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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표

오리온, 종합식품회사 도약 원년 '가시밭길' 넘어야

건기식 등 신사업 높은 진입장벽…중국사업 타격도 악재

2017-08-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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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오리온(271560)이 지주사 전환 원년을 맞아 '초코파이'로 대표되는 스낵 회사 이미지를 벗고 사업체질 개선과 종합식품회사 도약을 위한 행보에 본격 나서고 있다. 하지만 사드사태 장기화로 인한 중국 내 실적악화와 최근 시동을 건 신사업의 높은 진입장벽 등 풀어야할 숙제들이 산적해 있어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최근 미국 건강기능식품 전문기업 로빈슨파마와 손 잡고 프리미엄 브랜드 'US 닥터스 클리니컬'의 국내 독점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계기로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게 오리온의 복안이다.
 
로빈슨파마는 1989년 설립된 북미 지역 연질캡슐 생산량 1위 업체다. 오리온은 닥터스 클리니컬 제품 30여개 중 한국인에게 꼭 필요한 효능을 갖춘 제품을 추려, 내년 초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오리온은 또 국내 최다 개별 인정형 기능성 원료를 보유한 기업인 '노바렉스'와도 전략적 업무협약을 통해 내년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미국과 국내 1위 건강기능식 사업체와 파트너로 손을 잡은 셈이다.
 
오리온의 건기식사업 진출은 고속성장 중인 시장인만큼 신사업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건강기능식 시장 규모는 2015년 2조 3291억원으로, 2014년 2조 52억원에 비해 16.2% 증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시장이 성장하는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진입장벽이 높아 신성장동력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오리온의 라이벌회사 롯데제과(004990)도 2002년 롯데헬스원 브랜드를 론칭해 15년째 건기식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매출 비중은 한자릿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도 식품회사는 물론 제약사까지 500여개에 달하는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가 존재하지만 이 중 의미있는 실적을 내고 있는 회사는 소수에 불과하고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은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오리온의 사업체질개선 작업은 지난해부터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경남 밀양 제대농공단지에 농협과의 합작법인인 케이푸드의 프리미엄 간편대용식 생산공장을 착공했고, 올 하반기 완공해 내년 첫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간편식 시장 역시 CJ제일제당(097950)오뚜기(007310) 등 기존 사업자들의 확고한 시장 지배력과 맞서야 하는 상황이어서 녹록치 않은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던 오리온의 중국 사업이 악화일로에 접어들었다는 점은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 최근 증권업계 등은 오리온의 중국법인이 2분기 적자전환할 것이란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박애란 KB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3771억원과 115억원으로 각각 작년 동기보다 23.8%, 59.4%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 법인의 경우 2분기 매출은 138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9.1% 줄고 영업손익은 125억원의 적자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사드 이슈 이후 영업활동 차질과 반품 지속, 매출 감소로 인한 고정비 부담 등이 실적 악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오리온은 중국 영업환경 악화 속에 초코파이 등 주요 제품 재고를 관리하기 위해 지난 4월 중국 공장의 일부 생산라인 가동 조정에 들어갔다. 사드 보복에 따른 실적악화로 점쳐지는만큼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조치가 내려지지 않는 이상 하반기 실적회복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리온이 지주사 전환 원년을 맞아 사업체질 개선 등 제 2도약이 절실한 시점에 하필 시련을 맞게 됐다"며 "진출을 선언한 신사업의 경쟁 환경도 치열하고 중국 실적 회복도 낙관할 수 없어 위기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오리온 상해공장 전경. 사진/오리온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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