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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검찰총장 "이러니 '법이 무르다'는 것 아니냐"

"검사들 무고죄 구형 낮다" 질타…"조선시대 반좌제 참고하라"

2017-05-0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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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김수남 검찰총장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무고사범과 관련해 검사들의 구형에 문제가 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따라 무고죄에 대한 검찰 수사와 구형이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김 총장은 2일 열린 대검찰청 확대간부회의에서 “무고범죄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이하의 벌금인데, 이는 최고 악질적 범죄에 대해서는 징역 10년 정도를 처하라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지금 실제로 선고되는 최고의 징역형이 2년, 대부분 징역 6~8월 정도라면 검사들의 구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총장은 이어 “검찰은 항상 습관적으로 법정형 밑바닥에서 구형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법이 무르다’, ‘형벌이 가볍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무고죄에 대해서는 보다 엄정하게 처벌해서 무고로 인한 사회적 폐해를 줄여냐가야 한다. 공판송무부에서 무고죄 구형기준이 적정한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특히 조선시대 ‘경국대전’과 명나라 형법 ‘대명률’을 예를 들어 무고죄의 엄벌을 강조했다. 경국대전에는 무고죄에 대해 반좌(反坐)제를 적용했다. 무고죄에 대해서는 무고한 범죄에 해당하는 형으로 처벌하라는 제도로, 살인죄를 무고한 사람은 살인죄의 형벌로, 상해죄로 무고하면 상해죄에 해당하는 형벌을 내리는 것이다. 명나라에서도 같은 제도가 있었다. 김 총장은 “조선 때의 형벌에 관한 제도지만 지금도 상당히 참고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어 “지금은 무고죄에 대해서 무엇으로 무고했는지 상관없이 대부분 1년 정도를 구형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한 뒤 “살인을 무고했으면 살인죄의 법정형의 중대성을, 강간을 무고했으면 강간죄 법정형의 중대성을 참작해 그에 상응하는 형을 구형하는 것이 법감정에 맞다. 무고죄의 반좌제도 취지를 살려 처벌기준과 구형기준, 구속기준을 엄정하게 정비하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 총장이 이같이 무고죄에 대한 엄단을 강조한 이유는 범죄의 질적인 특성과 최근 급증 추세로 인한 사회적 피해의 확대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예년 통계를 볼 때 무고죄로 고소 고발된 사람은 대략 74만명이며 중 기소된 사람은 20% 수준이다. 일본과 비교해보면 인구까지 고려할 때 150배나 많은 수치다. 그나마 기소된 인원 중 5% 정도만 구속되고 나머지 95%는 불구속기소 또는 약식명령이 청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무고 유형 비율은 폭력에 대한 무고 17%, 문서위조에 대한 무고 17%, 사기에 대한 무고 16%, 성폭력에 대한 무고 11% 등의 순서다.
 
지난해 무고죄로만 기소된 사람 1206명 중 실형이 선고된 사람은 141명으로 11%, 집행유예 선고는 387명으로 32%, 벌금형이 선고된 사람은 567명으로 절반에 가까운 47%였다.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에도 최저 징역 2개월에서 최고 2년까지 선고되는 사례가 있었지만, 평균적으로는 징역 6~8개월에 머물렀다. 무고죄의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인 점에 비춰보면 관대한 면이 없지 않다.
 
무고죄는 죄질면에서도 매우 중하다. 김 총장은 이날 “무고는 사법질서를 교란하고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해 사법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사회갈등을 조장하는 악질범죄”라고 규정했다.
 
대구에 사는 이모씨는 입대를 앞둔 2014년 3월 “여자친구 손에 눈을 맞아 실명 장애 진단을 받게됐으니 처벌해달라”며 이씨를 고소했다. 이를 근거로 A씨는 그해 10월 실명장애진단서를 병무청에 제출해 제2국민역으로 편입됐다. 그러나 곧 범행이 드러나 무고죄와 병역법 위반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국민참여재판에서 이씨는 “여자친구에게 맞아 실명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후 점차 나아져서 시력이 회복됐다”고 주장했으나 배심원들은 이를 믿지 않았다. 결국 이씨는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에 사는 한모씨와 이모씨는 B씨가 필로폰을 투약하고 제주도로 골프여행을 가면서 골프백에 필로폰을 가지고 다녔다고 허위 신고했다. 마약업계에서 자주 있는 속칭 ‘던지기’다. 마약사범이 공급책이나 다른 투약자를 제보하면 자신의 형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죄가 없는 제3자를 끌어들여 수사기관에 허위 신고하는 수법이다. 수사기관을 속여 국가형벌권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선량한 시민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는 행위다. 이들 역시 무고죄로 검거돼 이씨는 구속기소, 한씨는 불구속 기소된 뒤 재판을 받고 있다.
 
대검 공판송무부는 이날 김 총장의 강조대로 무고죄에 대한 구형기준의 적정성을 연구한 뒤 한층 강화된 구형기준을 정립한 뒤 일선 청에 배포할 예정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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