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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최순실, 강압수사 주장하면서 정작 조사 비협조

변호인 기자회견으로 오전 출석에도 조사 못 해

2017-01-2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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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수사 과정에서 폭언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주장에 대해 26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별검사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나 참고인에 대해 어떠한 강압수사나 자백강요 등 인권을 침해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 특검보는 "최순실은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대상자로서 더 철저히 법과 원칙에 따라 객관적인 자세로 엄정히 수사하고자 노력했다"며 "허위사실을 바탕으로 특검과 해당 검사들의 신뢰와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며 "앞으로 기자회견 등 일방적인 방식에는 일체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으므로 이러한 이의 제기에 상관없이 상황을 개의치 않고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이날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에서는 최서원(최순실)을 밤 11시부터 변호인을 따돌리고 심문했다"며 "이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변호인 조력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피고인을 조사하면서 입에 담기 어려운 매우 충격적인 말들을 했다"며 "예를 들면 삼족을 멸한다는 조선 시대에나 있을 법한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 특검보는 "담당 검사가 삼족을 멸한다고 말한 사실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24일 소환은 피의사실에 대한 피의자 입장과 개괄적 사항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서 변호인 조력권을 침해할 이유가 없다"며 "퇴소한 시간도 오후 11시50분"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조사했던 검사실에는 CCTV가 설치되지 않았다"며 " 다만 복도에 CCTV가 설치돼 있어 조사 입실 시간과 퇴실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변호인 참여 없이 면담이 이뤄진 시간은 오후 10시30분부터 11시35분까지 1시간 정도"라며 "당시 변호인이 떠나면서 우리가 고지했고, 정식 조서 작성이 아닌 간단함 면담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수사 원칙에 벗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검사실 문이 열려 있었고, 여자 교도관이 있었다"며 "만일 그런 말(폭언)을 할 것이라 고성이 오갔을 텐데 그런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했다.
 
최씨는 특검팀의 강압수사를 지적하면서도 정작 조사에는 협조하지 않고 있다. 이 특검보는 "오늘 오전 10시에 최순실이 도착했지만, 입회할 변호사가 기자회견에 있어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체포된 후 강제 소환되면서 고함으로 특검팀의 수사에 불만을 드러냈던 것과 달리 최씨는 조사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최씨는 25일 오전 11시15분쯤 호송차에서 내려 조사실로 가던 중 "여기는 더는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 어린애와 손자까지 멸망시키겠다고 한다. 이 땅에서 죄를 짓고 살게 하겠다고 한다"며 "자유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경제공동체임을 밝히라고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 이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소리쳤다. 하지만 최씨는 이날 오전 9시50분쯤 재소환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동안 특검팀은 최씨에게 총 7차례 출석을 통보했지만, 최씨는 지난해 12월24일을 제외한 나머지 소환에 모두 불응했다. 최씨는 그 사이 건강상의 이유, 탄핵심판 출석과 재판 준비 관계 등의 이유를 내세웠지만, 첫 소환 조사 이후 약 한 달이 지난 이달 20일에 이르러서야 특검의 강압적 수사를 못 받겠다는 취지의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결국 특검팀은 23일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25일 오전 9시25분쯤 집행했다.
 
한편 특검팀은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이날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조사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근무한 현 전 수석은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특검팀은 현 전 수석이 2015년 한국자유총연맹에 관제 데모를 지시했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허현준 국민소통비서관실 선임행정관도 이날 소환을 통보했지만, 허 행정관은 출석에 불응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중인 박영수 특검팀의 이규철 특검보가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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