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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특검, '삼성물산 합병 의혹' 문형표 이사장 영장 청구(종합)

보건복지부 장관 재직 당시 직권남용 등 혐의

2016-12-2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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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김광연기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64·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이 29일 문형표(60)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이날 문 이사장에 대해 직권남용과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등 혐의로 사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27일 오전 9시30분부터 문 이사장을 조사하던 중 28일 오전 1시45분쯤 긴급체포하고, 오전 10시 재소환해 조사했다.
 
문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재직했던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직권남용과 업무상배임 혐의로 26일 문 이사장과 김진수(60)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의 주거지 등 3곳을 압수수색하고, 홍완선(60)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업무상배임 혐의에 대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또 문 이사장과 홍 전 본부장은 지난달 30일과 이달 6일 열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찬성 의결권 행사 과정에 개입한 것을 알고 있었냐는 위원들의 질의에 "그런 일이 없다"면서 거짓으로 증언한 혐의도 받고 있다. 특별위원회는 이러한 혐의로 이날 문 이사장과 홍 전 본부장을 특검팀에 고발했다. 
 
국민연금은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개최 요구와 합병 반대 요구에도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도 개최하지 않은 채 주주총회에서 합병에 찬성했다. 이후 양사의 합병은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에 중요한 계기가 됐지만, 정작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은 5900억원대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이 문 이사장의 신병을 확보한다면 최순실(60·구속기소)씨 모녀에 삼성그룹이 지원한 자금이 양사의 합병에 대한 대가였다는 의혹도 풀어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대기업 중 가장 많은 총 204억원을 지원했다. 최씨와 최씨의 딸 정유라(20)씨 소유의 독일 법인 비덱에 280만유로(약 35억원)를 송금하는 등 그동안 정씨의 말 구매, 승마 경기장, 전지훈련 등을 위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최씨의 딸 정유라(20)씨의 부정 입학을 모의하고 학사 관리 과정에서 특혜를 준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있는 이화여대를 압수수색했다. 최경희 전 이대 전 총장 연구실을 비롯해 김경숙 전 이대 체육과학대학장 주거지, 특혜 의혹과 관련된 교수들 주거지, 대한승마협회 등 10여 곳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달 22일 특검에 앞서 수사를 펼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이미 이대 사무실 20여 곳과 관련자 주거지 3곳 압수수색했었다. 하지만 이번 특검의 이대 압수수색은 특수본과 중복되지 않은 범위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 오후 특검팀은 김재열(48)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을 소환 조사했다. 김 사장은 최씨, 최씨의 조카 장시호(37·구속기소)씨, 김종(55·구속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압력을 받고 삼성전자가 장씨 소유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특혜 지원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김 사장 신분에 대해 "현재 참고인으로 소환됐지만 향후 조사 과정에서 변동될 가능성은 있다"라고 밝혔다.
 
또 특검팀은 청와대의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모철민(58) 주프랑스 대사도 이날 오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모 대사는 지난 2013년 3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으로 일하면서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에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전날 차은택(47·구속기소)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외삼촌인 김상률(56)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과 신동철(55) 전 정무비서관을 소환하고 지난 27일 정관주(52) 전 문체부 제1차관을 부르는 등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아 긴급 체포된 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이 28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특검 사무실로 조사를 받기 위해 소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김광연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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