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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우

(피플)"소상공인 경영난, 임금보다 임대료가 문제"

이가현 알바노조 위원장 "최저임금 2배 오를 때 임대료는 6배 올라"

2017-07-23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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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구태우기자]"소상공인을 위협하는 건 최저임금이 아닌 높은 임대료다. 상대적 약자인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임금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최저임금이 2배 오르는 동안 임대료는 6배나 넘게 올랐다." 이가현(23) 알바노조 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소상공인과 경영계를 향해 이같이 말했다. 최근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60원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했다. 위원회에는 근로자, 사용자, 공익위원이 각각 9명씩 참여하는데 표결 결과 15대 12로 노동계가 제시한 금액이 채택됐다. 최저임금 인상률로는 1990년 이래 역대 세번째로 높다. 이번 인상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실현에도 한발짝 다가갔다. 하지만 경영계와 소상공인들은 격렬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 위원장은 올해 2월부터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알바노조를 이끌고 있다. 그는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 문제와 '꺾기'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꺾기는 점주가 손님이 없을 경우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강제로 쉬게 하거나 퇴근시키는 경우를 말한다. 현재 알바노조는 맥도날드와 임금단체협약에 대한 협상도 진행 중이다. 노사간 이견이 많지만 단체협약을 체결해 맥도날드의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뉴스토마토>는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노조 사무실에서 이 위원장을 만났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큰폭으로 인상됐다. 
이전과 비교해 많이 오른 건 사실이다. 예년보다 올랐으니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일 거라고 생각한다. 같은 시간 일할 경우 전보다 월급이 20만원 정도 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인간적으로 살기 위해 최저임금은 1만원으로 올라야 한다. 이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만큼 올려도 2022년에는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된다. 조금 더 시기를 빨리 당긴 것 뿐이다. 정권교체를 했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인상됐다는 얘기도 있지만, 실제로는 최저임금을 받는 당사자들이 끊임없이 집회도 하고 싸웠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가현 알바노조 위원장. 사진/뉴스토마토
소상공인과 경영계의 반발이 무척 심하다. 
얼마전 한 언론에서 건물주의 월 평균 월세를 보도했다. 2005년 건물주가 월세로 월평균 1400만원을 벌었는데 2014년에는 8000만원을 벌었다고 한다. 9년 동안 무려 5.7배나 오른 셈이다. 소상공인들을 힘들게 하는 건 임금이 아니라 임대료와 카드수수료 등이다. 높은 임대료 문제를 해결하고, 브랜드 사용료 등 프랜차이즈 본사의 이익을 낮춰야 하는데 최저임금에 함몰돼 있다. 이 문제를 제기하면 불이익을 입을까봐 상대적 약자인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들에게 긍정적이진 않을 것 같다. 
알바노조는 '마음 편하게 장사하고픈 상인 모임'(맘상모)의 상인들과 함께 활동을 한다. 중소상인들도 진짜 문제는 임대료, 카드수수료, 본사의 물량 밀어내기라고 얘기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오히려 중소상인에게 이득이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이들의 주 고객이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이 올라서 수입이 늘어난 만큼 소비도 한다. 소득이 늘어나는데 그만큼 소비를 안 하겠나. 건물주들이 많은 힘을 갖고 있고, 그만큼 인맥들도 많다. 상인들도 그걸 알고 있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참고 있다. 알바노조는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있다.
 
최저임금도 내기 힘든 한계 자영업자는 사업을 접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외국보다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건 분명한 사실이다. 퇴직한 다음에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재취업을 한다고 해도 저임금의 열악한 일자리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창업을 하는 실정이다. 좋은 일자리가 많아진다면 굳이 창업이나 자영업을 하겠는가. 자영업자나 최저임금 노동자나 함께 잘 살아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알바노조가 잘 하는 건 우리가 겪는 문제를 제대로 알리는 것이다. 혼자서 외치면 힘들고 어렵지만 여럿이 한 목소리로 외친다면 변하지 않을까 싶다.
 
최저임금을 미지급하는 사업장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가능한 얘기다. 근로감독관수를 늘려 소액의 체불임금 사건과 아르바이트 노동 문제를 전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금인상분 일부를 지원한다고 한다.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근본적인 대책도 아니다. 오히려 정부는 가맹점주의 노력만으로는 손대기 어려운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200만원 미만을 버는 편의점주들도 많고, 수익이 낮아 폐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런데 편의점 본사는 지난해 5조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가맹점이 늘어날 수록 가맹점 수수료로 버는 수익이  많아지는 구조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만 제기할 게 아니라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더 많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난해 경북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살해당했다. 안전문제도 심각해 보인다. 
편의점의 경우 노동자는 좁은 계산대에서 고객과 일대 일로 마주한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해도 도망칠 수 없다. 24시간 영업을 원칙으로 하는데, 야간 근무는 거의 남성들이 한다. 안전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아이스크림 매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딱딱한 아이스크림을 푸다 손목과 어깨에 근골격계 질환을 얻었다. 알바노조의 조합원이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하다 화상을 입었는데, 손끝이 야물지 못하다고 해고를 당한 일도 있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도 같은 노동자인데 학생이거나 배우는 사람이라는 인식 때문에 낮은 임금을 받는다. 비정규직일수록 생활이 불안정하니 더 높은 임금을 주는 게 맞지 않을까. 
이가현 알바노조 위원장. 사진/뉴스토마토
5인 미만 사업장은 야간·연장근로수당을 못 받는다. 
알바차별 금지법을 제정해달라고 문제제기를 한 적이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야간·연장수당을 못 받고, 생리휴가도 못 쓴다.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만 생리하는 것도 아닌데 부당하다. 야간노동은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에 임금을 더 많이 받아야 한다. 그런데 5인 이상 사업장만 야간수당을 지급한다. 카페·편의점 등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주로 근무하는 사업장은 대부분 5인 미만 사업장이다. 법의 취지는 이해한다. 가맹점에서 수당을 지급할 수 없다면 본사가 나서서 줘야 한다.
 
알바노조 출범 4년을 맞았다. 목표가 있다면. 
지난해 경북에서 편의점 노동자가 숨졌을 때 유가족들이 알바노조에 먼저 연락을 했다. 본사에서 유가족을 무시하는 태도를 취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노조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를 돕고,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게 나서는 게 알바노조 존재의 의미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평생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노동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지금은 많은 일자리가 최저임금, 비정규직이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취업해도 좋은 일자리가 아닌 셈이다. 당장 내가 근무하는 곳을 바꾸지 못한다면 다른 곳도 바뀌지 않는다. 알바노조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임금체불을 당하거나, 인격 모독을 당하고 자존감이 떨어졌을 때 기댈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노조 사무국장은 (민주노총처럼) 열심히 활동해서 알바노총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치권에 진출할 생각은 없나.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대변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 알바노조는 사업장 단위의 투쟁을 하기도 하지만, 정치는 사업장을 포괄할 수 있지 않나. 국회의원이 얘기할 때 파급력이 큰 것도 사실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지금 당장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후보를 지지하려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없었다.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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