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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LIVE다이어리)②형형색색 예술 마법을 수놓은 콜드플레이(3)

2017년4월15일 콜드플레이 첫 내한 공연을 가다

2017-04-20 14:18

조회수 : 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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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공연을 보며 적는 단상들입니다. 개인 서랍장에 집어넣어야 할 정도로 크게 의미는 없습니다. 공연 본 순서도 뒤죽박죽이 될 것 같습니다. 그저 보고, 들은 느낌을 적는 단촐한 공연 일기 정도가 될 것입니다.)

 

강렬했던 빨강은 시작에 불과했다.

‘픽스유’가 울려 퍼지자 객석 전체는 노랑이 됐다.

 

the tears come streaming down your face

눈물이 비오듯 쏟아지고

When you lose something you can't replace

대체할 수 없는 무언가를 잃어버렸을 때

When you love someone but it goes to waste

누군가를 사랑한 것이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졌을 때

Could it be worse?

그보다 비참할 수 있을까

 

마틴은 깊숙한 슬픔에 빠진 이들을 노래했다. 관객들은 두 손을 저어가며 공감을 표시했다. 후렴구에 가자 모두가 하나가 됐다.

 

Lights will guide you home

And ignite your bones

And I will try to fix you

빛이 당신을 집으로 인도해 줄거야

뼈들에 활력을 불 붙이고

그럼 나는 당신을 고쳐줄게

 

따스한 노랫말과 노란 빛은 뒤섞여 치유의 시간을 빚어냈다. 음악으로 서로가 서로를 끌어안았고 보듬어줬다. 위로했고 치유했다. 다음날 공연에서 마틴형은 LED 화면에 노란 리본을 띄어놓고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했다고 한다. (이날은 별도의 추모 시간을 갖진 않았다.)

 

“오오오오오~오” 치유의 긴 터널을 지나자 새 시대에 대한 열망이 드러났다. 그들의 대표곡 ‘비바 라 비다’. 프랑스 혁명을 소재로 한 들라크루아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모티프로 권력에서 밀려난 왕의 비참한 최후를 그려낸 노래다.

 

Revolutionaries wait

For my head on a silver plate

Just a puppet on a lonely string

 

혁명은 목을 빼고 기다리지

내 목을 잘라 접시에 올려 놓기를

외로운 줄에 매달린 한 개의 꼭두각시일 뿐

 

노랫말이 경기장 전체에 울려퍼지자 사람들은 자유를 갈망하며 목 놓아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드러머 팀파니가 북과 종을 신명나게 두들기는 모습이 영상에 잡히자 관중들은 웃으면서 더 크게 부르기 시작한다. 분위기가 절정에 다다르자 어떤 이들은 심지어 목마를 타기까지 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경기장이 떠나갈 듯 외쳤다. “오오오오오~오” “오오오오오~오”

 

이날 3분도 채 안되는 1차례 휴식 타임을 빼고 그들은 2시간을 계속해서 달렸다. 총 23곡을 계속해서 연주했고 노래했다. 무선신호로 작동했던 형형색색의 자일로 밴드, 중간에 투입된 커다란 공들, 종이 가루, 조명과 불꽃이 공연장을 가득 수놓았다.

 

오후 10시10분. 앵콜은 없었다. 깔끔하게 인사했고 퇴장했다. 앤딩 크레딧이 올라갔고 백색 조명이 켜졌다. 모두들 꿈의 어딘가쯤 다녀온 듯한 벙찐 얼굴들을 했다. 고요한 적막 속 작은 외침이 들렸다. “오오오오오~오” 외침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공연장을 또 다시 가득 메웠고, 모두는 즐거운 표정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질서정연하게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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