만, 전력, 북극항로, 조선, 일자리, 농업, 수산 등 양국이 협력할 9개 분야를 의미한다. 사실상 전방위적인 경제협력 의지를 밝힌 것이다.
 
푸틴 대통령 역시 “러시아는 모든 국가와 투자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며 “선도개발지구, 자유항에 입주한 기업들은 2025년까지 10년간 보험금 특혜 조건을 누리게 된다. 극동지역에 1000만 달러 이상 투자자들에게는 러시아 시민권을 제공하는 문제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적극 지원의 뜻을 밝히며 화답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내고 “한국을 비롯해 러시아, 중국, 몽골 등 주변국이 유라시아 협력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는 것은 커다란 기회요인”이라며 “한국의 신북방정책은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 몽골의 초원의 길 이니셔티브 등 주변국의 대외경제협력 정책과 상호 연결고리가 많다”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도 “문 대통령이 취임하고 송영길 의원이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러시아 측의 경제협력 의지와 요청이 아주 강했다고 한다”며 “대통령 직속기구인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이번에 설치된 것 역시 무관하지 않다. 러시아 특수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거리에 마련된 평창동계올림픽 홍보 부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마스코트를 선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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