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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LIVE다이어리)②형형색색 예술 마법을 수놓은 콜드플레이(1)

2017년4월15일 콜드플레이 첫 내한 공연을 가다

2017-04-19 10:53

조회수 : 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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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공연을 보며 적는 단상들입니다. 개인 서랍장에 집어넣어야 할 정도로 크게 의미는 없습니다. 공연 본 순서도 뒤죽박죽이 될 것 같습니다. 그저 보고, 들은 느낌을 적는 단촐한 공연 일기 정도가 될 것입니다.)



게으른 손가락 탓이었다. 티켓이 없었던 건.



작년 11월23일. 그날의 기억은 너무나도 선명하다. 90만명이 한꺼번에 동시 접속을 했고 난 눈앞에서 증발하는 ‘포도송이’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티켓 예매 사이트의 좌석 선택 칸은 푸른빛으로 표시 돼 있어 종종 ‘공연러’들 사이에선 애칭으로 포도송이라 불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1시간여를 계속 들락날락 했지만 느린 손가락은 빠른 이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조그만 포도알 몇 개는 금새 흰 백지로 변해 버렸다. 다음날, 다다음날은 아예 빈백지였다.



그 다음주도 마찬가지. 자리가 날리 만무했다. 게으른 내 손가락을 탓해야지 별 수 있나. ‘어쩌면, 혹시’는 ‘그래도, 혹시’로 바뀌었지만 소용없었고 급기야 난 이 지경에 이르렀다. ‘에라, 일단 접자’



4월15일 오후 5시, 좋은 기류가 흘렀다. 현장에서 티켓을 판매한다는 소식에 집을 나섰다. 가뿐한 발걸음으로 2호선을 타고 잠실종합운동장으로 향했다. ‘공연을 못 보면 어쩌나’하는 불안감도 중간 중간 엄습했다. ‘웅웅 거리는 소리나 들으면서 맥주나 마실까’, ‘음 그냥 근처라도 갔다는 것에 위안을 삼을 수밖에’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그렇게 1시간여를 달려 공연장에 도착했다.



오후 6시. 공연장에 도착하자마자 티켓존으로 달려 갔다. 다행이다. 티켓이 남아 있다. 직원은 스탠딩과 지정석 자리 몇 개를 추천한다. 다만 지정석은 시야제한석이란다. 기껏 현장의 열기를 느끼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마틴 형(콜드플레이 보컬) 얼굴도 못보고 갈 순 없지. 나는 다음날 침대에서 못 일어나는 한이 있어도 위험을 감수키로 했다. “스탠딩 주세요.” 입장번호 4732번.



오후 6시반. 스탭들이 분주하다. 공연장 동선을 설명하는 모양이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정보의 조각들이 귀에 와 닿으며 하나의 퍼즐처럼 완성된다. 스탠딩의 입장이 이미 6시부터 시작됐고 입장 번호가 무의미해졌다는 내용이다. 자 그럼 들어가 볼까. 공항 검색대 같은 소지품 검사 구간이 있다. 스탭이 가방을 열어 찬찬히 훑어본다. 이상할 건 없는데 기분이 이상하다.



Merchandise 존에서 그들의 티셔츠, 후드티, 가방 등을 사는 행렬도 보인다. 기념으로 티셔츠도 하나 사고, 출입 팔찌와 이상한 밴드를 손목에 채워준다. 이건 뭐에 쓰는 물건이지? 버튼도 따로 없는데. 알아서 작동하는건가. 뭐 아무튼, 이제 진짜 입장.



오후 7시. Jess Kent라는 호주 여성 밴드의 오프닝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그들을 오늘 처음 알았지만 어쿠스틱 기타음과 보컬의 음색이 좋다. 보컬이 팔을 위로 들고 좌우로 내젓기를 유도하자 모두가 따라했다. 이내 봄바람이 살랑살랑, 관객들의 거대한 함성을 휘감으며 어둠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구나, 그들이 올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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